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의 마음을 잇는 대화
이주연 외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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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경험

2019년 아이가 태어나만 36개월이 되었습니다. 감개가 무량하고, 참 감사하게도 잔병치레도 없이 쑥쑥 자라는 아이입니다. 올해 초에 말이 조금 느린 것 같아서 살짝 걱정했었습니다만, 반년이 지나는 지금은 괜한 걱정이라는 것을 알고 또 감사합니다. 이제 사회성이 발달하는 건지 놀이터나 키즈카페에서 자기보다 큰 형이나 누나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모방하고 같이 어울리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서 또 자기 주관이 생기고, 요즘에는 입에 '아니야'를 달고 살아서 제가 '아니야맨'이라고 부릅니다.

'아 치치! 아 치치!'

몇 주 전, 아이가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음은 따로 없는데 '아~치치!'만 일정한 박자로 흥얼흥얼. 노래인지도 모르고서는 '00아, 제대로 말을 해야 해!'라고만 주의를 주었습니다. 이상한 노래에 대해 반응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와이프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저 노래의 정체를 알아냈다고 합니다. 아마도 최근 우리 가족 인생의 가장 큰 이슈일 것입니다. 저도 놀란 눈으로 그 정체를 물었습니다.

"치킨 좋아! 치킨 좋아!"

와이프가 율동같은 몸짓을 섞어가며 외치자 아이가 웃으면서 달려옵니다.

"아 치킨! 아 치킨!"

"치킨 좋아! 치킨 쪼아!"

마치 만화나 소설에서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 듯, 저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노래에 호응을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아마도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가 이 노래하는 것을 관찰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나 다른 아이들이 재밌게 호응해주는 모습을 봤겠지요. 어떻게 해답을 찾은 건지 궁금해져서 와이프에게 물었습니다.

"아줌마 00이가 이상한 노래 부르는 거 아니예요! 치킨 좋다고 노래부르는 거란 말이예요!"

그 날 와이프가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찾고는 집 앞 놀이터를 갔는데, 그 곳에서 1살 많은 누나를 만났다고 합니다. 붙임성도 좋고 처음보는 우리 아이와 잘 놀아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가 '아 치치! 아 치치!' 노래를 부릅니다. 와이프가 그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제지했는데 그 누나가 위처럼 말했다고 합니다. 와이프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딱 서는데, 그 아이는 심지어 우리 앞에서 춤까지 춰가며 호응을 해줬다고 합니다. 그제서애 우리 아이도 신이 나서 같이 춤추며 노래하더랍니다. 어른의 눈높이와 아이의 눈높이의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치킨 좋아! 치킨 좋아!"

누나의 열렬한 호응에 우리 아이는 함박웃음을 짓고서 한참이나 그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 저는 미안한 마음을 사죄하듯 아이가 자기 전까지 춤을 춰가며 '치킨 좋아!'를 외쳤습니다.

책에서 배운 관찰하기와 공감듣기 - 내 행동의 반성

최근 읽은 '부모와 아이의 마음을 잇는 대화'에서는 마샬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 4단계'와 공감 듣기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비폭력 대화 4단계는 관찰, 감정, 욕구, 부탁으로 이루어지는데 감정, 욕구 단계 전 정확한 관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합니다. 관찰은 평가와 다릅니다. 또한 평가가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저의 불찰은 아이의 행동(노래)를 잘 관찰하지 않고 '이상한 노래'로 평가했다는 점입니다.

공감듣기란 상대방의 마음을 궁금해하고 그 마음을 읽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비폭력 대화 4단계를 상대방에게 적용하는 방법입니다. 제가 아이의 노래를 들으며 그 노래를 궁금해하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려 노력했다면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찡합니다. 앞으로도 불통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 치킨노래를 생각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책에서 배운 무패방법 - 와이프의 소통방법

책의 파트1 외의 파트들은 부모교육을 이수한 부모님들께서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육아에서 적용한 경험을 기록하였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부모님들이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과 소통한 경험이기에 많은 사례들을 통해 간접적 육아 경험을 배울 수 있어 책을 읽는 시간 내내 좋았습니다.

주로 무패방법에 대한 공부와 아이와의 소통에 적용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무패방법이란 부모와 아이와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같이 검토해보고 합의하여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방법입니다. 아이를 동등한 인격으로 대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적용할까 하는 고민도 들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주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이미 와이프가 이 방법을 쓰고 있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소리에 민감한 편인데, 시끄럽게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를 가장 싫어합니다. 얼마나 싫어하냐면, 옆에서 오토바이가 큰 소리를 내며 지나가면 소리를 지르고 울음을 터트릴 정도입니다. 오토바이 소음을 줄일 수도 없는 일이고 저와 와이프는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이가 시간 장소에 상관없이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니 아이도 걱정이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게 되니까요.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해결방법은 의외로 간단해서 참 놀라웠습니다.

우선 와이프가 아이의 무서움에 대해 공감을 해주었습니다. 00아, 오토바이가 시끄럽게 지나가서 많이 무서웠지?

아이는 소리지르는 것을 멈추고 엄마에게 말합니다. 오토바이 싫어. 시끄러워.

와이프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이에게 해결책을 제시해봅니다. 00아, 그럼 소리를 지르지 말고, 오토바이 시끄러워! 하고 말을 해보면 어떨까?

사실 저는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 안아주거나, 아니면 소리지르면 안돼! 하는 제지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와이프가 아이의 공포심을 알아봐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주자, 실제로 오토바이가 큰 소리로 지나가면 '오토바이 시끄러워!'라고 말하며 아이가 소리지르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고, 공포심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 속 모범적인 사례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봅니다. 아, 우리 아이 이런 모습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대화를 풀어나가야겠다!

오래된 갈등일수록 아이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 효과가 좋다고 하니, 아이와 좀 더 깊은 소통이 필요하신 부모님들께서는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기를 꼭 추천드립니다.



*책을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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