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캘빈은 아직 어렸다. 어린애답게 희망을 참 오랫동안 품었다. 이제는 그만 품어야 할 만한 시점을 훌쩍 넘겨서까지. 그는 새롭게 등장한 아버지가 보내준 책을 모두 읽었다. 마치 그 책이 사랑인것처럼 마구 욱여넣으면서 아픈 마음을 온갖 이론과 알고리즘으로채웠다. 그리고 자신과 아버지가 나누었던 화학적 관계를, 영원히 이어져 있어 끊을 수 없는 유대를 밝혀내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독학으로 배운 것은 타고난 권리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화학이 복잡하다는 점, 때로는 비정하리만큼 뒤틀리고 꼬였다는 점이었다. 그리하여 캘빈은 이 새로운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만나주지도 않았으며 화학이라는 그 학문 자체에서 그가숨기지도 키우지도 못한 원한이 피어났다는 사실을 느끼며 살아가야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