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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우리는 말 때문에 울고 웃고 하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는 삶에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음에 큰 상처로 남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말들은 평생 나를 따라다니기도 하니 말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김달님 작가의 에세이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는 작가와 주변 사람들의 일상의 언어를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내고 있다.
마음 깊이 담아두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일상의 순간들을 작가는 섬세하게 관찰하고 꾸밈없이 기록한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뭉클해지는 가족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친구들과의 일탈, 그리고 출퇴근길 같은 시간대에 매일 만나는 익명의 사람들 등
책 속에 등장하는 작가의 가족, 친구들 그리고 인생의 여정에서 만난 다양한 인연들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나와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공감하다 보면 반가운 마음에 미소가 지어진다.
'빠르게 빠르게'가 아니라 천천히 닦아야 한다.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p.35 <치에코 씨의 정성스러운 일일>
책 속에 담긴 30개의 에피소드 중
작가가 일하는 건물을 청소하는 치에코씨 이야기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
치에코씨는 건물 청소를 시작한 지 3개월쯤 손가락에 이상이 오면서 자신만의 청소 원칙을 만든다.
천천히 청소하되 하루에 두 번 이상 청소할 것!
독한 세제 대신 순한 세제를 사용할 것!!
쉬는 시간에는 온전한 쉼을 가질 것!!!
이런 원칙은 그녀의 건강도 지키며 청소한 곳이 항상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된다.
'덕분에 저희가 깨끗한 환경에서 일합니다. 고맙습니다'
' 안 보고 있는 것 같아도 다들 보고 있구나'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p.33~ 34 <치에코 씨의 정성스러운 일일>
누군가는 그들의 수고가 노동의 대가를 받고 하는 거라며 당연한 듯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편의는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누군가의 손길이 있기에 가능함을 기억하고 그런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때 더 많은 감사거리를 찾을 수 있다.
"정성, 저는 정성이라는 말이 좋아요."
"왜 그 말이 좋은가요?"
"정성에는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요."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p.36~ 37 <치에코 씨의 정성스러운 일일>
'정성에는 마음이 담겨있다'라는 이 문장에 유독 오랫동안 마음이 꽂혔던 이유는 얼마 전 친구와의 에피소드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동네 살면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꽤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냈다.
여러 번 친구가 생각났지만 쉽사리 연락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 친구와 연락이 닿았고 오 년 만에 만난 친구는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먹으라고 직접 만든 음식 꾸러미를 내게 건넸다.
친구가 만든 음식을 식탁에 차릴 때 마다 내가 내민 손을 반갑게 잡아준 친구가 고마웠고, 내게 주려고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하게 보냈을 친구의 하루를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울컥해졌다.
정성과 마음을 담아 준비한 친구의 요리를 보니 오래전 기억들이 떠올랐다.
비가 오면 감자전이나 호박전을 만든다며 자신의 집으로 불렀던 친구,
호기롭게 사다 놓은 김밥 재료를 어쩌지 못해 그냥 비빔밥처럼 만들어 먹었던 중학교 때의 추억,
겨울에는 사골국이 최고라며 먹기 좋게 소분해서 전해주던 친구의 모습...
그런 기억들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나는 그런 게 좋았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가 어떤 삶들과 함께 살아가는지 구체적으로 감각하게 되는 순간이.
내가 모르는 인생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찾아오던 놀라움과 부끄러움.
그와 동시에 또렷하게 생겨난 삶에 대한 애정과 의지가.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p.91 <치에코 씨의 정성스러운 일일
내 곁에 나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 같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리고 삶은 다른 존재들과 더불어 사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시시한 일상 속에서도 삶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하는 크고 작은 인연들의 이야기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