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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소설 ㅣ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안보윤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평점 :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 요즘 책이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머리도 식힐 겸 소설책 한 권을 골라 읽기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다른 생각이 들어올 틈 없이 책 속에 푹 빠질 수 있었다.
독서의 유용성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기준으로 예전엔 재미와 감동, 교훈을 주는 책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책을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며 생각을 이끌어 내는 책이 좋다.
『공존하는 소설』은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담은 8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된 청소년 테마소설이다.
여러 작가의 다양한 시선을 제시하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8편의 단편 중 최은영의 '고백' 과 김지연의 '공원' 은 예전에 읽은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공존하는 소설』에는 부모로부터 학대받는 아이, 빈곤계층의 독거노인, 비정규직 노동자, 성소수자, 이주 노동자 등 대부분 사회적 약자로 주변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8편의 단편 모두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각각의 단편마다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냉혹한 현실 그리고 인간 본성에 관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밤은 내가 가질게』
어린이집 교사인 나는 주승이라는 아이가 등원하면 아이의 옷을 벗겨 멍이나 상처가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주승이의 몸에서 폭력의 흔적을 발견한 나는 주승이 엄마를 아동복지국에 신고한다.그러나 주승이가 또 다른 폭력에 노출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이번에는 112에 신고한다.
연민과 분노의 감정만으로는 부조리한 것들을 바꿀 수 없음을 알기에 책임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던 나는 주승이 일로 심경의 변화가 생긴다.이로 인해 이해할 수 없었던 사고뭉치 언니와의 관계도 조금씩 변화를 맞이한다.
『 고백』
학창 시절 어느 누구보다 친하게 지내던 세 친구 진희, 미주, 주나
어느 날 진희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두 친구에게 고백한다.
자신을 이해해 줄 거라 믿었던 진희는 친구들의 냉담한 반응에 상처를 입고 자살을 하게 된다.
진희의 죽음으로 주나와 미주의 사이는 멀어진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마주한 주나와 미주는 관계를 회복해 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진희와 관련한 흔적이 둘 사이를 위태롭게 만든다.
결국 서로의 상처를 할퀴는 과정에서 미주는 미처 알지 못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 』
서영동 바른영어수학학원원장이자 백은학원연합회 회장인 경화는 자신의 학원 옆에 치매 시설이 들어서는걸 강력하게 반대한다.
그러던 중 자신을 대신해 집안 살림과 아들 찬이를 돌봐준 친정엄마가 치매 증상이 보이자 돌연 태도가 바뀐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
다양하고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많겠지만 그 많은 것들 중 하나만 선택한다면 나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꼽고 싶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쏟을 때 우리는 상대와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고 상대의 필요를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런 애정 어린 시선들은 결국 이해와 연대를 이루는 기초가 되어 서로 연결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작은 신음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공존하는 소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