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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늑대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0
쓰시마 유코 지음, 김훈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쓰시마 유코-<웃는 늑대>, 김훈아 옮김, 문학동네를 인상 깊게 읽었다.
세일러복을 입는 중학생 소녀와, 일면식도 거의 없었던 고등학생 나이의 소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서사다. 소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고, 소년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는 고아이다. 그들은 각자 없는 것에 서로가 이끌려 문득 1주일 가까이 가출해 먼 북쪽으로 쭉 열차를 타고 다니며 중간중간 열차에서 내려 군것질도 하고 근처 화장실에서 세면도 하는, 음습하고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그런 이야기.
이 작품을 읽으며 좋았던 부분은 작가 쓰시마 유코 특유의 진솔하고 내밀한 글쓰기 묘사다. 분량이 꽤 두껍고, 뚜렷한 작품 줄거리도 크게 없는 장편소설임에도, 두 등장인물 중심의 ‘몽환적인‘ 대화와 생각, 그리고 읽고 있자면 즐겁기만 한 의식의 흐름 기법까지, 군더더기 없는 멋진 소설을 써 내려갔다. 꿈 속을 사뿐사뿐 걸어다니는 것만 같은, 환상적이면서 동시에 몽환적인 묘사 덕분에 늘어지지도 않고 정갈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그에 맞게 쓰시마 작가 자체의 ’의식의 흐름‘ 묘사도 독자 입장에서 재미 있게 읽어 나갈 수 있다.
이 <웃는 늑대>에는 작품 중반부부터, 짤막한 사건 사고가 전개되고, 바로 그 뒤에 그와 관련된 신문 기사가 첨부된다. 작가가 직접적으로 “저, 이 기사 참고했어요^^”는 메세지를 주는 것 같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글쓰기 방식이 참신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스토리에 대한 현실성, 개연성, 핍진성이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 쇼와 시대에는 지금으로써는 상상하기에도 힘든 참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많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작품에 서술된 사고는 참 기이하다.
쓰시마 유코 작가의 책들을 최근에 쭉 읽어가며 느끼는 부분이 있다. 작가의 작품세계의 주인공은 결핍이 있거나, 마음이 공허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중심으로 해 서사가 전개된다. 작가에 대해 궁금증이 커져서 논문을 몇 읽어 보니 대부분 쓰시마 작가가 너무 어렸을 때 아버지 다자이 오사무가 죽게 돼, 작가의 삶에 있어 아버지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결핍을 작품에 투영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글을 많이 읽었다. 지금까지 읽어 본 바에 따르면 이 결핍이 있는 주인공들의 결핍은 무언가 다른 충만한 것으로 채워지기도 하고, 공허한 채로 그대로 남기도 한다. 번역된 다른 작품들도 좀 더 읽어봐야겠지만, 작가의 삶을 일정 부분 주인공에 녹여내 이야기를 진행시킨 점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혹자는 자전적인 작품, 혹은 사소설 같은 글쓰기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작가의 작품세계를 알 수 있는 간접적인 실마리가 된다고 생각해 나로서는 어느 정도 호감이 있는 글쓰기 방식이다.
우리나라와 문화가 비슷한 일본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역시 일본 근현대 문학이 주는 특유의 감성이 좋다. 풋풋함이 느껴지는 교복, 무언가 그 시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구시대의 열차, 학교, 다리... 등. 유럽 문학이나 북미, 남미 문학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어느 정도 한국 독자가 책을 읽으며 상당히 가까운 ’심리적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의 문학이라고 생각하기에 가감 없이 일문학을 추천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