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랜 시간을 문장들 사이에서 서성거렸다.
"문학은, 스스로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단순화하는 경향이있다."
로제 그르니에의 문장을 읽고 두려워졌다.
얼마나 많은 것이 내 단순함의 칼날에 잘려 나갔을까?
아마도 견딜 수 없는 순간들을 견디기 위해서였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 자신이 자꾸 미워졌다.

그때마다 다른 문장들이 다가왔다.
"나는 이미 한때 소년이었고 소녀였으며,
덤불이었고 새였고, 바다에서 뛰어오르는 말 못하는 물고기였으니."
엠페도클레스가 남겼다고 전해지는 문장이다.
아무래도 나는 엠페도클레스의 후예인가 보다.
사랑의 윤회를 믿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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