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도 천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개의 얼굴을보았을까? 내 평생 알아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하자고 졸랐다는 아버지의 젊은 어느 날 밤이 더이상 웃기지 않았다. 그런 남자가내 아버지였다. 누구나의 아버지가 그러할 터이듯. 그저내가 몰랐을 뿐이다.마침내 재가 된 아버지가 유골함에 담겨 나왔다. 아버지는 아직 따스했다. 누구의 차를 타고 왔는지 뒤늦게 나타난 작은아버지가 앙상한 팔을 내밀었다. 그 팔에 아버지를 안겨주었다. 아버지의 온기가 작은아버지의 팔을 타고 핏줄을 데울 터였다. 작은아버지가 풀썩 주저앉으며아버지의 유골을 끌어안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아홉살에어긋난 형제가 칠십년 가까이 지나 부둥켜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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