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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 독거노인 열두 명의 인생을 듣다
김혜원 지음, 권우성.남소연.유성호 사진 / 오마이북 / 2011년 3월
평점 :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20대 초반쯤부터였던 것 같다.
사회복지..라는게 정확히 뭘 하는건지는 잘 모르면서도,
그저 막연하게,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었다.
아마도 우연히 접한 티비 방송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언젠가 내 직업을 갖고 정기적인 수입이 생기면 꼭 후원을 해야지..라는 결심을 했더랬다.
하지만 사실..그 결심은 아직도 지켜지지 못했다.
오로지 내 꿈을 쫓느라고 주위를 돌아볼 틈 없이 20대를 보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도 나이를 먹고 더이상 몸을 쓰는 직업을 유지할 수 없을 때에는
꼭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사실 난 아직 사회복지사가 정확하게 무슨일을 하는건지 잘 모른다.
막연히 언젠가는...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았었다.
한때는 긴급구호팀에 들어가고 싶어서 봉사단체 홈페이지를 매일 기웃거리기도 했었고,
네이버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콩이 모일때마다 기부할 곳을 찾아대기도 했었다.
어쩌면..전생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갔던 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에는 독거노인 열두 명과의 인터뷰가 들어있다.
그 분들이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는지, 어째서 혼자 살아야 하는 건지,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일제시대도 겪고 6.25도 겪으며 살아오셨던 그 분들의 세월을 보며,
지금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도
그 힘든 시대를 굳건하게 살아낸 그 분들의 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유난히 부지런하고 손재주가 좋았던 할머니..
하지만 남편을 잘못 만나 고생에 또 고생만 하신 할머니..
지금 시대에 태어나셨다면 훨씬 더 멋진 인생을 살아가셨을 할머니의 인생을 들으며
참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마음이 아팠던건 호적상에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지원금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식이 있어도 가난을 대물림한 죄로 자식에게 도움받지 못하는 분부터,
남편이 다른 곳에서 만들어온 자식들이 호적에 남아있어서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분까지..
정부에서 조금만 더 그분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준다면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그저 서류상에 나온 것만 가지고 지원금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한다는게 참 답답했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정책바꾸기에 돈 낭비를 할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에 더 지원을 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분들이 그 시대를 열심히 살아내셨기 때문에 지금 이 시대가 가능한 것인데,
어찌 그분들을 외면하고만 있는지..
그분들이 한겨울에 난방조차 하지 못하고
전기장판에만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다는걸 알고는 있는지..
화가나고 답답했다.
책을 읽으며 지금 그 분들에게 필요한건 당장 먹을거리와 생활비이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한건 따뜻한 정을 나눌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가정방문을 하는 사회복지사 그리고 자원봉사자와 정을 나누는 할머니 할아버지..
내가 꿈꾸고 있는 사회복지사가 해야 할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그분들에게 진심이 담긴 온정을 나누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항상 나 하나 먹고 살기도 벅차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살았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그리고 언젠가는..이라는 막연한 꿈을 '40살이 되면' 이라는 목표로 바꾸어주기도 했다.
삶을 살면서 또 조금씩 목표가 흐려질 때면 다시 한 번 꺼내봐야 할 소중한 책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