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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아빠의 마음공부 - 아빠와 아들을 잇는 관계 인문학
김진용 지음, 정뱅 일러스트 / 파라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많이 읽어 보는 분야 중 하나가 육아서이다. 아이의 발달 상황에 맞추었던 육아서를 요즘에는 부모, 특히 나에 대해 배우는 시간으로 사용한다. 아이는 계속 크고 항상 새롭다. 그래서 항상 서툰 아빠다. 우리 아들은 일곱 살. 김진용 작가님은 이십대로 추정되는 아이의 아빠다. 20년이 넘는 아빠 생활에도 아빠의 역할은 항상 서툴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보다. 나도 그럴 것이다.
"아빠의 좋은 점은 뭐가 있을까?" / "없어."
어처구니 없지만 너무나 현실적이고, 강렬하게 시작하는 이 책은 20여년 육아고충과 함께 후회하는 것들, 깨달은 것들, 그리고 다짐하는 것들에 대한 김진용 작가님의 에세이다. 말도 다다다다 잘하는 수준을 넘어 말꼬리까지 잡을 줄 아는 일곱 살이 미운 일곱 살의 태가 나는 요즘, 조언이 되어 줄 육아서가 필요한 시점에 육아 대선배의 에세이는 정말 마침맞았다.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가끔 티비나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보게 되는 영화들은 가끔씩 영감을 준다. 그 영감이란 것은 번뜩이는 사업 아이디어는 아니고,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영감이다. 나와 비슷한 모습에 후회도 하고, 악역의 연기에 깊은 빡침도 느끼며, 원만한 관계를 위한 노하우를 배우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나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배울만한 점을 잠깐 생각해본다. 좋아하는 영화는 '패밀리맨'. 일과 명예, 돈만을 추구하던 니콜라스 케이지의 삶에 가족이 스며든다는 크리스마스 영화. 가끔 사무실에서 야근하다 보면 눈밭에서 아이와 뛰어노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생각난다. 관계에 대한 영화는 '달콤한 인생'. 미안하다로 풀렸을 관계는 유명한 명대사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와 "그냥 가라." 한마디에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은 셈. 조금 억지스러워도 아빠가 잘못한 일은 아빠가 잘못했다고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영화, 소설, 연극을 섭렵한 듯한 김진용 작가님은 그 재료들 속에서 아이와의 갈등을 마주하고 방안을 찾았다. 은유하듯이 유추하듯이 사례에서 답을 찾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 좋은 육아서이다. 모비 딕을 통해 자신의 고집과 부끄러움을 마주하며, 캐스트 어웨이에서 사춘기 아이의 성장과 그에 따른 부모의 불안을 들여다본다.
식견이 짧고 부족한 문학적 허영심으로 작가님이 소개해 주는 작품들의 대부분은 알지 못했다. 다만 읽어보며 문학 작품들의 메세지를 이렇게 육아에 적용할 수 있구나라는 감탄과 작가님이 전하고자 하는 육아의 메세지는 고스란히 전달받았다. 게다가 행여라도 완독할 일은 없다시피 할테지만 좋은 작품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읽은 척 소개할 수 있는 단편적 지식의 습득까지. 많은 육아서들이 있지만 작품 속 아빠와 아이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육아서는 처음이지 않을까. 아빠들은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