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 에어포트
무라야마 사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열림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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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 에어포트... 제목이 참 멋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각적인 것에는 무딘 편이라 책을 다 읽고 나서야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는데, 벚꽃이 흐드러진 공항의 풍경이네요. 벚꽃은 책 속에서도 여러 번 등장하는데요,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배웅하거나 공항에 잠시 날개를 내려놓은 사람들을 반기는 벚꽃은 우아하고도 따뜻한 여행의 배경이 되어 줍니다.

공항에 잠시 스쳐가는 각각의 여행자들에게 행운을 빌며, 응원을 보내는 마음... 그 마음이 소설 속에 가만히 녹아들어 있는 <해피엔드 에어포트>입니다. 일본 소설은 감정이 지나치지 않고 고요하고 편안해서 즐겨 찾게 되는데요, <해피엔드 에어포트> 역시 달달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해피엔드 에어포트>는 공항이라는 장소에서 인생의 짧은 순간에 우연히 교차해 만나고 또 헤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각자의 사연은 실같이 가녀린 우연에 기대어 서로 얽혀 있고,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느슨한 관계들입니다.

어쩌면 언젠가, 어딘가에서 또 만나게 될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공항이란 장소는 만남도 있고, 이별도 있는... 무엇보다 여행을 떠나는 설렘과 함께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의 마음이 머무르는... 우리 삶 자체인 곳이니까요.

젊은 시절엔 자신이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될 줄 알았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에 낙향을 결심하게 된 만화가, 어릴 때부터 멍하게 삶을 응시하며 책 속 세계에 빠져살던 서점 직원, 오래전 오해 속에 헤어진 절친 메구미와 마유리, 마법사인지 마녀인지 모를 환상적인 노인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들이 교차하는 길을 가만히 따라가보면 그곳이 바로 해피엔드 에어포트입니다. 그 결말이 비록 해피엔드일지는 보장하지 못하지만, 그곳을 스쳐 지나가는 모두에게 그들의 여행이 부디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아름다운 장소이지요.

햇빛이 방안에 가만히 스며드는 조용한 평일. 혼자서 반나절 휴가를 내어 읽어본 책인데, 오늘 같은 날에 딱 어울리는 고요함과 삶에 대한 긍정, 그리고 앞으로의 날들을 기대하게 하는 설렘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공항은 그저 여행을 떠나는 설렘과 들뜸만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감정과 사연이 교차할 수 있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공항에 가면 참 묘한 설렘을 느낄 수 있죠. 소설 속에서도 공항에서 느끼는 기분 좋은 설렘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소설이라 반나절 읽을 기분 좋은 책으로 추천드려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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