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렵단 말이야 맑은아이 5
양은봉 지음 / 맑은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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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한 밤 중 화장실을 가야 했던 무서운 기억


책 표지를 보고 어릴 적 기억이 떠오릅니다. 한 밤 중 화장실은 정말로 가기 무서운 곳입니다. 그리고 저는 엄마방 옆에 있던 구석진 작은 화장실은 이상하게 겁이 나서 가질 못했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인적없는 곳 으슥한 화장실을 가려면 솔직히 살짝 겁이 납니다. 그러고보니 귀신이야기나 괴담에서도 화장실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입니다. 화장실만이 갖게 하는 어떤 공포스러운 상상력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미지의 것들에 대한 두려움


책은 '랑이'가 어두운 밤 오줌이 마려워 잠에서 깨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두컴컴한 방, '랑이'는 침대 위에 침울한 얼굴로 쭈구리고 앉아 있습니다. 오줌이 마렵지만 화장실을 가기가 무섭기 때문이죠. 그리고 여느 날처럼 침대에 오줌을 싸고 엄마에게 혼나는 것도 무섭습니다. 고민을 하던 '랑이'는 두려움을 극복하기로 결심합니다. 방 문을 열고 긴 복도 끝 화장실을 가는 모험을 시작합니다.


화장실마다 낭떠러지, 변기괴물 등 난관에 부딪힙니다. 문 여는 화장실마다 괴물들이 나타나 랑이를 겁주고, 랑이는 갈수록 두려움과 좌절에 빠집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는 성장하면서 인지능력의 발달로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미지의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미지의 두려움을 어둡지만 적당히 무섭고 적당히 코믹스럽게, 두려워하지만 그것을 이겨내려는 '랑이'를 밝지만 색깔이 없게 표현해서 대비를 자아냅니다.


스스로 극복


랑이는 괴물들이 나오는 화장실을 하나, 둘 지나쳐 마지막 화장실했는데, 그 곳에는 지금까지 봤었던 괴물들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랑이를 괴롭히는 괴물들이 무서웠지만 결국엔 외칩니다.


"난 오줌싸개가 되기 싫어! 너희들이 아무리 무섭게 해도 난 오줌을 눌 거야!"


그러자 랑이를 괴롭히던 괴물들이 모두 사라지고 예쁜 화장실로 변합니다. 랑이도 까만머리에 생기넘치는 피부를 가진 아이로 돌아옵니다. 두려움에 떨던 상상을 극복하고 현실세계로 돌아온 것이죠. 상상속의 두려움이 모두 사라진 랑이는 편안하게 오줌을 눕니다.


"난 이제 너희들이 무섭지 않아. 내일 밤에도 오줌이 마려우면 참지 않고 화장실에 갈거야!"


어두운 방 침대에 누운 랑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합니다. 이제 스스로 극복하는 힘이 생겼으니까요.


저희 아이가 이제 36개월이 곧 되어가니 말도 많이 늘고, 슬슬 기저귀를 뗄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한 밤 중에 자면서 '아니야! 아니야!' 잠꼬대를 하더군요. 무슨 꿈을 꾸는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발달함에 따라 상상력도 늘어가는 것 같아서 신기하면서도 안쓰러웠습니다. 이제 기저귀를 떼고 팬티를 입고 자게 되면 책 주인공 '랑이'처럼 한 밤 중 무서운 화장실도 가야할텐데요.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상상력과 두려운 감정은 아이가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너무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돌봐줘야 합니다. 아이의 두려움에 공감해주고, 그 두려움을 엄마 아빠가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결국 아이 스스로 극복해야 합니다. 부모님의 '그런 게 뭐가 무서워!', '별 것도 아닌 거에 난리야'하는 무관심한 태도는 매우 안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나중에 아이가 '한 밤 중의 화장실'이나 다른 상상속의 어떤 것을 무서워 할 때, 이 책을 읽어주고 싶습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책을 읽으며 두려움을 극복하는 '랑이'를 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게요.


* 책을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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