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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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저자의 인성이 의심스럽다.
1. 분류학 면에서 '어류'라는 건 잘못된 분류다. 응? 정말?
구글링 해 보니 맞다. 우리가 '어류'라고 알고 있는 건 물 속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괄적으로 '어류'라고 퉁친 것이다. 이제는 '어류'라고 하면 오류이며, 경골어, 상어, 폐어 등등의 각각 독립된 동물 집단으로 대하여야 한다. - 학문적으로야 그래도 일상 생활에서는 '물고기'라고 통칭하며 살아도 무방하겠지만.
2. 저자 Lulu Miller 는 미국에서 나름 꽤 유명한 NPR 방송의 과학 전문 기자라고 한다. 게다가 책 소개가 '2020년 최고의 과학책'이라는 선전문구는 충분히 유혹적이었다. 읽기 시작해 보니, 번역 자체를 잘 한 탓도 있겠지만 같은 문장이라도 참으로 맛깔나게 써서 매우 재미있게 읽힌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나면 기분이 더러워진다. 분류학에 일생을 바친 데이빗 스타 조던의 생애를 추적 기술하면서, 교묘하게 저자 자신의 성장사를 얽혀서 병행한다. 문제는, 저자의 성장사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 분류학에 몰두하여 큰 업적을 남긴 조던의 이면에는 악랄한 우생학 숭배자라는 그림자가 있듯이, 저자 또한 결코 좋게 보이지 않는 행보를 밟아 왔다. 그녀의 양성애 행각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물론, 순간의 욕정을 이기지 못해 동성 여성과 섹스를 함으로써 십년 가까이 금슬 좋게 살아온 남편을 쉽게 배신한 행위는 내가 봐도 용서할 수 없는 패륜 행각이다. 게다가 부정을 저질러 놓고도 일말의 반성도 안 한다.). 혼돈과 질서라는 핵심어로 조던의 전기를 기술하는 건 좋다만, 그걸 자기 자신의 개인사와 자기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해 먹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독자로서 기분이 나쁜 것이다. 솔직히 저자의 인성과 정신 건강도 상당히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4. 이 책은 '과학'책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절대 과학책이 아니다. 과학을 빙자하여 '갬성' 가득하게 자기 변명으로 일관한, 그리고 마치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양 개폼만 잡는 역겨운 에세이일 뿐이다.
5. 그래도 국내 독자들의 평은 호평 일색이다. 내가 '갬성'이 메마른 탓이라 생각하련다. 혹시나 해서 amazon 에 가서 미국 독자들의 평을 찾아 읽어 보았더니, 역시나..
6. 나처럼 불쾌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혹평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7. 오케이, 분류학자 조던은 나쁜 놈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도 내가 보기엔 못지 않은 빌런이다. 그래 놓고선 자기가 옳다고 강변하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마치 일전에 믿었던 이에게 뒤통수 맞던 기억과 더불어 요즘 누구 누구 보는 것 같아서 불쾌감은 두 배로 다가온다.
8. 읽기엔 매우 재미있다. 갬성도 충만하니, 그쪽이 취향이신 분에겐 추천. 그러나 나같이 감성이 메마른 이과충들에겐 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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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마 2023-07-20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구매 전에 이 리뷰를 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