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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6월
평점 :
오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소로의 월든을 들고 왔어요. 도서관에서 3번째 빌려 읽고, 이번에 소담출판사 버전으로 소장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재학 시절 故 장영희 교수님의 소개로 처음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번 읽어본 책인 만큼 오늘 여러분이 월든 한 번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도록 열심히 소개해 볼게요.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입니다. 월든은 수필 문학이니 수필가라고 이름 붙이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네요. 당시 대학의 수준을 짐작하기는 힘들지만, 한국인이 특히 선망하는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했네요.
겨울철 쓰러진 나무의 나이테를 세어보다 감기에 걸렸고, 폐병으로 이어져 사망했다고 합니다. 생태주의자 다운 죽음이 아닐 수 없네요. 그의 사상은 간디, 마틴 루터 킹, 그리고 우리나라의 법정 스님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월든>은 소로가 1845년 3월부터 월든 호숫가 숲속으로 들어가 스스로의 힘으로 작은 오두막을 짓고 2년여간 생활했던 이야기입니다. 얼핏 '나는 자연인이다'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책은 생태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단순히 '자연으로 돌아가자'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책은 아닙니다.
목차를 읽어보면, 독서, 고독, 마을, 동물 친구들 외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소로가 첫 번째 이야기로 '삶의 경제학'을 택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제학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집을 짓는데 쓴 비용, 식비와 의복비 등으로 지출한 비용, 농작물 판매 수익까지 그 세목을 일일이 밝히고 있어요. 월든 호숫가에서 소로가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임과 동시에, 그의 삶이 손에 잡히는 듯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져 이 책의 매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월든은 수필이기 때문에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소로가 월든 호수로 간 것은 자연을 벗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추구하는 본질적이고 소박한 삶, 소유에 얽매이지 않는 삶, 자신만의 생활방식을 구축하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의 태도... 이 모든 것이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일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소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매우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인물이며, 자신의 생활 방식을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수에 내려앉은 안개가 일순간 걷히는 것처럼 명확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체로 자신의 철학을 담아낸 점이 월든의 매력이에요.
초월주의자의 면모를 중간중간 드러내며 철학적인 전개가 이어질 때도 있어 때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독이 필요한 책이고요,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 때 더 빛나는 책이기도 합니다. 다시 읽을 때마다 느끼는 바도 달라지고,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문장들이 있습니다. 이런 게 바로 월든 같은 고전이 가진 매력이죠.
소로는 사회적인 문제보다는 개인의 삶과 영혼의 성장에 주목하며 삶의 본질에 집중하는데요... 그 당시로서는 이기적으로 평가될 수 있었겠지만, 요즘 시대에 오히려 맞아떨어지는 생각이어서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월든에는 보석 같은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할 수가 없을 정도네요. 인덱스를 계속 붙여야 할 정도로 보석 같은 글귀들이 가득했어요. 당연히 필사하기에도 좋은 책입니다. 지금 필사하고 있는 책이 끝나면, 소로의 월든으로 필사를 시작해 보려고요.
저는 고전을 많이 읽는 편이고 소담출판사 책을 참 좋아하는데요, 소로의 월든도 소담출판사 버전으로 추천드려요. 사실 다양한 번역과 디자인의 책으로 읽어보았지만, 소담 출판의 월든은 '반지의 제왕' 번역가 한기찬 님이 완역한 책이라고 합니다.
영어 원서로도 읽어보았기 때문에 제가 생각한 문장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 부분도 있었는데요, 최고의 번역이라고는 못할지라도 굉장히 단순하고 쉽게 옮긴 책이라 다소 난해하고 철학적인 문장도 심플하게 읽힙니다. 월든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좋은 번역판이 될 것 같네요.
소담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