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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명은 가족 - 어느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걸까?
류희주 지음 / 생각정원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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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류희주씨가 쓴 솔직담백한 정신과 이야기. 류희주 작가는 가족은 때때로 정신질환을 낫게 해주는 둥지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신질환을 촉발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족쇄(p7)가 되기도 한다며 독자 스스로 가족이 둥지일지, 족쇄일지를 판단하라고 주문한다.
류희주 작가는 본인이 접한 정신과적 다양한 사례들을 소설처럼 엮어 우리에게 들려준다. 여기에 정신질환의 진단과정과 다양한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정신과적 학술 정보까지. 알코올 의존, 거식증, 망상장애와 치매, 지적장애, 조현병, 공황장애, 사회공포와 우울, 신체증상장애에 대해 이처럼 쉽게 대중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책을 술술 읽어내려가며 정신과 사용설명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류희주작가는 정신질환의 진단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정신과의사가 갖게 되는 고충과 갈등, 의문들도 솔직하게 서술하고 있다. 정신질환과 정신과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정신질환의 요인을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정신질환의 책임을 어느 누구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며 생생한 사례를 통해 이를 알려준다.
류희주작가는 사이코시스(정신증)와 뉴로시스(신경증)의 구분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정신증의 결정적인 요소는 현실검증력(p91), 신경증의 증상은 주로 불안 증세를 중심으로 발현하며 증상 또한 이해할만하다(p91)라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정신증 진단으로의 기준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작가는 이에 대한 답을 뚜렷하게 내리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공포와 불안은 실체가 있는 것인가? 자신에게 상담을 요청한 한 지인의 공황장애와 어느 지인의 사회공포와 우울을 상담치료하면서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들이닥친 신체증상장애로 인해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 조금씩 나아진 후 이렇게 고백한다.
‘마케팅으로 우울감이 과대 포장된 탓도 있고 감정이 상업화된 탓도 있지만, 불안과 우울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현실이 되었다...... 우울과 불안은 인간을 비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겸허하게도 만든다. 언제가 한 번은 찾아올지도 모르는 반갑지 않은 손님, 우리의 약한 고리가 터질 때를 노리고 있는 영악한 감정.’p419
그렇다면 우리가 만났거나, 만날지도 모를 불안과 우울의 감정, 명확하지 않은 감정들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제목의 부제처럼 ‘어느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걸까?’. 감정의 기원을 마주하려는 노력, 한편으로는 감정을 딛고 일어서려는 현실적인 노력이 함께 할 때 치유가능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