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킵 비트! 14
나카무라 요시키 지음 / 시공사(만화) / 2006년 12월
평점 :
그리고 앞으로 계속 실망할까봐 걱정이다.
쿄코와 렌, 쇼의 삼각 러브 모드가 슬슬 진행되기 시작한 이 14권. 물론 재미있고, 웃기고, 본전 생각 없이 다음 권을 기다리게 하는 매력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질질 끈다는 느낌이 강하다. 감정발전이 너무 느리다. 이 정도 멍석을 깔아주었으면, 쿄코도 이제 렌이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 때도 됐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설마 이 남자 날 좋아하나? 아니겠지?'정도는 쿄코 혼자 충분히 생각-혹은 상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13권에서 '나,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렌씨에게 미움받고 있는 게 아닌 거 아닐까?'쯤 갔던 상태라면, 그리고 쿄코가 제일 잘 하는 것 중 하나가 망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무리 감히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구름 위의 존재라고 해도, 최근의 상황을 감안하면 전혀 이상할 것 없지 않나? 렌의 -무의식중의- 작업모드행동을 쿄코는 전부 자기 혼자 멋대로 두근거린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그렇다쳐도, 남들한테 안 보여주는 모습을 실컷 봐놓고도 그저 호감수준으로 생각하는 것조차 긴가민가한다면, 좀 심하다고 본다.
주인공 쿄코의 감정 캐치가 이렇게 느리다면 렌 혼자 복장 터질 것은 불 보듯 뻔하고(이미 터지고 있긴 하지만), 그 인간 말종 쇼타로-_-가 자신이 쿄코에게 준 엄청난 상처는 생각도 하지 않는 듯 너무나 염치없고 뻔뻔하게 렌의 라이벌 자리를 꿰찰 것으로 예상되는 그 물밑 작업이 눈에 보여 그것이 참...답답하고 화가 난다.
자격도 없는 주제에, 과거에 대한 사과도 없이, 너무나 당연한 듯 휘젓는 모습(개인적으로 이게 제일 열받았다)이나, 아닌 거 알고 아니라고 하면서도 어느 새 휘둘리는 거나 마찬가지인 모습이나, 누구와는 또 완전 반대로 과거에 매여서 속만 태우는 모습이나, 짜증나긴 매한가지다. 15권 내용의 연재분에서 보여주듯, 렌이 나름 노력을 보여도 쿄코가 이렇게나 꽉 막혀서야 결국은 제자리인 것이다. 물론 그 제자리걸음에서도 흐뭇한 광경이 연출된다 해도 수저로 불끄기요, 일시적인 위로(...)일 뿐.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전부 렌이 마음고생 심하게 하는 게 싫고, 쿄코와 잘 되는 모습이 보고 싶고, 쿄코의 복수가 최상의 상황에서 완성되는 것이 하루빨리 보고 싶은 열혈 팬의 투정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전부 감안하고서도, 작가가 괜히 안 가도 될 가시밭길 더 만든다는 느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중 제일 보기 싫었던 한 권이다. 상당히 과도기적인 중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