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인사 맑은아이 7
양지안 지음, 서지혜 그림 / 맑은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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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여우의 표정변화에 주목하면서 읽는 성장일기

책 표지에 눈물이 글썽글썽한 아기여우가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렁그렁한 눈동자에는 반갑게 인사하고 있는 너구리 할머니의 모습이 비칩니다. 쑥쓰러운 얼굴, 딸기가 먹고싶은 얼굴, 반갑게 인사하는 얼굴, 아기여우의 표정변화가 큼지막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어서 말을 잘하는 아이라면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인사 안 하는 우리아이. 인사를 못 하는 거라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은 출근과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8시-10시 사이에 엘리베이터에서 이웃들을 가장 많이 만납니다. 전에는 엘리베이터가 중간 중간 설 때가 저와 와이프가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문이 열리고 이웃분들이 들어오면 아이가 소리를 질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낯선 사람이, 그것도 커다란 어른이 좁은 공간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아이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에서 이웃들과 마주치면 고개를 푹 숙이거나, 엄마 뒤에 숨어버리거나, 미운 소리를 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난감한 기분이 듭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부모님들은 아이가 밝게 인사하기를 바라는데, 되려 무서워하거나 낯을 가리면 민망하기도 하고, 아이가 걱정되기도 합니다.

'두근두근 첫인사'를 찬찬히 읽어 보며 저의 어릴 적은 어땠는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저도 책의 주인공인 '아기여우'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성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기여우는 부끄럼쟁이라서 항상 엄마 뒤에 숨습니다. '안녕하세요'라는 다섯 글자가 입에서 나오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저도 이상하게 부끄럽고 쑥쓰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도 아기여우와 별반 다르지 않았었네요.

"나는 엄마하고만 친하게 지낼거에요."

아기여우는 딸기바구니를 든 너구리 할머니에게 인사하지 못하고 딸기도 얻어먹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아기여우는 아무렇지 않은 척 '나는 엄마하고만 친하게 지낼 거예요'라고 말합니다. 마치 여우와 신포도에서 '저 포도는 매우 시어서 맛이 없을 거야'라고 애써 체념하는 여우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속마음은 아니죠. 잘 관찰하고 속마음을 캐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서운 사자아저씨한테 들릴락말락 작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인사한 아기여우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또래 친구들을 보고는 반갑게 인사합니다. 아이들도 반갑게 인사하고 놀이터에서 재밌게 놀고 헤어집니다. 아마도 반가움에,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어서 무의식적으로 크게 인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성공이 용기가 되어 돌아가는 길에 너구리할머니에게도 꼭 인사하겠다 마음먹습니다. 글은 마무리되었지만, 마지막 페이지에 아기여우가 딸기를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너구리할머니에게 씩씩하게 인사드린 것 같습니다.

여우엄마처럼, 사자아저씨처럼

오은영 박사님 칼럼을 읽어보니 숫기가 없는 부끄럼쟁이 아이들에게는 인사를 억지로 강요하거나 핀잔을 주면 안된다고 합니다. 나쁜 교육방법이라고 합니다. 다만 옆에서 격려하고 작은 소리나 몸짓으로 하는 인사에도 칭찬해주고 엄마먼저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람을 만나면 보통 가볍게 목례만 했었는데, 와이프는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똑바로 인사하라고 하더군요.

그림책에 나오는 여우엄마는 만나는 이웃들에게 반갑게 인사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부끄럼쟁이 아기여우도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것입니다. 또 무서운 얼굴의 사자아저씨는 아기여우를 만나자 미소지으며 먼저 인사를 건냅니다. 그래서 아기여우는 아주 작은 소리로나마 사자아저씨에게 인사를 합니다.

좋은 기억을 심어주기

무서운 사자아저씨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인사하자 아기여우가 작은 목소리로 인사한 것이 아기여우의 첫 인사였습니다. 또래의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한 것으로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게 되어서 좋은 기억이 쌓였고, 너구리할머니에게 꼭 인사하고자 마음먹습니다.

정말 예의가 없어서 인사를 안 하는 것인지, 그것을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서인지,

잘 관찰하면 부모는 보인다. 후자라면 도와줘야 한다.

- 오은영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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