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지혜정원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스타샤...


우크라이나의 그 여성의 이름은 나스타샤.

7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을 읽는동안 나는 캐나다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았다. 매우 긴 영화, 아니 미니시리즈를 보는 듯한 장편소설 나스타샤. 내용은 숨가쁘게 진행되지 않았다. 주인공은 캐나다 유학생활이 곧바로 현지에서 교수로 이어지면서 조국에서는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철저히 제한하며 나약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살았다. 십 년이 넘는 캐나다에서의 삶 속에서 그는 다민족 사람들이 많은 현지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생각을 매우 천천히 현지 환경과 함께 묘사해 간다. 그래서 처음에는 참 진도가 나가기 어려웠던 것 같다. 저자의 철학을 많이 공개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캐나다가 그런 나라인 줄 조금 알게 되었다.

춥고 겨울이 매우 긴 나라.

호수가 엄청 많고 거의 전 국민이 낚시를 스포츠처럼 즐기는 나라.

마을 사람들이 서로 가족처럼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이민자가 오면 생활에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서로 잘 통할 수 있는 마을 사람 중 한 사람이 호스트가 되어주어 여러가지 도움을 주는 나라.


몇몇 민족의 기질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엿볼 수 있었다. 그 민족의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물론 그런 고정관념이 선입견이었다는 것도 나중에 경험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그 나라 민족 특성의 단점이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매우 민감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유태인에게 독일을 용서하라고 말한다. 적어도, 일제시대의 전범자들의 후손이 현재 일본 정치를 이끌어가고 있고 아직도 반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 일본과 다르게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았던가.


책을 보는 내내 여러 호수를 다니며 낚시 경험도 전혀 없는 내가 마치 낚시를 다니며 즐기기까지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겨울이 길어 미끼로 많이 사용되는 지렁이도 매우 부실하고 공급되는 때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캐나다에서 한국에서 책을 빌려 지렁이 양식을 하고 사업을 일으키고 성공시키는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조지는 정말 똑똑하고 남일을 남일보듯이 하지 않는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그곳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애썼을 뿐 결코 차가운 사람이 아니다.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절대로 자기 자신을 학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교수라는 직업을 매우 상류층의 직업으로 특화시키려는 사람들을 경계한다.


매우 긴 시간동안 캐나다에서의 삶, 주변 환경, 주변 인물에 대한 묘사를 끝내고 드디어 커피숍에서 만나는 불쌍한 우크라이나 여성, 나스타샤. 고국에서 수많은 학대와 고통과 상처로 젊음이 송두리째 얼룩지고 사랑하는 하나뿐인 아들과 남편을 잃어버린채 골반은 조각나고 틀어지고 온몸 곳곳에 상처를 간직한 채 간신히 삶을 연명하여 캐나다로 이주하게 된 나스타샤. 캐나다 내에서도 우크라이나 사람들로부터 발각되어 죽게될까봐 커피숍에 몸을 숨긴채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닌 채로 모든 희망을 잃어버리고 무의미하게 목숨을 이어가고 있을 때에 외롭게 사는 조지의 눈에 들어오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사랑하게 되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나스타샤를 고통 속에서 건지고 삶다운 삶을 되찾아 준다. 그녀의 가족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주게 되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진정 사랑하기에 가족에게 그녀를 돌려주려고 한다.


하지만 나스타샤에게는 자식을 찾았어도 조지 없는 삶은 무의미하고 자신이 조지에게 짐 밖에 되지 않다고 판단하고 결국 조지를 위한다고 자기의 목숨을 버리게 되지만...

무엇이 그들을 위한 판단이었단 말인가.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생각은 너무 지나치게 되고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되고 이 세상에서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없게 되고 만다.


나스타샤를 잃어버리고 폐인이 된 조지는 나스타샤에 대한 추억과 그 핏줄 아니카를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서게 되지만, 진정 사랑한다고 생각해서 내렸던 그 판단은 결코 서로를 위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던 것 같다. 


책을 보는 내내 나의 상황을 투영시킬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 앞에 놓인 난제들을 나는 극복하기 위해서 어느 길로 들어서야 할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삶을 되찾기 위해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그렉과 같은 친구가 나에게도 있으면 참 좋겠다. 나는 비록 한국에 있지만 저멀리 캐나다에서 극도의 외로움을 겪는 조지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만 같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렉과 베시, 닉스, 데이비드와 웰드릭 마을 사람들, 토론토 대학의 유태인 동료 교수 매튜. 나스타샤의 남편 보리스와 아들 아니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멜리사, 낚시, 커티지와 자가 개발한 발전소 시스템, 지렁이 사업, 블리자드 눈 폭풍. 조지수의 이 책 덕분에 나는 긴 캐나다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다. 자신을 사랑한 매력적인 여성 멜리사의 청혼을 거절하는 조지. 보통 사람이었으면 감사하게 청혼을 받아들였겠지만 죽도록 사랑하지 않는 채로 이어지는 결혼생활이 결국 멜리사에게 상처로 돌아갈거라면서 매우 이성적으로 거절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조지수의 다른 소설도 꼭 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엔 무슨 생각들을 나열했을까 궁금하다.






 최근작 :<유감이다>,<원 맨즈 독 One Man's Dog>,<나스타샤> … 총 4종 (모두보기)
 소개 :오직 글로써 모든 것을 말하는 작가. 철학, 예술, 역사, 논리학, 언어학 등 다양한 인문 분야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이미 스무 권이 넘는 인문서를 집필한 비교적 잘 알려진 작가이다. 조지수라는 필명으로는 장편소설 『나스타샤』, 산문집 『원 맨즈 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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