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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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셸드레이크 아날로그 간*
원제는 Tangled 이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푼젤'의 원제와 동일하다. 책 내용을 보면 곰팡이들이 이루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빗댄 말이라 원제가 더 작가의 의도에 가깝다고 본다.내 분야에서 곰팡이, 즉 진균 감염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되기 때문에, 곰팡이 하면 주로 질병만 생각한다. 그래서, 곰팡이의 세계는 이보다 훨씬 방대하며 내가 아는 곰팡이의 범주는 그 거대한 kingdom 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자주 망각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나머지의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처음 시작은 저자가 어느 식물의 뿌리를 캐는 걸로 시작한다.  무심코 그의 기술을 따라가다 보면 '어?'하는 순간이 온다. 분명히 식물의 뿌리를 캐면서 내려가고 있는데, 느닷없이 그 정체성이 곰팡이로 바뀌기 때문이다. 나중에 책 내용에도 나오지만, 원래 식물은 뿌리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곰팡이가 합류하면서 공생 과정으로서 생겨난 구조물이라는 관점이다. 하하... 이건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친근한 제목에 비해 내용은 그리 쉽지는 않은 책이다. 솔직히 학술 서적에 더 가깝다. 제목에 현혹되어 쉽게 보고 달려들었다간 조금 고생들 좀 하실거다.
원제인 tangled 에서도 시사하였지만, 이 저서의 전반적인 흐름은 균사체로 대표되는 곰팡이의 네트워크이다. 놀랍게도 마치 neuron 이나 synapse 처럼 균사체도 electric impulse나 action potential 이 가능하다는 실험 보고들도 나온다. 어쩌면 거의 뇌처럼 활동할지도 몰라.  문득 넷플릭스에서 시청했던 SF 드라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가 생각났다. 물론 허구이지만, 우주 공간에서 균사체 네트워크를 매개로 해서 공간 이동을 좍좍 해대던 설정 말이다. 그때는 좀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이 저서에서의 내용을 보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밖에 꽤 흥미로웠던 대목들은 선충을 사냥하는 육식 곰팡이라던가, 파격적 공생 개념의 시작인 균과 조류의 합체인 지의류 (lichen)에 대한 이야기, 환각을 일으키는 psilocybin 이야기 등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이 꼭 악마가 저지른 오컬트류의 사건만이 아니고, 사실은 주인공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이 모두 환각버섯을 먹고 벌인 소동이라는 해석도 가능했다. 
저자는 분명히 곰팡이 전문 학자이지만, '응? 이런 것도 알아?' 할 정도로 박학다식함을 과시한다. 어딘지 모르게 문과스러운 면이 많이 느껴진다. 사진을 보면 상당히 잘 생겼다. 이 저자에 대해 더 흥미가 생겨서 구글링을 해 보았는데, 뜻밖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독특한 집안인데, 이 저자의 부모와 친형이 위키피디아에 수록되어 있을 정도의 유명인이었다. 특히 부모는 좀 안 좋은 의미로 말이다.  텔레파시니 뭐니 하는 것을 주장하는 유사과학자였다.  좋게 말하면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을 숙지하며 성장했을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어딘지 모르게 유사과학을 주장할 소지를 안고 있어 위태위태함이 미묘하게 느껴진다. 솔직히 전문 이외의 다른 다양한 분야에도 관심 표명을 많이 하는 걸 보면 그럴 위험이 다분해 보인다.
따라서 이 저자는 과연 차기작이 어떤 것이 나올지 경계를 할 필요가 있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고. 
사실 곰팡이에 관해서는 국내에도 이 저서 못지 않은 훌륭한 책이 이미 나와 있다. 
'곰팡이가 없으면 지구도 없다. 신현동 저 지오북 간' 인데, 생활 밀착형의 곰팡이 이야기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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