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정판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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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섬>, 김화영 옮김, 민음사
장 그르니에 선집 1번

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베르 카뮈의 고등학교 스승이라던 장 그르니에의 선집 1권을 도서관에서 발견해 우연히 읽어 보았다.

한국에서 프랑스 문학 번역 권위자 김화영 교수님이 작업을 맡으셨고-애초에 이 분은 카뮈 전집을 단독 번역하신 분이시기도 하니 더욱더 관심이 갈 수밖에...-책 뒷면에 민음사 박맹호 회장님과의 이 책의 출판 일화(혹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서 굉장히 호기심있게 읽었다. 최근에 별세하신 민음사 박맹호 회장님의 자서전도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단편 에세이 중에서 재밌었던 작품 세 편을 꼽자면 [공의 매혹], [고양이 물루], [이스터 섬]
[공의 매혹]은 살짝 어려웠지만, 내가 좋았다고 느끼는 부분을 필사해 가져와 보겠다.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다른 수많은 순간들의 퇴적 속에 깊이 묻혀 있다. 다른 순간들은 그 위로 헤아릴 수 없이 지나갔지만 섬뜩할 만큼 자취도 없다. 결정적 순간이 반드시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유년기나 청년기 전체에 걸쳐 계속되면서 겉보기에는 더할 수 없이 평범할 뻔인 여러 해의 세월을 유별난 광채로 물들이기도 한다. 한 인간의 존재가 그 참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점진적일 수도 있다. 저 자신 속에 너무나도 깊이 꼭꼭 파묻혀 있어서 도무지 새벽빛이 찾아들 것 같지가 않아 보이는 어린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이 문득 수의를 벗으며 나사로처럼 일어서는 것을 보면 우리는 의외라는 듯 깜짝 놀란다. 그런데 사실 그 수의란 다름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배내옷이었던 것이다.“

[고양이 물루]에서는 화자가 고양이를 키우며 마주하게 되는 상황, 느끼는 생각들이 여럿 담겨 있는데,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했다.

[이스터 섬]은 건강이 점점 나빠지는 정육점 아저씨의 삶과 그것을 바라보는 화자의 심경이 너무 가슴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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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독본 - 미시마 유키오 소설론 미시마 유키오 문학독본 2
미시마 유키오 지음, 강방화.손정임 옮김 / 미행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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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문장독본>보다 글 읽는 난이도가 좀 올라간 감이 있다. 여러 에세이 중에 [작가에 뜻을 둔 사람을 위해], [나의 소설 쓰기], [나의 창작 방법], [법대 출신과 소설]은 글 쓰기에 뜻이 있는 사람은 재밌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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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센의 읽기 혁명 - 세계 최고의 언어학자가 들려주는 언어 학습의 지름길
스티븐 크라센 지음, 조경숙 옮김 / 르네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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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책에서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비슷한데, 한 가지로 크게 정리하면, 읽기는 모국어든, 외국어든 간에 언어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일단, 유년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책을 좋아하게 될 수 있는 유인은, 집 주변에 공공도서관이 얼마나 제대로 활성화돼있는지가 중요한데-지역별 삶의 격차, 소득 수준의 차이에 따라 공공도서관의 장서수나 전문적인 사서의 유무가 크게 좌우한다-그것이 10대의 독서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중산층이나 굉장히 잘 사는 가정이 모인 동네는, 공공도서관에 장서가 굉장히 많고, 석사 이상의 사서분들도 많고, 또한 대부분 간과하는 도서관 운영시간, 한 번에 대출 가능한 권수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고 한다.

특히 저소득층이 주로 살고 있는 동네에서의 지역도서관은 도서관의 운영요일이 1주일에 2~4일 정도라거나, 운영시간도 중산층~고소득층이 모여사는 동네의 도서관에 비해 상당히 짧았는데, 그 차이 하나만으로 어린 학생들의 도서 대출비율이 상당히 작았고,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의 성적 수준도 낮은 수준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확인했다. 집에 책이 어느 정도 있는지도 유년 시절과 이후 성인이 됐을 때 책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하는데,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집에 책이 굉장히 많은 편이었고, 책을 싫어하는 학생들의 경우 집에 책이 다소 적은 편이었다.

이 부분에서 고소득층 자녀와 저소득층 자녀가 또 갈리게 되는데, 고소득층 자녀의 주변 동네는 인근에 대형서점, 특화서점 등이 많아 자신이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쇼핑하고 구입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진 반면, 저소득층 자녀들은 동네 인근에 서점이 썩 많지 않아, 자신이 원하는 책을 구하기 굉장히 어려워하는 점을 발견했다.

저학년 아이들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에, 자신의 수준에 맞든 안 맞든, 모국어로 된 책을 읽는 데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런 책들을 아이가 여럿 읽게 되면, 빠른 시간 내에 성적이 상당히 좋아지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자녀가 어렸을 때, 부모가 책을 자주 읽는 경우에 자녀도 책을 좋아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도서관을 함께 데려가는 경험 딱 한 번만으로도 자녀는 앞으로도 책을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라 권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부모 자신부터 자녀가 보는 앞에서 꾸준히 책을 읽는 경험이 중요해 보인다.

자녀가 아기일 때부터(생후 5~6개월 정도-라고는 하는데 내 생각에는, 굳이 6개월이라고 딱 정해져 있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태어난지 얼마 안 돼서 읽어주는 것도 굉장히 좋다는 생각이 든다.)에 부모가 번갈아가며 책을 소리내 읽어주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록, 아기가 이후 아이가 되어 똑똑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될 확률이 커진다고 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 수록, 독해력, 읽기, 쓰기, 자신의 생각 명료하게 말하기 능력 등이 좋아진다고 한다.

외국어로 된 책을 읽고 싶을 때 굳이 쉬운 책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자신의 흥미를 유발하고, 관심있는 분야라면 충분히 괜찮다고.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계기가 되는 방법 중 하나는 진입장벽이 낮은 만화책 읽기가 있어서 신박하다고 느껴졌는데, 모국어든 외국어든 상관 없이, 만화책을 여럿 사서 읽게 되는 경우에 읽기와 쓰기 능력이 향상되고, 더 나아가 만화책 읽기가 이후에 문학이나 논픽션을 좋아하게 될 수 있는 교량 역할을 해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모국어 학습에 있어서 책을 읽기만 하는 것도, 글을 쓰는 데에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반드시 글을 쓰는 시간을 학생들에게 많이 할애시킨다고 해서, 학생들의 전반적인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라고 책에 쓰여진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연구원들의 주장이 있었다.

잠들기 전의 침대에서 책 읽기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기쁨과 즐거움을 상당히 촉진시킨다고 책에 적혀 있는데, 부모가 자기 전 침대에서 책 읽기에 대해 강압적인 반대를 하는 경우보다, ‘괜찮으니 읽고 싶으면 읽어도 된다’라는 입장을 가진 부모의 자녀들이 책을 좋아하고, 몰입해서 책을 읽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시도해볼 외국어 독서는, 일본어에서는 원서로 된 만화책을 읽는 것, 영어에서는 분량이 많고 문장 구조가 어느 정도 복잡한 픽션/논픽션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 위주로 읽어볼 것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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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제안들 31
에두아르 르베 지음, 한국화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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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말할 때, 그들은 너의 죽음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 다음,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p.36~37) 이 작품을 쓴 작가 르베는 이 책의 원고를 편집자에게 넘기고 10일 뒤 자살했고, 이 책이 몇달 뒤 출판됐을 때, 사람들은 이 책에 대해 말하면서 이 자살 ‘사건’에 대해 언급한다. 결국 르베가 써둔 p.36~37에서의 예언은 적중했다. 책 전체적으로 줄거리는 없다. 작가 르베는 작품에 줄거리를 적는 일을 거부했고, 모든 문장엔 각각의 모든 사실만이 위치할 뿐이다. 작품 내에서는 ’나‘가 말하는 ’너‘가 중점적으로 서술돼있고, ‘너’에 대한 특징들이 사전적으로 나열돼 있다. 책 페이지를 넘겨 가면서 우리는 ’너‘ 라는 존재의 특징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너‘가 가졌던 고상하다 싶은 취미, 습관, 행동, 생각, 생활 패턴, 루틴 등을 파악하고 나면, ’나‘와 ’너‘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작품 내에서의 특정 일화 중에서 ’너‘는 분명 혼자 여행을 떠났다고 서술돼 있는데, 그것에 대해 ’나‘는 이상하게도 구체적으로 이것저것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독자인 우리들은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가가 ’너‘가 사실은 ’나‘의 분신이라는 것, 그 사실이 되는 심증과 물증들을 여기저기 흩뿌려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페이지를 처음부터 넘겨가며 초반엔 ’너’와 ‘나’ 사이의 관계성을 생각하게 되지만, 책을 다 읽을 즈음엔 ‘너’와 ‘나’의 동일성에 대해 생각하고, 더 나아가 자살이라는 것에 대해 본질적으로, 그리고 실존적으로 생각해보며 살며시 책을 덮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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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상가 이건희
허문명 지음 / 동아일보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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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부터 <경제사상가 이건희>-허문명 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님에 대한 여러 가지 굵직굵질한 일화들을 주변 핵심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풀어나가는 짧은 평전이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시대를 바라보는 회장님의 통찰력과 혜안이 몇십년씩이나 앞서갔을 정도로 회장님이 여러 다양한 부문에서 뛰어나셨음을 느끼게 된다. 오죽하면 임원분들도 회장님의 생각을 빈번하게 따라갈 수 없었고, 의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회장님의 의사와 반하는 일들을 했었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30년 전에 중앙일보 기자분들께는 ‘’이제 곧 종이가 사라진다는데, 그에 따라 신문사에서는 어느 정도 대비나 준비가 되어있으시냐‘’ 라고 화두를 던져, 그들을 ‘엥?’하며 당황하게 만드셨고(2022년 현재, 신문 구독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사람들 대다수는 종이 신문보다는 디지털 뉴스를 보고 있다)

‘2차 산업과 3차 산업이 저물고 있고, 또한 세계 산업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무게추가 기울 것이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훨씬 더 중요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고 25년 전부터 쭉 삼성그룹 임직원분들께 누차 반복해서 얘기해 전 임직원들을 아리송하게 했으며,

이전 삼성카드 사장님께는 ‘’카드업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뒤, ‘’카드업은 물장사와 같다. 외상관리가 핵심이고, 우리가 빌려준 돈을 최대한 많이 회수(상환받을 수 있는 것)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채권관리가 잘 되어야만 한다. 아무에게나 무차별적으로 카드 발급을 해줬다가 대다수가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처해진다.‘’고 간단명료하게 카드업을 요약하신 바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나 다른 뛰어난 기술들이 요즘의 수준만큼 뛰어나지 못할 때, 이건희 회장님은 ‘’뛰어난 사람들이라면 사장단의 3~5배가 넘는 연봉을 줘서라도 모셔 와라‘’ 라고 할 정도로 인재를 찾는 데에 혈안이셨고, ’인재 한 명이 10만명을 먹여살린다‘ 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삼성전자의 불량율이 6% 정도일 때, 업계에서 이미 퍼져있던 ’양으로 승부한다‘는 공식을 ’양보다는 질‘로 바꾸는 데에 상당한 고생을 하신 것 같다. 사장단들조차 양이 우선이라고 간언하는데, 불같이 화를 내시며 질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일화도 있었다.

이렇게 질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도, 전 임직원들이 자신의 뜻을 몰라주자, 삼성의 전 임원들을 프랑크푸르트의 호텔로 모아 원고도 없이 10시간이 넘게 회장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거기서 나온 말이 ’마누라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이기도 하다. 그 때 자리에 계셨던 여러 임원분들의 말을 종합하면, 계열사 대표들조차도 자세히까지 모르는 내용들을 속속들이 알고 계셔서 상당히 놀랐다는 눈치였다고 한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 핸드폰에 불량율이 너무 높자, 핸드폰 ‘애니콜’ 화형식을 벌이심으로써,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전 임직원들에게 <양보다는 질>이라는 키워드를 각인시키려고 노력하셨음이 느껴졌다.

주로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시며 하루에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잡지, TV등을 보셨던 양과 그것을 통해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었던 정보의 질도 상당히 어마어마해서 아무나 따라할 엄두조차도 내기가 힘들어 보인다.

유년시절에는 일 주일마다 가끔씩 영화를 이것저것 몰아보셨다고 책에 기술돼있는데, 여러 개의 영화를 집중해서 보는 것은 나만의 사고 체계를 갖추는 데에 상당히 좋아 보인다.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가끔가다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을 보면 요새는 CGV나 메가박스에서 일간 패스권이라고 해서 하루에 상영하는 영화를 모두 볼 수 있는 일간 구독권이 있나 보던데, 패스권을 구입해서 하루종일 영화를 몰아보는 습관은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요새는 Netflix 같은 OTT 서비스가 굉장히 잘돼있어서,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얼마든지 스트리밍 방식으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으니, 영상물을 몰아서 보면서 자신만의 생각 가꾸기를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회장님만의 영화 감상법이 나와 신기했는데, 처음에 사람들이 영화를 감상할 때는 주인공 중심 입장으로 본다고 한다. 주인공의 처지에 흠뻑 빠지게 되면 자기가 그 사람인 양 착각하기도 하고 그의 애환에 따라 울고 웃는다면서. 그런데 스스로를 조연이라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면 아주 색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나아가 주연과 조연뿐 아니라 등장인물 각자의 처지에서 보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의 인생까지 느끼게 된다. 거기에 감독, 카메라맨의 자리에서까지 두루 생각하면 또 다른 감동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그저 생각 없이 화면만 보면 움직이는 그림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여러 각도에서 보면 한 편의 소설, 작은 세계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영화를 보려면 처음에는 무척 바쁘고 힘들다. 그러나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진다면 입체적으로 보고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사고의 틀’이 만들어진다며 움악을 들을 때나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에도 새로운 차원에 눈을 뜨게 된다며 격려하셨다.

어떤 임원분의 한 일화도 기억나는데, 회장님이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전용 공장을 지어보라고 하셨다고 한다. 좋은 공장을 세워 성공 모델을 만들면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벤치마킹하러 수시로 드나들 것이라면서. 관계자들이 해외 여러 장애인 공장에 대해 조사하고 상세 계획안을 회장님께 설명드리고, 다 듣고난 회장님이 추가 보완 사항을 정리해주셨는데, 관계자분들이 ‘회장님은 장애인에 대해 잘 모르실텐데, 어쩜 이렇게 잘 알고 계시냐’고 임원분께 놀라며 말씀하셔서, 임원분께서 회장님께 그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회장님은 ‘자네는 장애인이 나온 영화도 본 적 없나. 장애인은 선천적 장애와 후천적 장애가 있지. 둘은 완전히 다르고 이 각각을 다룬 영화도 또 다르지. 영화를 볼 때 한 번 봐가지고는 몰라. 장애인의 처지에서도 보고, 그의 친구의 입장에서도 보고, 또 그의 가족의 시각에서 보기도 하고 이런 다양한 입장에서 보면 볼 수록 볼 때마다 깨달음이 다르지.’라고 밝혀 임원분과 관계자분들을 경악하게 했다고 한다. 그 공장은 지금까지도 세계 여러 기업들의 벤치머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회장님의 개 사랑도 빼놓을 수 없는데, 여러 매체와 인터뷰하실 때, 강아지와 함께한 채로 사진을 찍으셨다고 한다. 강아지를 좋아하시는 이유에 대해서는, ‘강아지는 나만 바라본다. 끝없이 충성하기 때문에 좋아한다.’라고 밝히셨다. 요즘 같은 때에 어린 아이들이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권장하셨는데, ‘동물은 활자화된 언어가 없어서, 동물이 보내는 언어의 신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훈련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사고방식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씀하셔서 굉장히 공감했다.

세계적 석학과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어떤 비용을 지출하시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으셨는데, 20세기 최고의 미래학자 아놀드 토인비와 대담을 하셨던 일화는 유명하다. 회장님은 무엇이든지 최고를 지향하셨다.

유년시절에는 프로레슬링을 즐겨하셨다는데, 프로레슬러 역도산의 영향을 받았지 않으셨을까 추측하시던 작가님의 생각이 담겨있어 좋았다.

기술과 인문학적 사고뿐만 아니라, 회장님의 문화재 사랑도 책에 자세히 기술돼 있는데, 여러 국보급 문화재들이 외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안타까워 하시며 좋은 작품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고서라도 구입하시려고 했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사전에 뛰어난 작품을 분별할 줄 아는 식별력, 박물관에 작품을 전시할 때에 기품 있게 전시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박물관 관장, 부관장 분들께 넌지시 알려주셨던 일화들은 그분들로 하여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이병철 회장님도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 이병철 회장님 때부터 여러가지 작품을 모아왔다고 한다. 선대 이병철 회장님과 이건희 회장님의 작품에 대한 사고 방식이 조금 다른 점도 재밌었는데, 두 분다 최고의 작품을 원하는 점에선 같았지만, 가격이 비쌀 때는 이병철 회장님은 주저하시는 모습이 보였고, 이건희 회장님은 가격에 상관 없이 값을 치뤄주라고 했다고 한다.

최근 회장님이 돌아가시고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가 열렸는데, 한 개인이 그렇게 뛰어난 작품들을 모으는 것도 상당하지만, 그것들을 전부 국가에 기증한다는 기사를 봤을 땐 정말 많이 놀랐다.

책은 400페이지 정도로 어느 정도 두껍다고 느낄 수 있지만, 한 번 몰입하면 정신없이 읽게 되고, 페이지에 연연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아주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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