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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도시 팔둠 ㅣ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7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5월
평점 :
올해는 헤르만 헤세와 연결 고리가 많이 생기네요. 지금 책상 앞에 걸려 있는 달력도 헤르만 헤세가 그린 그림으로 꾸며진 달력이고, 얼마 전 '헤르만 헤세 그림 시집'과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더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가 있지요.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해서 책을 읽어보지 않았어도 그 이름만큼은 익숙한 작가일 것입니다.
헤르만 헤세가 나무와 정원을 사랑했다는 사실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기 시작해 요즘 점점 더 알아가고 싶은 작가였는데, 그가 시와 그림, 소설 이외에 동화를 썼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마법에 걸린 도시 팔둠>은 동명의 단편 동화 외 5편의 환상 동화를 함께 엮어낸 단편집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참 좋더라고요.
헤세의 아버지가 인도 학자였던 영향인지는 몰라도 그의 작품에는 묘한 동양적인 분위기와 신비로움이 넘쳐흐릅니다. 환상 동화에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무드라고 할 수 있죠.
여섯 편의 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난쟁이와 사랑의 묘약'입니다. 난쟁이가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이 재미있고, 이야기와 현실이 묘하게 연결되면서 오싹한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지혜로운 난쟁이의 섬뜩한 복수극이 흥미로웠습니다.
'아우구스투스'는 개인적으로 얼마 전에 읽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동화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받는 일과 사랑하는 일,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동화였습니다. 본인의 행동에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유 임금님'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 여자에 휘둘린 임금 때문에 한 나라가 파멸에 이르게 되는 스토리입니다. 삼국지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 헤르만 헤세가 이런 이야기를 썼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더라고요.
'픽토어의 변신'은 낙원에서 뱀의 꾀임에 넘어가 소원을 빌고 나무로 변한 픽토어의 이야기입니다. '마법에 걸린 도시 팔둠'은 가장 철학적인 동화였는데요, 짧은 동화에 영겁의 세월을 녹여내어 삶을 아주 멀리서 바라보게 하는 신비로운 동화입니다. 눈앞의 아주 작은 것만 보는 우리에게 산처럼 더 멀리, 더 깊이 바라볼 것을 속삭이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이야기 '두 형제'는 단 3페이지의 짧은 이야기랍니다. 헤르만 헤세의 마법과 환상, 신비로움이 가득한 6편의 동화. 가볍지만은 않아서 깊게 생각하며 천천히 읽으면 좋은 동화입니다. 청소년기에 성장소설로 '데미안'을 많이 읽어보는데, 그전에 헤르만 헤세를 만날 수 있는 보석 같은 책이 아닌가 싶네요. 어린이뿐만 아니라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일독을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