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영어 교과서 씹어 먹어 봤니? - 상위 1% 아이들만 알고 있는 영어 교과서 100% 활용법
이지은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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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90년대에는 영어가 초등학교 과목에 없던 시절입니다. 특별활동 식으로 공부를 잘 하는 소수의 아이들만 배울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과는 30년이 지난 지금은 유치원때부터 영어를 배우고, 심지어 영어 유치원도 있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이 책 제목을 보고서 예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이 났습니다. 신왕국 작가님께서 쓰신 '근데, 영화 한 편 씹어 먹어 봤니?'입니다. 제목이 유사해서 비슷한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하고서 책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제목의 유사성과 영어라는 주제의 공통점과는 별개로 내용은 많이 다릅니다. 신왕국 작가님의 '영화 한 편'은 영어를 배울 당사자가 읽어봐야 할 책이라면, 이지은 작가님의 '영어 교과서'는 오히려 부모님께서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교과서는 정말로 쓸모없는 것일까?

영어의 공교육/사교육에 대한 논쟁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교과서 영어는 원어민이 보기에 부자연스럽다, 전문적이지 않다, 등등. 심지어 영어 교과를 맡게 되는 선생님의 자질까지도 입에 오르내리기도 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요즘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인터넷 이전과 이후,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의 변화를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테이프와 cd로 원어민 발음을 접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손 안의 유튜브로 영어 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의 언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 살다오거나 영어유치원 국제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교과서란 요즘 시대의 기준과는 동떨어져 보이기도 합니다.

공교육이란 무엇일까?

하지만 책을 읽으며 위에서 말하는 '기준'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누구나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는 없지만 요즘은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과서에 바라는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교과서의 역할, 공교육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높아져버린 영어 교과에 대한 기준은 누구나가 따라갈 수 있는 것인가? 만약 10퍼센트의 아이들만이 그 기대치를 달성한다면 그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의 교육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공교육으로서의 영어란 그 나머지 90퍼센트의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그대로 공교육, 빈부의 격차에 상관없이 누구나가 평등한 기회로 성취할 수 있는 교육입니다.

또 교과서의 내용, 권장어휘, 권장 표현 등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을 때 우리나라 영어교육이 시대에 뒤처진다는 편견을 깨주었습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신 치밀하고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가지고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과서란 계단같은 존재

교과서란 마치 '계단'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예를 들면 취미로 베트남어를 독학하고 있었습니다. 교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서 교재와 유튜브, 신문 기사 등으로 독학을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성취가 높았었던 것은 기본서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커리큘럼의 존재 유무였습니다. 기본서 교재에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갈 수 있는 목차, 크게 봐서는 커리큘럼이 존재하였지만 유튜브나 신문기사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교재는 한 단원 한 단원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나가다보니 몇 번을 완독하고 거의 내용을 마스터하는 성취를 느낄 수 있었지만, 유튜브와 신문 기사는 들이는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지고, 활용이 쉽지 않았습니다. 커리큘럼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시당초 원어민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마치 어린아이에게 타임즈, cnn을 보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던 것입니다. 공교육이란, 교과서란 바로 그 계단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전문가들이 고심고심하여 만들어낸 커리큘럼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무너지지 않는 아주 튼튼한 계단이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교과서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생각이 반전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공교육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교과서를 활용하는 법을 부모님들도 아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튼튼한 계단을 만들고 그 위에 사교육 또는 유튜브, 원서 등의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정답인 것 같습니다. 책의 소제목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그것은 '교과서만 하는 것과 교과서를 하는 것의 차이'였습니다. 조사 한글자에 담긴 의미가 참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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