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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평점 :

"무료한 삶을 충전시켜주는 데는 확실한 목표만 한 게 없다..."(집행관들 19p)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마음에 꽂힌 문구인데요, 무료한 삶을 충전시켜주는 데는 통쾌한 소설만 한 게 또 없죠.
원래 소설을 잘 읽지 않았던 저인데, 요즘 소설 읽기에 푹 빠졌어요. 답답하고 좌절감을 주는 현실에서 잠시나마 도피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볼 수 있어서 그런가봐요. 현실에서 해소하지 못하는 욕구들을 소설 안에서 대리만족할 수도 있고요. 여행이며 사교모임이며 팬데믹으로 제대로 할 수 있는 사회 활동이 없으니 더더욱 소설의 재미에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팬데믹으로 안 그래도 답답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사건들이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고 있죠.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법 땅 투기 등 각종 부정부패, 정인이 사건 이후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은 대한민국 구석구석 그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같은 때 딱 읽기 좋은 시의적절한 소설이 바로 이 <집행관들>이 아닐까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굉장히 위험해요. 더 이상 사법기관과 권력자들을 신뢰할 수 없어서, 직접 법의 집행자로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거든요. 위험한 건 왠지 더 재미있죠?
집행관으로 나선 이들은 법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거나 상처를 받은 사람들로 짐작할 수 있을 거에요. 물론 정의감으로 나서는 이도, 우연에 의해 이 일에 관여하게 된 이도 있고요. 집행관들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부터 예비역 중령, 전 청와대 행정관, 사회부 기자에 이르기까지 그 직업도 다양합니다.
이들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민족반역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노창룡을 그가 생전에 자행했던 고문방식과 똑같이 돌려주어 살해함으로써 첫번째 집행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 두번째, 세번째 집행이 이어지죠. 그들의 주도면밀하고 과감한 집행은 어디까지일까요?
<집행관들>은 우리 사회 현실과 밀착되어 있는 스토리라 몰입감이 뛰어난 소설입니다. 읽다보면 소설 속 현실과 우리가 사는 현실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죠. 집행관들의 결단력과 과감한 실천이 나태하고 무기력한 독자들의 일상에 힘을 실어주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되어도 손색없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읽으면서 꼭 통쾌한 영화 한 편 보는 것 같이 재미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