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동정 없는 세상 (개정판) -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문학동네작가상 6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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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하자"로 시작해서 "한번 하자"로 끝난다. ㅎㅎ


소설의 처음.

"한 번 하자" "싫어"


헐...뭔가 끌리는 이 짧은 대화로 시작하는 이 소설을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오전에 잠깐 보고 취침 전에 단박에 끝내게 되었다. 수능을 끝낸 십 대 소년이 겪는 性에 대한 갈망, 욕구 등에 대한 참으로 유쾌한 소설이었다고 생각된다. 


'동정 없는 세상' 이라는 제목만 보았을 때 당연히 동정이 同情인줄 만 알았는데 그 동정이 童貞인가 보다. 아니 두 가지 뜻을 모두 내포한 말장난 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이 해소할 데 없이 욕구 넘치는 십대의 이야기를 이끌어갈까 식상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외설스럽겠거니 했는데 전혀 외설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유쾌하고 건전하다고 생각되었다. 특히 우리 나라의 부모와 자식이 서로 터놓고 얘기하기 껄끄러운 문화속에서 둘이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교육적이라고까지 해야할까.


보는 동안 코믹 영화를 보듯이 혼자서 큭큭 웃기도 여러번 했던 것 같다.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관문을 혼자가 아닌 둘의 성관계라고 굳게 믿고 친구들처럼 20대가 되기 전에 어떻게든 그 관문을 통과하려 애쓰는 준호가 귀엽고 공감도 많이 갔다. 그저 그 욕구 충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앞 뒤 안가리는 것이 아니고 나름 역사적인 인물들의 첫 경험 시기를 들어가는 등 자신의 노력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 근거를 준비하고 조사한 흔적들도 놓고 보면 남다른 청소년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작가는 이미 어른이고 그 나이에서는 하기 힘든 생각과 경험을 거친 상태에서 십 대를 엿본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존재하지 않는 아빠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연속극이었다면 부둥켜 안고 울고 불고 했을테지만 현실이기 때문에 전혀 그렇지 않은 대목에서는 정말 현실적이다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엄마 품을 파고드는 모습이나 자신이 결론을 도출해가는 과정과 결과를 놓고 보면 비현실적이다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서울대 법대까지 나왔지만 놀고있으면서 준호의 최고의 인생상담사가 되어주다가 보통 사람들의 선입견을 무시하고 어린 시절의 꿈을 좇아 결국 만화가게 주인이 된 삼촌. 남편 없이 재혼도 마다하고 자식과 동생을 먹여 살리느라 정신 없지만 자식이 공부를 잘 하건 못 하건 관심없고 그저 건강하게 잘 커오는 동안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하는 엄마. 결국 준호는 그렇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통과하려던 그 '관문' 너머에 아무 것도 없지 않을까라는 걱정과 두려움을 가지기 시작하고 결국 영혼 없는 섹스가 얼마나 덧없고 사랑의 결과물로서의 육체적 결합이 정말 중요하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대화들을 들여다 보면 현실에서는 저렇게 길고 논리적으로 말 하지는 않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생각을 표현해 내기 위해서 등장 인물들이 길게 주고 받는 대화들을 요약 정리해서 보여주려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同情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서울대 법대 출신의 만화가게 주인 삼촌과 동네 헤어디자이너로서 홀로 서 있는 엄마가 있는 가정은 준호에게는 동정없는 세상이라기 보다는 유토피아가 아닐까...

때 되면 따뜻한 밥 차려주는 집 놔두고 가출하는 녀석들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잘 자란 준호는 착한 녀석이다! 


잘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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