눈 내린 속초에서 보낸 할머니의 책 선물을 받은 아들이 알수있을까. 이 책을 보내기 위해 그의 어머니가 새하얗게 얼어붙은눈길 위에서 천천히, 휘청이며 걸었다는 사실을 또 언젠가 할아버지가 보낸 책 선물을 받은 대학생 손주는 알았을까. 그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책들을 제목과 작가, 출판사와 출판연도까지 반듯하게 적어온 할아버지의 쪽지를 그 사랑의 목격자로서 어떻게든 알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또한 많지 않다. 달콤한사탕 몇 개를 종이로 돌돌 말아 상자 안에 동봉하거나, 허브 티백을 책 포장 안에 슬그머니 넣는 것밖에는 부모를대신해 책을 고르는 순간만큼은 그렇게 고른 책을 포장하는 잠깐 동안엔 내 손등 위에도 눈송이 한움큼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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