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관 약전(略傳)
성석제 지음 / 강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하하 할아버지가 손자한테 이야기 해주시듯한 느낌이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하며 대책없이 마을 사람들한테 피해만 주는 게을러터진 인간 말종같은 똥깐. 그런 똥깐에게도 저 깊숙한 곳엔 사랑이 있나보다. 그냥 보통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특별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는데, 어쨌든 무능력하고 우스꽝스러운 공권력을 보기 좋게 비웃고 깔아뭉개는 똥깐, 조동관. 그의 너무나도 짧은 인생 일대기이기에 조동관 약전. 결국 힘 없는 일반인에 의해 '경찰'도 좀 더 나은, 치안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경찰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인 듯 하다. 문체가 남다르게 읽는 내내 키득키득거리게 만든 단편이었다.





책 소개 from 알라딘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성석제의 소설집. 97년에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란 제목으로 나왔던 책을 새롭게 펴낸 개정판이다. 4년의 절판 기간 동안에도 꾸준한 문의가 들어왔을 정도로, 성석제 매니아 사이에서 높이 평가받는 작품집이다.

"똥깐의 본명은 동관이며 성은 조이다. 그럴싸한 자호(字號)가 있을 리 없고 이름난 조상도, 남긴 후손도 없다"로 시작되는 표제작 '조동관 약전'은 제목 그대로 조동관이라는 사람의 일생을 간략히 정리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조동관은 위인전에 나오는 위인이나 영웅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시골 소읍의 깡패일 뿐이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온갖 개망나니짓에다 마구잡이 행패와 드잡이질로 깡패의 명성을 쌓아온 똥깐이라는 인물의 짧은 일생을 포복절도할 이야기 솜씨로 풀어놓는다. 예를 들면, 도망간 마누라를 잡으러 나왔다가 실패하고 돌아오는 길에 역전 파출소 유리창을 모조리 작살낸 똥깐이 재판을 받고 최종적으로 가게 된 곳이 '소년범을 수용하는 교도소'였다는 식으로.

이번 소설집에는 그밖에도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단편 '유랑'을 비롯해 '경두', '이인실', '통속', '고수' 등 모두 아홉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유머와 기지가 넘치는 성석제 특유의 입담을 만나볼 수 있다.



목차


개정판 서문

조동관 약전(略傳)
경두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
이인실
통속
유랑_취생옹(醉生翁) 첩실(妾室) 하세가와 도미코의 봉별서(逢別書)
고수
칠십년대식 철갑
비밀스럽고 화려한 쌍곡선의 세계


해설·이광호|서사는 가끔 탈주를 꿈꾼다


경두


불쌍한 경두. 부모에게 버림 받고 친구에게 버림 받고 그 또래의 아이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사랑과 대접을 전혀 받지 못했지만 그 녀석은 아무도 버리지 않았다. 화자는 얼마나 딱했는지 말끝마다 경두, 경두, 경두라고 불러댄다. '조동관 약전'을 쓴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다른 문체이다. 불쌍한 경두. 결국 자유의 세계로. 그렇게 좋아하는 불달린 오토바이를 타고 자유를 향하여 달리고 또 달려라! 경두보다 더 아픈 환자인 화자는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더 가슴이 아프다. 삼촌. 그도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것일 진대 마지막 남은 양심까지 다 팔아치워버리면서까지 사는 것이 이젠 어떻게 보이든 아무 감각이 없다. 힘이 있는 자와 없는 자. 잘 사는 자와 못 사는 자. 보호 받는 자와 보호받지 못하는 자. 그것은 상대적이다. 정치인이건 하층민이건 상관이 없다. 그저 내 밥 그릇을 위해 눈에 뵈는 것이 없는 똥파리만도 못한 못된 습성을 가진 것이 인간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그랬던가. 그런 면도 있겠지. 너와 내가 아닌 나 자신만 세워 놓고 봐도 내 안에 득실거리는 오만가지 다중 인격들. 그 안에서 선한 내가 이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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