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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팔가 광장 앞 그 미술관 - 유럽 미술관 여행, 마음에 머문 그림들 ㅣ 유럽미술관 가이드북 1
엄미나 지음 / 시그니처북스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제목은 책의 첫인상이며, 가끔은 표지를 대신하는 얼굴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트라팔가 광장 앞 그 미술관'은 내가 여태 봐왔던 책들 중 손에 꼽힐 정도로 멋진 인상을 갖고 있었다.
우선 그 목적지인 런던 내셔널갤러리를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으며, 런던에 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 미술관이 어딘데?'라는 궁금증을 주는 동시에 런던에 갔던 사람들에게는 트라팔가 광장의 전경과 그 뒤로 자리한 고전주의 양식 건물을 연상시켜서 당시의 추억까지 돌이켜보는 소중한 기회를 준다. 또한 내용으로 말하자면, 단순히 '내셔널 갤러리에 걸린 명화 소개'가 아니라 내셔널갤러리가 어떤 미술관이며 그곳에 가면 볼 수 있는 명화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니, 이 책의 주인공은 진정 제목 그대로 '트라팔가 광장 앞 그 미술관'인 것이다.
특히 나는 운좋게도 올해 1월부터 후자의 경우에 포함되는데, 세상 모든 미술관을 가본 건 아니지만 여기가 내 인생 미술관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았던 바로 그 미술관을 담은 이 책을 만나서 너무 기뻤다. 이 책 덕분에 내셔널갤러리의 모든 것, 즉 미술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일들을 거쳐 지금처럼 런던, 나아가 세계를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하나가 되었는지, 어떤 명화들이 -심지어 어느 위치에- 소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사실 그림 전부를 담은 게 아니기에 '모든 것'이란 데엔 어폐가 있긴 하지만.) 그림 또한 작가와 그림의 배경, 그림 자체의 세밀한 분석도 언급하고 있어 이 책은 독자에게 마치 미술관의 엄선된 도록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 책을 시작으로 '미술관 시리즈'가 이어질 예정이라 하니 하나씩 모으면서 세계 미술관 탐방을 하고 싶은 욕심도 들게 했다.
다만, 너무나 아쉬운 점이 있는데, (그 많은 명화들 중 고작 스무 점밖에 소개가 안 된 건 필연적인 일이니 어쩔 수 없고) 표지의 그림이 미술관 전경이었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 시리즈라는 테마에 부합할 뿐더러 제목과도 잘 어울리고 그림만이 아니라 내셔널 갤러리에 대한 것을 알려주는 내용과도 일치했을 텐데.
아니, 그림 중 하나를 선정하더라도, 다른 그림이면 어땠을까. 왜 하필이면 선정된 그림들 중 가장 쾌락적인 그림을 골라 넣었는지 모를 일이다. 물론 의미가 있는 그림이지만(의미가 없는 그림이 있겠냐마는), 이 선택된 그림이 내셔널갤러리를 대표한다고 공인된 것도 아닌데 굳이 이 그림이어야 했을 이유가 있을까 싶다. 오히려 일부러 선정적인 장면을 골라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는 (불필요한) 의도가 있지나 않은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라도 꽂혀 있으면, 그림을 모르는 학생들이나 사람들이 이 표지를 한눈에 봤을 땐 제목이나 수록된 명화 리스트보다 노골적인 나체가 그려진 그림이 이 책의 첫 인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 하나가 정말, 너무나 아쉽다.
* 이 리뷰는 도서 선정 이벤트를 통해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그러나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솔직한(개인적인) 감상임을 꼭 밝히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