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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지다 - 상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2월
평점 :
진정한 무사도란 무엇인가?
껍데기를 벗자.
없는데 있는척 하지 말자.
누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칠 것인가?
1800년대 일본의 정권을 둘러싸고 진보(쿠데타세력)와 보수(막부)의 대결 구도 속에서 결국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없는 자' 신센구미.
요시무라 간이치로, 가이치로, 오노 지로우에몬, 치아키, 사스케. 히지카타...
책을 읽는 내내 장면이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처참한 모습으로 오노 앞에 나타난 요시무라로 시작하여 여러 화자의 회상 씬으로 이어가는 구도는 영화보다 더욱 영화같았다. 우리나라를 침략하던 시절에 신센구미 출신 생존자들의 회상들이 다각도로 이어진다.
모든 장면들이 다 인상적이고 흥분하게 만들었지만,
처음에 할베가 비오는 날 주점에서 막차도 끊겨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 주점에 너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빗소리와 그 냄새도 느껴지는 것만 같다.


책 소개 from 알라딘
영화 '철도원', '파이란'의 원작자로 유명한 아사다 지로의 장편소설. 구상에서 집필까지 20년이 걸린 필생의 역작으로, 일본에서 13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13회 시바타 렌자부로 상을 수상했으며, 27회 일본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동명 영화(한국 제목 '바람의 검 신선조')의 원작이다.
작가는 생생한 묘사를 위해 주인공 요시무라 간이치로의 고향으로 설정된 모리오카를 봄, 여름, 가을, 겨울별로 답사하여 자연경관의 변화와 유적지를 살피고 사투리를 배우는 한편, 전투 상황을 실감나게 그려내기 위해 1860년대 교토, 오사카 고지도까지 살펴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한 역사소설에 그치지 않는다. 칼과 무사 이야기라는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그의 작품 바탕에 흐르는 공통된 정서-생존경쟁에서 밀려난 존재, 주류에서 소외된 집단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무한한 애정이 글 전체에 배어있기 때문.
기존의 작품들이 답습했던 '무사도를 위해 장렬하게 목숨을 바치는' 근엄한 사무라이 대신, 가족을 지켜주기 위해 어떤 고통이든 감내하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무사도가 아니냐고 주장하는 어수룩한 촌뜨기 무사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주인공 요시무라 간이치로는 어수룩하고 우직한 무사. 천왕을 받들고 서양 오랑캐를 몰아낸다는 명목으로 상경(무사가 원적지를 이탈하는 것은 중죄로 간주되던 시절), 신센구미 대원이 되었으나, 사실은 가족이 먹고살 길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의 유일한 바람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 고향에 두고 온 처자에게 보내는 것. 하지만 입에서는 공자님 말씀이 술술 나오고 귀신이라 불리는 놀라운 칼솜씨를 지녔어도, 그는 돈벌이에 환장한 타락한 사무라이라며 동료들에게 멸시받는다.
신센구미는 눈부신 활약을 보였지만 정치적 상황은 점점 불리해지고, 마침내는 일본 근대사를 바꿔놓은 1868년 도바 후시미 전투에서 천왕을 거역한 역적군으로 몰리기에 이른다. 그런데 패주하는 전선 한가운데 뛰쳐나온 요시무라 간이치로, 바로 그 돈벌이에 미쳤던 사무라이가, 결정적 순간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의를 위해 싸운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적진으로 뛰어든 것이다.
<칼에 지다>는 이 장면에서 반세기 후, 한 신문기자가 알려지지 않은 이 신센구미 대원과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청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요시무라와 그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가슴속에 품었던 '진정한 의', '사람으로서 걸어야 할 길'에 대한 투박한 미학이 담긴 소설.

수상 :
2008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1997년 나오키상
최근작 :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아사다 지로의 처음이자 마지막 인생 상담>,<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마무리> … 총 288종
소개 :
도쿄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9살에 가정이 몰락 한 후 야쿠자 생활을 하였다. 이후 자위대 입대, 패션 부티끄 운영, 다단계 판매 등 다채로운 직업에 종사하였다. '몰락한 명문가의 아이가 소설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글을 읽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였다고 한다. 1991년 36세의 늦은 나이에 야쿠자 시절의 체험을 그린 『빼앗기고 참는가』로 데뷔하고, 1995년 『지하철』로 요시가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 1997년 『철도원』으로 나오키 상, 2000년 『칼에 지다』로 시바타 렌자부로 상, 2007년 『오하라메시마세』로 시바 료타로 상, 2008년 『중원의 무지개』로 요시가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철도원』, 『천국까지 100마일』, 『창궁의 묘성』, 『프리즌 호텔』, 『지하철』, 『낯선 아내에게』, 『활동사진의 여자』, 『장미 도둑』, 『파리로 가다』, 『칼에 지다』, 『오 마이 갓』, 『월하의 연인』,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슈샨 보이』,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중원의 무지개』, 『가스미초 이야기』 『온기, 마음이 머무는』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양윤옥
최근작 : <글로 만나는 아이세상> … 총 232종
소개 :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 번역으로 2005년 일본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대표적인 역서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여자 없는 남자들》, 히가시노 게이고의 《메스커레이드 호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지옥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 《칼에 지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마타요시 나오키의 《불꽃》, 오카자키 다쿠마의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시리즈, 가와무라 겐키의 《억남》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