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오서 지음 / 씨큐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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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흔도 넘었고 사회생활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하하호호 웃던 신입시절 동료들과는 이제는 한 두 명 연락할까. 만나더라도 예전과 같은 세상물정 모르는 대화와 실없음은 없으리라. 빨리 가고 싶지는 않지만 뒤처져 가기는 더 싫다. 존재로서 인정받고 싶지만 나 역시 소유로서 사람을 대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오서 작가님이 지은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는 존중과 소외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유와 존재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소유와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 언제가 언제인가하면 러닝하면서 듣던 유튜브에서 '소유와 존재'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였다. 깨달음이 있었는지 그 후로도 두어 번 더 들었었다. 지금까지는 느껴보지 못했던 '각박함'을 생각하게 되었었다.

유튜버의 소유와 존재, 오서 작가님의 존중과 소외, 내가 느낀 각박함은 결국에 다 같은 말인 것 같다. 이상적인 존재와 존중, 현실세계의 소유와 소외, 그리고 각박함. 그래서 우리는 마음을 위로하는 책을 찾는다.

책의 주인공인 창화와 미정은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한 인물들이다. 소외된 사람들이다. 좋은 학력을 가지지 못했고, 회사에서는 소모품이었으며, 총알받이에, 비정규직이다.

비교되는 인물들이 나온다. 악독한 엄실장, 창화의 절친이면서 엄실장 라인의 경식, 미정의 친구이자 정규직 현주. 소외된 창화와 미정과 다르게 그들은 좋은 학력과 라인으로 존중받는 사람들이다. 소외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겉으로는. 하지만 그들은 존중받기 위해, 소외받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중이고 그들도 결국 소외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심랑진역 오막살이 카페보다 무궁화호의 분위기가 더 좋았다. 창화와 미정이 만났던 부산행(삼랑진행) 무궁화호 열차는 느릿느릿하지만 소외없는 공간이다. 부산까지 가는 빠른 ktx가 있지만, 초고속열차가 가지 않는 지역의 몇몇 사람들을 보듬어주는 완행열차. 그 열차에 창화와 미정이 올랐다. 소외받은 창화가 미정을 만나며 존중을 받았다. 미정 역시. 처음이리고는 할 수 없겠지만 서로 존중받은 둘은 다시 시작할 힘을 얻어 창화는 삼랑진역 오막살이 창업을, 미정은 등단작가의 목표와 함께 창화의 카페를 돕는다. 소외받는 이들 없이 존중하기 위해서.

삼랑진이라는 곳이 문득 궁금해져 지도에서 확인해 보았다. 특별할 것 없는 아늑한 시골읍. 소설 속 소외받은 창화와 미정이 다시 시작하게 보듬어준 작은 시골마을. 창화는 카페를, 미정은 등단 준비를, 웃음을 잃은 현주와 경식은 지친 마음을 달랜다. 지치고 소외받은 이들에게 인생2막을 걸을 수 있게 보듬어주었다. 로드뷰로 확인하는 삼랑진역의 모습은 그 역할이 퍽 어울리는 따뜻함이 보였다.

열린결말을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창화와 미정은 어떻게 되었는데!'라고 따지고 싶지만 잘 되었을 거라고 스스로 결론내리고 만족스럽게 책을 덮었다. 주변에서 그만큼씩 눈치를 줬어도 잘 안되면 바보들이다.

연말연초 힐링도 되고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책이다. 나는 지금 주변 사람들을 존중하고 있는가, 존재로서 대하고 있는가. 내 스스로가 사랑방이 될 수 없는 큰사람이 아니지만 25년에는 내 주변 소외받는 사람없이 잘 챙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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