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시간 - 주철현 교수가 들려주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모든 것
주철현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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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품으로 '조국의 시간'이 있으니 혼동하지 마시라. '바이러스'의 시간이다.
울산의대 미생물학 쌤이 쓰신, 코로나19 에 대해 본격적으로 아작을 내신 저서다. 나온지 벌써 석달이 지났는데, 알라딘 판매 지수를 보니 썩 높지가 않다. 이렇게 출중한 저서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니 너무나 안타깝다. 아마 책 제목에 '코로나'라는 단어를 넣지 않은 게 실책인 것 같다. 일단 '코로나'라고 입력하고 검색해야 이 책이 찾아질 것 아닌가. 그냥 '바이러스의 시간'이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는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코로나19에 앞서, 판데믹, 역학, 면역학, 그리고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총론을 자상하게 기술했기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순진하신 저자다. 무슨 코로나 이후의 세계니, 사회니, 경제니 하는 따위의 책들에 앞서서, 이런 정통파 책이 우선적으로 알려져야 하거늘. 대중 과학 교양서로뿐 아니라, 전공자의 입장에서 봐도 흠 잡을 데가 없이 너무나 잘 쓴 책이다. 이런 양서 중의 양서는 주변에 널리 알려야 한다. 비전문가들이 쓴 어설픈 책 말고, 이런 진짜배기가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족)==
'바이러스의 시간'을 너무나 즐겁게 읽고나서, 주철현 교수가 교신저자로 쓴 논문 리스트를 검색하여 이메일 주소를 찾아낸 후 감사의 이메일을 드렸다. 초면에 불쑥 보내서 좀 결례인가 하는 염려도 살짝 했었는데, 한 시간도 안 돼 격려해 줘서 감사하다는 답장이 왔다. 내가 보낸 편지 내용 중에, 제목을 '코로나 바이러스의 시간'이라고 달았으면 더 잘 팔리지 않았겠냐고 넌지시 썼었는데, 주교수도 책 제작 과정에서 안 그래도 출판사와 '코로나'를 제목에 넣느냐 마느냐로 고민하다가 결국 뺐고, 지금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여하튼 이렇게 해서 괜찮은 동업자를 하나 사귀게 되어서 좋다. 현재 판매 실적이 부진하다는데, 이렇게 좋은 책은 널리널리 알려서 보다 많은 이들이 읽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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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잡아먹는 영작문 - 영어원서 바꿔쓰기 훈련법
최용섭 지음 / 비욘드올(BEYOND ALL)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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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C 통신 초창기 호롱불 시절에 나름 리더 역할을 하신 분으로 spark 박순백 선생님이 유명했다. 이 분의 주옥같은 글들 중에 자신의 영어 정복기가 지금도 기억난다. 본인의 회고에 의하면 대학시절까지 영어 실력이 형편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전환기가 되는 기연을 만나게 되는데(자세한 내역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어쨌든!), 국내 학자가 쓰신 영어 서적을 교재로 한 문장씩 꼼꼼하게 쓰고, 다시 한글로 번역하고, 그 번역한 걸 다시 영어로 쓰는, 실로 무식한 방법으로 몇 개월에 걸쳐서 그 책 한 권을 통째로 떼었다고 한다. 그 이후 영어 실력에 관한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여서 경희대 비서실장 업무 시에 진가를 발휘하게 되었다. 


2.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박 쌤은 자기도 모르게 전문적인 번역 대학원 혹은 외국어대학 학생들이 하는 방법을 그대로 실천한 것이었다. 결국  필사>국역>재 영억 과정이 영작 실력 완성의 정석이라는 것.


3. 말이 쉽지, 이런 무지막지한 방법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닐 것이다. 이걸 제대로 하려면 적당한 분량의 가이드 교재가 있어야 한다.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이런 류의 훈련교범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4. 예를 들어 이 '원서 잡아먹는 영작문'에 있는 '토끼와 거북이' 이솝 우화를 갖고 연습해 보자. 

영어 문장은 완전 중학교 1학년 수준이라 '교과서 원서도 읽는 내가 이런 수준 떨어지는 문장들 갖고 공부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살짝 든다. 그런데, 이 쉬운 문장들을 한글로 번역하고 나서, 그 한글 문장 갖고 다시 영작을 시도해 보라.  '어?' 하면서 선뜻 펜이 쉽게 나가지 않는다. 이게 바로 통곡의, 아니 영작의 벽인 것이다.


5. No pain, no gain 이다. 필사>국역>다시 영역은 참으로 고통스럽고 짜증난다. 하지만 영작을 잘 하고 싶다는 동기와 갈망이 강렬하다면 거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6. 이 책은 20일 완성이고 현재 10일째 하고 있는데, 솔직히 지금도 '이렇게 무식하게 하는 게 과연 옳은가?'하는 회의감과 무식한 노가다라는 의식때문에 살짝 살짝 꾀도 난다. 뭐, 그래도 열흘만 더 개겨 보자고... 


7. 서두에 박순백 선생의 예도 있고, 실제 영어 번역 혹은 통역 전문 요원들이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라 하니 분명 검증은 된 방법이라는 걸 믿고 꿋꿋이 진행해 보련다. 


8. 이와 비슷한 류의 교재들이 꽤 있더라. 이 책 끝내면 이런 류로 하나 더 완독할 생각이다. 


사족: 박순백 선생님의 해당 글을 드디어 찾았다. '마구잡이식 영어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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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문 완성 ver 3.0 - 1001개의 영문으로 고난도 구문 독해 실력 완성
김기훈 외 지음 / 쎄듀(CEDU)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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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문 완성 1차 완독 그리고 영어 공부에 대한 사견.=

*소감 요약: 정말, 정말 좋은 영어 교재로 공부한 보람찬 경험이었다.

요즘 고교생들은 우리 때보다 훨씬 좋은 영어 교재로 공부하고 있었구나. 


*계기: 영문 논문 심사를 매일 하다 보니, 내가 제대로 독해를 하긴 하는가 하는 반성이 들었음. 그래서 'Back to the basics' 즉, '나는 성문 종합영어를 마악 공부 시작한 고교생이다'라는 자기 암시를 주면서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원래는 서가에 처박혀 있는 성문종합영어를 복습해 볼까 했는데, 나를 힘들게 했던 옛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게 괜히 꺼려졌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 책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그나마 그 책으로 공부했으니 나름 영어 실력의 잔뼈가 굵은 것이니까. 영어를 못하면 교재 탓이 아니고 내 탓이다.

요즘 고교생들이 설마 30여년전 교재를 사용할리는 없을 것이고, 현재는 뭘 주로 보나 하고 찾아보다가 이 교재가 걸려들었다.


*천일문은 제목 그대로 1001개의 독해문장들로 이뤄진 구문 및 독해 교재다.

난 학창 시절의 일본 대학입시 번역서인 영문해석 1200제, 일명 암호 풀이 책의 아류인가 하고 솔직히 좀 쫄았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난이도: 고3 입장에선 시리즈물 중에서 최고 난이도라고 한다. 

질리도록 영어 문장의 바다에서 헤엄치던 내 입장에서는 글쎄... 그 정도까지 무서운 수준은 아니었다.

그냥... 해리슨 내과 교과서 수준?

하긴 해리슨도 어렵다고 앙알대는 친구들도 숱하니까..


*구성: 아, 정말 좋다. 독해 교재를 표방하지만, 문법에 충실하게 chapter 를 잘 분류해 놓고, 각 chapter 당 딱 적절한 문장들이 나열되어 있다. 

문장들도 내 학창 시절 일본식 참고서에서 보던 20세기 초 예문들이 아니고, 현 시대에 맞게 잘 만들어진 모범 문장들이다. 


*공부 과정: 맘 같아선 후다닥 완독하고 싶었지만, 내가 영어만 공부하는 수험생도 아니니 그럴 수야 없지. 아침, 저녁 40여분씩 붙잡고 꾸준히 공부했다. 

소리내어 읽기도 했지만, 주로 펜으로 문장을 차근차근 종이에 적어가면서 공부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영작까지 의식했기 때문이고, 나머지 하나는 천천히 음미하며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함이었다.

평소에는 논문 조차도 속독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서, 섭렵은 빨리, 그리고 많이 할 지는 몰라도 부정확한 해석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런게 쌓이면 영어 실력에 버그가 생기게 마련이다. 앞서 언급했던 back to the basics 의 필요성을 느낀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렇게 2021년 08월 01일에 시작해서 2021년 08월15일에 완독했다.

책 소개에 보면, 수험생의 경우는 대략 40-50일 정도 소요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미 영어에 쩔어 있는 분들이라면 나처럼 대략 보름 정도 걸릴 것이라 추산한다.


*완독하고 나니: 사실 성취감 외엔 현재 뭔가 크게 달라진 것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공 다지기의 결과가 어디 그렇게 금방 나타나는가?  Back to the basics 원칙으로 계속 정진하다보면 뭔가 미묘한 부분에서 분명 개선이 있었을 것이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영어 공부에 대한 사견: 영어 공부를 왜 하는가? 영미 본토 사람처럼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 좋겠지만, 현재 자신이 처한 처지가 어떤지에 따라 목표를 차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당장 미국으로 이민가서 생존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민병철 혹은 조화유 생활영어를 붙들고 달달 외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재 내 처지는 이렇다: 읽고 이해하는게 거의 80% 비중이다. 쓰는 것 (심사평 쓰기, 논문 작성)은 대략 15% 정도? 그리고 5% 정도가 국제학회에서 쏼라쏼라다. 

그래서 난 독해에 8할, 영작에 2할을 투자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혹시 회화가 8할을 차지해야 하는 처지라면 당연히 이 교재는 부적합하다.

그러나, 무엇에 비중을 두건, 한 가지 변치 않을 대원칙은, 언어는 정확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사실이라 생각한다.

해석을 하건, 영작을 하건, 말을 하건 모두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본식 영어니, 죽은 영어니 하는 부정적인 인식을 받고 있더라도 문법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또 다른 고교 참고서인 '맨투맨 종합영어' 3권 셋트도 추천한다. 틈날 때마다 찾아보곤 하는데, 내가 본 중에 가장 자세하게 잘 설명되어 있다. 양이 너무 많아서 좀 지루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나의 보완점: 확실히 책 하나를 완전히 아작내고 보니, 내 영어 실력의 어느 부분이 취약점인지 확실히 재확인할 수 있었고 그게 이번 완독의 성과였다.

나는 - 비교와 부분 부정에 취약했고, 완료 시제에 대한 이해가 불완전했으며, 분사구문, 동명사, 부정사 활용의 능숙도가 형편 없었다. 특히 후자는 영작에 있어서 진짜 중요하다.

이 모든 문제가 그동안 대충대충, 부정확하게 해석을 해 온 원흉이었다.

내 자신이 뭐가 부족한지를 처음으로 파악했으니 당분간은 이 급소들을 보완하는 데에 집중하련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은 떨어진다. 그래서 틈나는대로 역기 등의 근력 운동을 꾸준해 해야 한다. 힘이 없는 비실비실 배삼룡이라서 아령을 드나? 아니면, 에브리바디 아놀드 슈와제네거가 되려고 역기를 드나? 떨어지는 근력을 보완하고 근 긴장도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우리가 영문을 제대로 읽는다고 해서 영어 공부를 소홀히 하면 안되는 이치도 이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공부나 아령이나 원리는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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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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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셸드레이크 아날로그 간*
원제는 Tangled 이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푼젤'의 원제와 동일하다. 책 내용을 보면 곰팡이들이 이루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빗댄 말이라 원제가 더 작가의 의도에 가깝다고 본다.내 분야에서 곰팡이, 즉 진균 감염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되기 때문에, 곰팡이 하면 주로 질병만 생각한다. 그래서, 곰팡이의 세계는 이보다 훨씬 방대하며 내가 아는 곰팡이의 범주는 그 거대한 kingdom 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자주 망각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나머지의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처음 시작은 저자가 어느 식물의 뿌리를 캐는 걸로 시작한다.  무심코 그의 기술을 따라가다 보면 '어?'하는 순간이 온다. 분명히 식물의 뿌리를 캐면서 내려가고 있는데, 느닷없이 그 정체성이 곰팡이로 바뀌기 때문이다. 나중에 책 내용에도 나오지만, 원래 식물은 뿌리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곰팡이가 합류하면서 공생 과정으로서 생겨난 구조물이라는 관점이다. 하하... 이건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친근한 제목에 비해 내용은 그리 쉽지는 않은 책이다. 솔직히 학술 서적에 더 가깝다. 제목에 현혹되어 쉽게 보고 달려들었다간 조금 고생들 좀 하실거다.
원제인 tangled 에서도 시사하였지만, 이 저서의 전반적인 흐름은 균사체로 대표되는 곰팡이의 네트워크이다. 놀랍게도 마치 neuron 이나 synapse 처럼 균사체도 electric impulse나 action potential 이 가능하다는 실험 보고들도 나온다. 어쩌면 거의 뇌처럼 활동할지도 몰라.  문득 넷플릭스에서 시청했던 SF 드라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가 생각났다. 물론 허구이지만, 우주 공간에서 균사체 네트워크를 매개로 해서 공간 이동을 좍좍 해대던 설정 말이다. 그때는 좀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이 저서에서의 내용을 보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밖에 꽤 흥미로웠던 대목들은 선충을 사냥하는 육식 곰팡이라던가, 파격적 공생 개념의 시작인 균과 조류의 합체인 지의류 (lichen)에 대한 이야기, 환각을 일으키는 psilocybin 이야기 등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이 꼭 악마가 저지른 오컬트류의 사건만이 아니고, 사실은 주인공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이 모두 환각버섯을 먹고 벌인 소동이라는 해석도 가능했다. 
저자는 분명히 곰팡이 전문 학자이지만, '응? 이런 것도 알아?' 할 정도로 박학다식함을 과시한다. 어딘지 모르게 문과스러운 면이 많이 느껴진다. 사진을 보면 상당히 잘 생겼다. 이 저자에 대해 더 흥미가 생겨서 구글링을 해 보았는데, 뜻밖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독특한 집안인데, 이 저자의 부모와 친형이 위키피디아에 수록되어 있을 정도의 유명인이었다. 특히 부모는 좀 안 좋은 의미로 말이다.  텔레파시니 뭐니 하는 것을 주장하는 유사과학자였다.  좋게 말하면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을 숙지하며 성장했을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어딘지 모르게 유사과학을 주장할 소지를 안고 있어 위태위태함이 미묘하게 느껴진다. 솔직히 전문 이외의 다른 다양한 분야에도 관심 표명을 많이 하는 걸 보면 그럴 위험이 다분해 보인다.
따라서 이 저자는 과연 차기작이 어떤 것이 나올지 경계를 할 필요가 있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고. 
사실 곰팡이에 관해서는 국내에도 이 저서 못지 않은 훌륭한 책이 이미 나와 있다. 
'곰팡이가 없으면 지구도 없다. 신현동 저 지오북 간' 인데, 생활 밀착형의 곰팡이 이야기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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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주 - 우연이라 하기엔 운명에 가까운 이야기, 2018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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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사랑스러운 작품을 읽다가 엉뚱하게 옛 추억이 떠올랐다. 지금의 아내와 연애하던 학창 시절, 처음으로 그녀의 집에 놀러가게 되었다. 그녀의 집에 가까워지면서 '어, 어?'하는 놀라움이 점차 커져 갔다. 그녀가 출생 때부터 주욱 살아온 집이 있는 곳은 내가 어릴 때 자주 원정가서 뛰어놀던 이웃 동네였다. 그 동네 아이들은 유난히 착해서, 옆 동네에서 온 나와 내 친구들에게 텃세를 부리긴 커녕, 오히려 잘 어울려서 놀아 주었었다. 확인은 안 되지만, 우리는 이미 어릴 때 구면이었다는 추정이 들면서 '이거.. 운명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2. 장만옥 & 여명 주연의 영화 '첨밀밀'을 보셨다면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실 것이다.
3. 영화화 되기도 했던 데이빗 미첼의 소설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연상되었다. 이 '안녕, 우주'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동화 버전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 하다.
4. 불교 용어 중에 善根(선근) 혹은 他生之緣(타생지연)이란 말이 있다. 소위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의미다. 너무 진부한 용어이지만, 이게 우주이고 이게 우리다. 우리 하나하나가 우주를 이루는 한 단위이고, 어쩌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직간접으로 상호 작용을 하면서 어우러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5. 이런 사고 방식은 서양인들은 하지 못하는 아시아인들의 것이다. 역시나 작가의 이력을 보니 필리핀 계이다. 며칠 전 읽은 2021년 뉴베리 대상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의 작가가 한국계였듯이 요즘 뉴베리 대상은 영미 문화권 외의 민족들에게 주어지는 게 주 흐름이다. 독창성과 신선함. 이는 영미 문화권에서보다 그 밖에서 찾아낼 확률이 더 높으니까 어쩌면 당연하다.

6. 재미 하나도 없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보다 얼라들을 주 독자층으로 한 이 뉴베리 상이 내게는 훨씬 더 잘 다가오고 공감을 준다. 당분간 뉴베리 수상작들을 위주로 골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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