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동정 없는 세상 (개정판) -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문학동네작가상 6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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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하자"로 시작해서 "한번 하자"로 끝난다. ㅎㅎ


소설의 처음.

"한 번 하자" "싫어"


헐...뭔가 끌리는 이 짧은 대화로 시작하는 이 소설을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오전에 잠깐 보고 취침 전에 단박에 끝내게 되었다. 수능을 끝낸 십 대 소년이 겪는 性에 대한 갈망, 욕구 등에 대한 참으로 유쾌한 소설이었다고 생각된다. 


'동정 없는 세상' 이라는 제목만 보았을 때 당연히 동정이 同情인줄 만 알았는데 그 동정이 童貞인가 보다. 아니 두 가지 뜻을 모두 내포한 말장난 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이 해소할 데 없이 욕구 넘치는 십대의 이야기를 이끌어갈까 식상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외설스럽겠거니 했는데 전혀 외설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유쾌하고 건전하다고 생각되었다. 특히 우리 나라의 부모와 자식이 서로 터놓고 얘기하기 껄끄러운 문화속에서 둘이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교육적이라고까지 해야할까.


보는 동안 코믹 영화를 보듯이 혼자서 큭큭 웃기도 여러번 했던 것 같다.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관문을 혼자가 아닌 둘의 성관계라고 굳게 믿고 친구들처럼 20대가 되기 전에 어떻게든 그 관문을 통과하려 애쓰는 준호가 귀엽고 공감도 많이 갔다. 그저 그 욕구 충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앞 뒤 안가리는 것이 아니고 나름 역사적인 인물들의 첫 경험 시기를 들어가는 등 자신의 노력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 근거를 준비하고 조사한 흔적들도 놓고 보면 남다른 청소년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작가는 이미 어른이고 그 나이에서는 하기 힘든 생각과 경험을 거친 상태에서 십 대를 엿본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존재하지 않는 아빠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연속극이었다면 부둥켜 안고 울고 불고 했을테지만 현실이기 때문에 전혀 그렇지 않은 대목에서는 정말 현실적이다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엄마 품을 파고드는 모습이나 자신이 결론을 도출해가는 과정과 결과를 놓고 보면 비현실적이다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서울대 법대까지 나왔지만 놀고있으면서 준호의 최고의 인생상담사가 되어주다가 보통 사람들의 선입견을 무시하고 어린 시절의 꿈을 좇아 결국 만화가게 주인이 된 삼촌. 남편 없이 재혼도 마다하고 자식과 동생을 먹여 살리느라 정신 없지만 자식이 공부를 잘 하건 못 하건 관심없고 그저 건강하게 잘 커오는 동안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하는 엄마. 결국 준호는 그렇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통과하려던 그 '관문' 너머에 아무 것도 없지 않을까라는 걱정과 두려움을 가지기 시작하고 결국 영혼 없는 섹스가 얼마나 덧없고 사랑의 결과물로서의 육체적 결합이 정말 중요하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대화들을 들여다 보면 현실에서는 저렇게 길고 논리적으로 말 하지는 않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생각을 표현해 내기 위해서 등장 인물들이 길게 주고 받는 대화들을 요약 정리해서 보여주려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同情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서울대 법대 출신의 만화가게 주인 삼촌과 동네 헤어디자이너로서 홀로 서 있는 엄마가 있는 가정은 준호에게는 동정없는 세상이라기 보다는 유토피아가 아닐까...

때 되면 따뜻한 밥 차려주는 집 놔두고 가출하는 녀석들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잘 자란 준호는 착한 녀석이다! 


잘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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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지혜정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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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타샤...


우크라이나의 그 여성의 이름은 나스타샤.

7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을 읽는동안 나는 캐나다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았다. 매우 긴 영화, 아니 미니시리즈를 보는 듯한 장편소설 나스타샤. 내용은 숨가쁘게 진행되지 않았다. 주인공은 캐나다 유학생활이 곧바로 현지에서 교수로 이어지면서 조국에서는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철저히 제한하며 나약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살았다. 십 년이 넘는 캐나다에서의 삶 속에서 그는 다민족 사람들이 많은 현지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생각을 매우 천천히 현지 환경과 함께 묘사해 간다. 그래서 처음에는 참 진도가 나가기 어려웠던 것 같다. 저자의 철학을 많이 공개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캐나다가 그런 나라인 줄 조금 알게 되었다.

춥고 겨울이 매우 긴 나라.

호수가 엄청 많고 거의 전 국민이 낚시를 스포츠처럼 즐기는 나라.

마을 사람들이 서로 가족처럼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이민자가 오면 생활에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서로 잘 통할 수 있는 마을 사람 중 한 사람이 호스트가 되어주어 여러가지 도움을 주는 나라.


몇몇 민족의 기질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엿볼 수 있었다. 그 민족의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물론 그런 고정관념이 선입견이었다는 것도 나중에 경험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그 나라 민족 특성의 단점이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매우 민감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유태인에게 독일을 용서하라고 말한다. 적어도, 일제시대의 전범자들의 후손이 현재 일본 정치를 이끌어가고 있고 아직도 반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 일본과 다르게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았던가.


책을 보는 내내 여러 호수를 다니며 낚시 경험도 전혀 없는 내가 마치 낚시를 다니며 즐기기까지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겨울이 길어 미끼로 많이 사용되는 지렁이도 매우 부실하고 공급되는 때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캐나다에서 한국에서 책을 빌려 지렁이 양식을 하고 사업을 일으키고 성공시키는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조지는 정말 똑똑하고 남일을 남일보듯이 하지 않는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그곳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애썼을 뿐 결코 차가운 사람이 아니다.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절대로 자기 자신을 학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교수라는 직업을 매우 상류층의 직업으로 특화시키려는 사람들을 경계한다.


매우 긴 시간동안 캐나다에서의 삶, 주변 환경, 주변 인물에 대한 묘사를 끝내고 드디어 커피숍에서 만나는 불쌍한 우크라이나 여성, 나스타샤. 고국에서 수많은 학대와 고통과 상처로 젊음이 송두리째 얼룩지고 사랑하는 하나뿐인 아들과 남편을 잃어버린채 골반은 조각나고 틀어지고 온몸 곳곳에 상처를 간직한 채 간신히 삶을 연명하여 캐나다로 이주하게 된 나스타샤. 캐나다 내에서도 우크라이나 사람들로부터 발각되어 죽게될까봐 커피숍에 몸을 숨긴채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닌 채로 모든 희망을 잃어버리고 무의미하게 목숨을 이어가고 있을 때에 외롭게 사는 조지의 눈에 들어오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사랑하게 되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나스타샤를 고통 속에서 건지고 삶다운 삶을 되찾아 준다. 그녀의 가족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주게 되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진정 사랑하기에 가족에게 그녀를 돌려주려고 한다.


하지만 나스타샤에게는 자식을 찾았어도 조지 없는 삶은 무의미하고 자신이 조지에게 짐 밖에 되지 않다고 판단하고 결국 조지를 위한다고 자기의 목숨을 버리게 되지만...

무엇이 그들을 위한 판단이었단 말인가.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생각은 너무 지나치게 되고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되고 이 세상에서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없게 되고 만다.


나스타샤를 잃어버리고 폐인이 된 조지는 나스타샤에 대한 추억과 그 핏줄 아니카를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서게 되지만, 진정 사랑한다고 생각해서 내렸던 그 판단은 결코 서로를 위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던 것 같다. 


책을 보는 내내 나의 상황을 투영시킬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 앞에 놓인 난제들을 나는 극복하기 위해서 어느 길로 들어서야 할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삶을 되찾기 위해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그렉과 같은 친구가 나에게도 있으면 참 좋겠다. 나는 비록 한국에 있지만 저멀리 캐나다에서 극도의 외로움을 겪는 조지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만 같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렉과 베시, 닉스, 데이비드와 웰드릭 마을 사람들, 토론토 대학의 유태인 동료 교수 매튜. 나스타샤의 남편 보리스와 아들 아니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멜리사, 낚시, 커티지와 자가 개발한 발전소 시스템, 지렁이 사업, 블리자드 눈 폭풍. 조지수의 이 책 덕분에 나는 긴 캐나다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다. 자신을 사랑한 매력적인 여성 멜리사의 청혼을 거절하는 조지. 보통 사람이었으면 감사하게 청혼을 받아들였겠지만 죽도록 사랑하지 않는 채로 이어지는 결혼생활이 결국 멜리사에게 상처로 돌아갈거라면서 매우 이성적으로 거절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조지수의 다른 소설도 꼭 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엔 무슨 생각들을 나열했을까 궁금하다.






 최근작 :<유감이다>,<원 맨즈 독 One Man's Dog>,<나스타샤> … 총 4종 (모두보기)
 소개 :오직 글로써 모든 것을 말하는 작가. 철학, 예술, 역사, 논리학, 언어학 등 다양한 인문 분야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이미 스무 권이 넘는 인문서를 집필한 비교적 잘 알려진 작가이다. 조지수라는 필명으로는 장편소설 『나스타샤』, 산문집 『원 맨즈 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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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관 약전(略傳)
성석제 지음 / 강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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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할아버지가 손자한테 이야기 해주시듯한 느낌이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하며 대책없이 마을 사람들한테 피해만 주는 게을러터진 인간 말종같은 똥깐. 그런 똥깐에게도 저 깊숙한 곳엔 사랑이 있나보다. 그냥 보통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특별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는데, 어쨌든 무능력하고 우스꽝스러운 공권력을 보기 좋게 비웃고 깔아뭉개는 똥깐, 조동관. 그의 너무나도 짧은 인생 일대기이기에 조동관 약전. 결국 힘 없는 일반인에 의해 '경찰'도 좀 더 나은, 치안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경찰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인 듯 하다. 문체가 남다르게 읽는 내내 키득키득거리게 만든 단편이었다.





책 소개 from 알라딘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성석제의 소설집. 97년에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란 제목으로 나왔던 책을 새롭게 펴낸 개정판이다. 4년의 절판 기간 동안에도 꾸준한 문의가 들어왔을 정도로, 성석제 매니아 사이에서 높이 평가받는 작품집이다.

"똥깐의 본명은 동관이며 성은 조이다. 그럴싸한 자호(字號)가 있을 리 없고 이름난 조상도, 남긴 후손도 없다"로 시작되는 표제작 '조동관 약전'은 제목 그대로 조동관이라는 사람의 일생을 간략히 정리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조동관은 위인전에 나오는 위인이나 영웅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시골 소읍의 깡패일 뿐이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온갖 개망나니짓에다 마구잡이 행패와 드잡이질로 깡패의 명성을 쌓아온 똥깐이라는 인물의 짧은 일생을 포복절도할 이야기 솜씨로 풀어놓는다. 예를 들면, 도망간 마누라를 잡으러 나왔다가 실패하고 돌아오는 길에 역전 파출소 유리창을 모조리 작살낸 똥깐이 재판을 받고 최종적으로 가게 된 곳이 '소년범을 수용하는 교도소'였다는 식으로.

이번 소설집에는 그밖에도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단편 '유랑'을 비롯해 '경두', '이인실', '통속', '고수' 등 모두 아홉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유머와 기지가 넘치는 성석제 특유의 입담을 만나볼 수 있다.



목차


개정판 서문

조동관 약전(略傳)
경두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
이인실
통속
유랑_취생옹(醉生翁) 첩실(妾室) 하세가와 도미코의 봉별서(逢別書)
고수
칠십년대식 철갑
비밀스럽고 화려한 쌍곡선의 세계


해설·이광호|서사는 가끔 탈주를 꿈꾼다


경두


불쌍한 경두. 부모에게 버림 받고 친구에게 버림 받고 그 또래의 아이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사랑과 대접을 전혀 받지 못했지만 그 녀석은 아무도 버리지 않았다. 화자는 얼마나 딱했는지 말끝마다 경두, 경두, 경두라고 불러댄다. '조동관 약전'을 쓴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다른 문체이다. 불쌍한 경두. 결국 자유의 세계로. 그렇게 좋아하는 불달린 오토바이를 타고 자유를 향하여 달리고 또 달려라! 경두보다 더 아픈 환자인 화자는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더 가슴이 아프다. 삼촌. 그도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것일 진대 마지막 남은 양심까지 다 팔아치워버리면서까지 사는 것이 이젠 어떻게 보이든 아무 감각이 없다. 힘이 있는 자와 없는 자. 잘 사는 자와 못 사는 자. 보호 받는 자와 보호받지 못하는 자. 그것은 상대적이다. 정치인이건 하층민이건 상관이 없다. 그저 내 밥 그릇을 위해 눈에 뵈는 것이 없는 똥파리만도 못한 못된 습성을 가진 것이 인간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그랬던가. 그런 면도 있겠지. 너와 내가 아닌 나 자신만 세워 놓고 봐도 내 안에 득실거리는 오만가지 다중 인격들. 그 안에서 선한 내가 이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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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지다 - 상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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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무사도란 무엇인가?

껍데기를 벗자.

없는데 있는척 하지 말자.

누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칠 것인가?

1800년대 일본의 정권을 둘러싸고 진보(쿠데타세력)와 보수(막부)의 대결 구도 속에서 결국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없는 자' 신센구미. 


요시무라 간이치로, 가이치로, 오노 지로우에몬, 치아키, 사스케. 히지카타...


책을 읽는 내내 장면이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처참한 모습으로 오노 앞에 나타난 요시무라로 시작하여 여러 화자의 회상 씬으로 이어가는 구도는 영화보다 더욱 영화같았다. 우리나라를 침략하던 시절에 신센구미 출신 생존자들의 회상들이 다각도로 이어진다.


모든 장면들이 다 인상적이고 흥분하게 만들었지만,

처음에 할베가 비오는 날 주점에서 막차도 끊겨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 주점에 너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빗소리와 그 냄새도 느껴지는 것만 같다.








책 소개 from 알라딘


영화 '철도원', '파이란'의 원작자로 유명한 아사다 지로의 장편소설. 구상에서 집필까지 20년이 걸린 필생의 역작으로, 일본에서 13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13회 시바타 렌자부로 상을 수상했으며, 27회 일본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동명 영화(한국 제목 '바람의 검 신선조')의 원작이다.

작가는 생생한 묘사를 위해 주인공 요시무라 간이치로의 고향으로 설정된 모리오카를 봄, 여름, 가을, 겨울별로 답사하여 자연경관의 변화와 유적지를 살피고 사투리를 배우는 한편, 전투 상황을 실감나게 그려내기 위해 1860년대 교토, 오사카 고지도까지 살펴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한 역사소설에 그치지 않는다. 칼과 무사 이야기라는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그의 작품 바탕에 흐르는 공통된 정서-생존경쟁에서 밀려난 존재, 주류에서 소외된 집단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무한한 애정이 글 전체에 배어있기 때문.

기존의 작품들이 답습했던 '무사도를 위해 장렬하게 목숨을 바치는' 근엄한 사무라이 대신, 가족을 지켜주기 위해 어떤 고통이든 감내하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무사도가 아니냐고 주장하는 어수룩한 촌뜨기 무사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주인공 요시무라 간이치로는 어수룩하고 우직한 무사. 천왕을 받들고 서양 오랑캐를 몰아낸다는 명목으로 상경(무사가 원적지를 이탈하는 것은 중죄로 간주되던 시절), 신센구미 대원이 되었으나, 사실은 가족이 먹고살 길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의 유일한 바람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 고향에 두고 온 처자에게 보내는 것. 하지만 입에서는 공자님 말씀이 술술 나오고 귀신이라 불리는 놀라운 칼솜씨를 지녔어도, 그는 돈벌이에 환장한 타락한 사무라이라며 동료들에게 멸시받는다.

신센구미는 눈부신 활약을 보였지만 정치적 상황은 점점 불리해지고, 마침내는 일본 근대사를 바꿔놓은 1868년 도바 후시미 전투에서 천왕을 거역한 역적군으로 몰리기에 이른다. 그런데 패주하는 전선 한가운데 뛰쳐나온 요시무라 간이치로, 바로 그 돈벌이에 미쳤던 사무라이가, 결정적 순간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의를 위해 싸운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적진으로 뛰어든 것이다.

<칼에 지다>는 이 장면에서 반세기 후, 한 신문기자가 알려지지 않은 이 신센구미 대원과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청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요시무라와 그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가슴속에 품었던 '진정한 의', '사람으로서 걸어야 할 길'에 대한 투박한 미학이 담긴 소설.


수상 :

2008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1997년 나오키상


최근작 :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아사다 지로의 처음이자 마지막 인생 상담>,<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마무리> … 총 288종 


소개 :

도쿄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9살에 가정이 몰락 한 후 야쿠자 생활을 하였다. 이후 자위대 입대, 패션 부티끄 운영, 다단계 판매 등 다채로운 직업에 종사하였다. '몰락한 명문가의 아이가 소설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글을 읽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였다고 한다. 1991년 36세의 늦은 나이에 야쿠자 시절의 체험을 그린 『빼앗기고 참는가』로 데뷔하고, 1995년 『지하철』로 요시가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 1997년 『철도원』으로 나오키 상, 2000년 『칼에 지다』로 시바타 렌자부로 상, 2007년 『오하라메시마세』로 시바 료타로 상, 2008년 『중원의 무지개』로 요시가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철도원』, 『천국까지 100마일』, 『창궁의 묘성』, 『프리즌 호텔』, 『지하철』, 『낯선 아내에게』, 『활동사진의 여자』, 『장미 도둑』, 『파리로 가다』, 『칼에 지다』, 『오 마이 갓』, 『월하의 연인』,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슈샨 보이』,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중원의 무지개』, 『가스미초 이야기』 『온기, 마음이 머무는』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양윤옥 

 

최근작 : <글로 만나는 아이세상> … 총 232종

소개 :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 번역으로 2005년 일본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대표적인 역서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여자 없는 남자들》, 히가시노 게이고의 《메스커레이드 호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지옥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 《칼에 지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마타요시 나오키의 《불꽃》, 오카자키 다쿠마의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시리즈, 가와무라 겐키의 《억남》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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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으로의 도피...
46살 언니의 죽음으로 삶은 극도로 혼란스러워졌고 거기서 탈출하기 위해서 택한 방법,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닌 삶 속으로의 도피, 독서!
1년 간 하루에 한 권 프로젝트를 실천하며 독서 여행 속으로 빠져드는 니나 상코비치. 도서관과 서점에 자주 가서 300페이지 이내의 책 중에서 일단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책을 골랐다고 한다. 1시간에 70여 페이지를 보고 있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일상을 제외하고 확보할 수 있었던 4시간. 그것도 가능하기 위해서는 온 가족의 협조가 필요했다고 한다. 순번을 정해서 반복적인 집안일을 나눠야 했고 모든 짬시간을 독서하는데 할애해야 가능했던 것. 남편이나 아이들이 참 착한 것 같다.
니나가 즐긴 책들이 뭘까 궁금하여 서점에서 찾아보았지만 대부분 찾을 수가 없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번역이 되지 않았나 보다. 궁금한 책들도 많았는데...
4시간여를 읽고 그날 그날 바로 바로 서평을 적었다. 서평 적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야 했을텐데 정말 대단한 일이다. 
저자는 언니의 죽음으로부터 밀려온 슬픔을 1년간 하루에 한 권 독서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죽음'으로부터 도망가는 것이 아닌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카드'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 삶의 대한 자세를 바꿔나가게 되었다. 독서. 독서는 결국 수많은 간접경험과 타인의 심오한 생각을 엿보고 함께 공감하거나 고민하면서 나의 가치관과 삶의 자세를 바꿔가게 하는 것인가 보다.
나에게 남은 나날이 얼마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나도 그 세계에서 허우적되고 싶다.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그 무한한 세계로 나도 들어간다. 이런 세계를 뒤늦게나마 알게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혼자 편지 쓰는 시간>,<혼자 책 읽는 시간> … 총 14종 (모두보기)

 
소개



비틀거리는 삶을 일으킨 위로와 치유의 독서기. 저자 니나 상코비치는 사랑하는 언니가 죽은 후, 3년 간 슬픔을 잊으려고 바쁘게 살았다. 그래도 허무함만 남던 어느 날, 400쪽이 넘는 책을 하루 만에 읽고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이 든다. '하루에 한 권, 마법 같은 독서의 한 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숙명적인 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이유를 알려준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시작으로 언니를 먼저 보냈다는 죄책감을 떨치게 해준 <우연히>. 과거의 사랑을 추억하고 지금의 사랑은 인정하게 해준 <사랑의 역사>, 그리고 독서의 한 해가 끝날 무렵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던 톨스토이의 <위조쿠폰>까지, 날마다 책 속 인물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들이 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시련을 넘어왔는지 관찰했다. 여기에 실린 365권에 대한 이야기는 마음 속 상처를 다스리고, 풀어낸 치유의 기록이다. 

보랏빛 독서 의자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책만 읽었던 1년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저자는 바쁜 나날에서 잠시라도 떨어져 나와 쉬는 것만으로도 뒤집어진 삶의 균형을 복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오후의 뜨개질, 나홀로 산책일 수도 있고, 혹은 저자처럼 홀로 책 읽는 시간일 수도 있다. 공감의 힘이, 위로의 장소가, 즐거운 지적 자극이 필요한 이들이라면 '혼자 책 읽는 시간'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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