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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알 유희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3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평점 :
이 <유리알 유희>라는 작품은 요제프 크네히트라는 한 소년이 "유리알 유희"라는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명인과의 하루 동안의 짧은 만남을 통해 굉장히 큰 영감을 얻고, 더욱 성장하여 카스탈리엔이라는 수도회에 들어가면서 계속해서 배움에 정진하고, 결국에 유리알 유희 명인이 되는 등 그의 총체적 삶에 대한 전기가 작성된 전기소설이다. 작품 서문과 후반부엔, 1800년대, 그리고 1900년대에서 두드러지게볼 수 있다는 소위 "잡문 시대"라고 해서, 오락성을 띤 많은 글과 강연들을 사람들이 갈구했다는 점과 그것에 대해 비판하는 화자가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작가 헤르만 헤세는 "잡문 시대"에 대한 거부감과 불신감이 굉장히 컸던 것 같다고 사료된다.
작품 내에서 글 전체적으로 일반적으로 느끼기에 현학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글 자체적으로 밀도가 매우 높아 읽을 때에 꼼꼼히 공 들여 읽을 필요가 있다. 글 하나 하나 헤세의 철학이 스며들어가있고, 많은 문헌, 책, 동양의 고전들이 언급된다. 문장 하나 하나도 만연체라고 느껴지면서도 작품 내 분위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21세기와는 굉장히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안겨준다는 것이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로 하여금 일정 부분 거부감을 줄 수 있지만, 읽으면서 지적인 유희를 느끼기를 원하는 사람에겐 충분히, 아니 원했던 그 이상의 감상으로 보답해 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처음 이 <유리알 유희>를 읽을 때, 작품 내에서 이 명인의 전기를 기록한 작품에 대한 1부 [서문]이 굉장히 어렵고 난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2권에서의 3부 [요제프 크네히트의 유고]ㅡ150p정도 된다.-를 먼저 읽고 그 다음 2부 [본문-요제프 크네히트의 전기]을 읽고, 그것을 다 읽고 나서 총체적으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1부 [서문]을 읽으면 괜찮겠지 싶다. 본인은 [서문]을 읽자마자 굉장히 재밌었고 취향에 딱 맞았다.
헤세의 <유리알 유희>는 헤세가 집필한 작품 중 최후의 작품이었고, 이 작품을 통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가히 헤르만 헤세의 작품 세계 내에서도 정점에 위치해 있지 않나 싶다. 작가 헤르만 헤세가 결국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다시금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해 혼란스러웠던 전 세계의 형국 속에서 전쟁이 인류에게 주는 비극,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서로 급작스럽게 단절돼버린 바로 그 거리감, 그것들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영감을 받아 집필한 작품은 아니었을까? 또한, 그의 작품이 조국인 독일에서 금서가 되고, 출판이 금지됐을 때의 심경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면 참 가슴이 미어진다.
여하튼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 나서 그냥 작품 자체적으로 '재미있다' 감상 정도로 끝내버리기엔 너무나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품을 쉽고 가벼이 여길 수 없었다. 생각해 볼 만한 요소가 작품 군데군데 참 많았고, 한 문장 한 문장 굉장히 길고 복잡해서 쭉 읽으면서 다시 문장 시작 부분으로 돌아가 읽어 보고, 문장을 시간을 들여 음미했다.
19,20세기의 잡문시대를 통칭하며 비판하는 전기작가ㅡ작품속의 화자ㅡ의 생각에는 전적으로 공감했고, 그것이 21세기에도 상당 부분 이어지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적당히 시간을 때울 만한 글을 갈구하고 있고, 자극성 넘치는 글ㅡ예를 들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의 인기 게시글, 유머글, 스포츠글, 정치글, 그리고 그것들을 포괄하는 많은 뉴스들ㅡ그리고 영상ㅡ특히, 유튜브, 숏츠, 틱톡, 릴스, 스토리ㅡ에 지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면, 헤르만 헤세의 의도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이는 예언은 보란 듯이 21세기에도 적중해버린 것이 아닌가, 그런 느낌을 가슴속에서 지우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