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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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일본인 히키코모리에 대한 책이다. 특이한 점은 루마니아에서 문학활동을 하고 있으면서 사실 루마니아는 가보지도 않았다는 것. 히키코모리라는 사실도 내가 알고 있는 '히키코모리'와는 다르지만, 어쨋든 스스로 히키코모리라 주장하는 작가의 책이다. 히키코모리는 우리나라 말로 '은둔형 외톨이'인데 심리적 고통으로 집 밖에서 활동하지 않는 사람들, 그러니까 나는 자립할 수 있는 수입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유형의 히키코모리도 있구나, 오히려 나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인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신기하고 존경스럽다.

집과 도서관을 오가는 히키코모리 생활 중 수 천 편의 책과 영화를 섭렵했다고 한다. 관람한 영화에 대해 꾸준히 비평을 써왔고, 우연히 <경찰, 형용사>라는 루마니아 영화를 보며 자연스레 루마니아어와 문화에 빠져들었다. 교재 구하기도 힘든 루마니아어는 독학했다. 정말 대단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어떠한 분야에 대해 깊게 파고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내 경우와 비교해보자면 약 10년  쯤에 혼자서 베트남어를 독학하고자 했었다. 그 당시에 어느 정도의 결과는 얻었지만 지금은 뭐 딱히 손에 쥘 것이 남아있지 않은 보잘것없는 성취이다.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를 읽으면서 작가님의 성공과 나의 낮은 성취도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디깅 - 한 분야에 깊게 파고듦

사이토 뎃초 작가의 글을 읽으며 경외심과 반성이 드는 가장 큰 부분은 바로 디깅(digging)이었다. 우연히 접하게 된 루마니아의 문학과 언어를 정말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모르는 단어의 공부서부터 사회와 문화까지. 특히 루마니아어는 단어의 바이너리가 있었는데, 공부하기 정말 쉽지 않은 부분이었을 것 같다. 또한 단어에서 오는 어감 차이에 대한 이해와 고민 등은 정말 깊게 공부하는 스타일이구나 싶었다. 그렇기에 루마니아어로 소설을 쓰고, 루마니아의 현대 문학사에 이름을 올리는 성취을 이룰 수 있었겠지. 반면에 나의 베트남어 독학은 최대한 쉬운 단어로 표현하고자 공부하였는데, 그 밑에는 어색해도 외국인이니까 이해해주겠지, 뜻은 통하겠지 하는 안일함이 있었다. 일정 점수는 얻을 수 있었지만 그 수준 이상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큰 원인 중 하나였다.

친화력과 적극성 - 내가 실패한 이유

베트남어를 공부하면서 벽을 느낀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사람 만나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또한 만나더라도 글로 공부한 것과 직접 듣고 말하기의 대화는 또 다른 차원이다. 그러다보니 애써 만난 베트남 사람과도 결국엔 몇 마디 나눠보지도 못하고 서로 답답함만 쌓이다 헤어졌었다. 사이토 뎃초 작가는 본인 주장대로 히키코모리. 굳이 직접 만나는 대화가 필요 없었다. 글의 독해와 쓰기를 통한 언어 공부. 이게 참 신선한 공부법이었다. 요즘 트렌드는 회화가 주를 이루지 않는가.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다면 회화가 아니더라도 충분하다. 작가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루마니아 사람들과 친분을 맺고 글로 대화를 하는데, 정말 부담스럽지 않고 좋은 방법이다. 친화력과 적극성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도와주는 사람들

루마니아 문단에 뛰어들 수 있게 해준 랄루카. 루마니아 문예지 liternautica의 설립자 미하이. 첨삭이 매서운 고등학생 시인이자 스승 토니 키라 등등. 주변에 루마니아어를 더 심화할 수 있게 도와주고, 루마니아 문학에 등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좋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귀인들이 우연히 그를 도와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당연히 아니다. ChatGPT에 물어보니 일본 지바현에서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까지의 거리는 대략 8,900km이다. 생애 한 전 가보기도 힘든 나라. 진정으로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말은 너무 수동적인 것 같고, 루마니아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과 루마니아 문학에 등단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열정이 능동적으로 귀인들을 만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을 스스로 히키코모리라 칭하였지만 사실은 본래 인자강인 사람이 겸손하게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 아닌지. 중요한 사실은 초점을 '히키코모리'에 맞추기 보다는 목표를 향한 열정과 몰입인 것 같다.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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