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아트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실비아 마르틴 지음, 안혜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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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 아트’, 우리에게는 백남준의 영향으로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름이다. 하지만 비디오 아트가 뭐지? 하고 물으면 말 그대로 비디오, 즉 텔레비전을 표현 매체로 하는 현대 예술의 한 경향이라고 밖에는 대답할 말이 없다. 하긴 1970년대 전반부터 성행한 이 비디오 아트라는 녀석(?)은 아직까지 특별한 형식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과거 수작업의 시대에는 예술과 기술의 관계가 매우 긴밀했으나, 기계 생산이 발달하면서 예술은 기술로부터 독립해 자율성을 띠게 된다. 그러나 20세기 중반부터 예술에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들이 시작되면서 20세기 후반 이 시도들은 급진적인 발전을 보이게 된다. 이런 흐름의 대표적인 장르가 바로 비디오 아트이다.

 아직까지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은, 첨단 기술과 전위 예술을 결합한 이 비디오 아트라는 장르가 앞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세계가,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백남준의 작품들과 비엔날레에서 접했던 몇몇 작가들 외에는 비디오 아트를 실제로 만난 적이 별로 없었던 나에게, 이 책을 읽는 것은 굉장히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백남준을 비롯하여 클라우스 폼 브루흐, 로버트 카엔, 개리 힐, 마리 호 라퐁텐, 마르셀 오덴바흐, 토니 오슬러, 파브리조 플레시, 빌 시먼, 빌 비올라 등 유명한 비디오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직접 만나기 힘든 작품들을 이렇게 책에서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는 기쁨.

 다만 캔버스에 고정된 작품이 아니기에, 비디오 아트의 본질을 평면인 종이가 표현할 수 없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움직이는 전자회화’를 정지된 한 컷으로만 보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실제로 청각과 시각을 동원해서 보게 된다면, 공간에 차 있는 실재감을 느끼면서 작품을 보게 된다면 감동은 비교할 수 없이 클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서른다섯 명의 비디오 아티스트들의 대표적인 작품들 중 인상적으로 작 느껴진 품들도 여럿이지만, 그 중에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발칸 바로크>가 가장 충격적이고 슬펐고 오래 여운이 남는다. 살을 갓 발라낸 1500개의 소뼈들을 산처럼 쌓아 놓고 그 피투성이의 뼈더미 사이에 흰옷을 입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앉아 있다. 뒤쪽의 대형 영사기가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비춘다. 그녀는 4일 6시간동안 뼈 하나하나를 의식을 치르듯 씻어내며 유고슬라비아의 민요를 불렀다고 한다. 구 유고슬라비아 사태, 코소보와 크로아티아의 ‘인종 청소’에 대한 애도를 담았다는 <발칸 바로크>, 마치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애통한 제의(祭儀)처럼 느껴지는 그 사진을 보며 숙연해졌다.

 비디오 아트라는 예술의 최첨단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많은 작가들이 자신들만의 색깔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며 비디오 아트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 책 덕분에 앞으로 비디오 아트에 대해 더욱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에서 비디오 아트 관련 책들을 한번 찾아봐야겠다. 알게 되면 보인다는 말은 정말 맞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백남준의 작품들도 다시 만나러 가봐야지.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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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것만 생각해
카림 르수니 드미뉴 지음, 김혜영 옮김, 조승연 그림, 곽이경 해제 / 검둥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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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분의 프랑스어 교사니까 ‘호모’라는 단어에 대해 공부해 볼까요? 누가 이 단어의 뜻을 얘기해 보겠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앙글레 선생님은 입술을 깨물고 서 있었고 몇 명이 손을 들었다.

“남자끼리 자는 사람이요.”
“호모는 변태를 말합니다.”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요.”
“하나님이 원하지 않으시는 것이요.”

 이런! 책을 읽다가 가느다란 한숨이 나왔다. 어느 나라나, 어른들로부터 별 생각 없이 학습된 동성애 혐오는 별다를 게 없는 건가.

 10년쯤 전 일이었을 것이다. 연예인 홍석천 씨가 커밍아웃을 하고, 이어 트랜스젠더 하리수 씨가 데뷔를 하고... 말 그대로 성소수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단박에 떠올랐다. 사고에 콘크리트 처리한 어르신들은 세상 말세라며 혀를 찼지만, 동성애자 친구를 가지고 있었던 나는 우리사회의 동성애 혐오가 진심으로 끔찍하게 느껴졌다.

 어느덧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금은 사람들의 인식이 좀 변했을까. “난 내게 몸이 있다는 걸 몰랐다”로 소설은 시작한다. 열다섯 살 사춘기 소년 이스마엘은 말을 이어간다. “이제 나는 나에게 몸이 있는 것을 안다. 이 끔찍한 한 해가 모든 것을 바꾸어 버렸다” 누구에게나 사춘기는 쉽지 않은, 때론 끔찍한 경험이다.

 소년 이스마엘에게는 앙글레 선생님은 선생님이기 이전에 이웃사촌이고, 엄마의 제일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끝내주게 재미있는 책들을 빌려주고, 롤링 스톤즈를 처음 접하게 해 준 선생님을 좋아했지만, 친구들에게 으스대기 위해 선생님의 레즈비언 정체성을 폭로해버린 이스마엘. 자신이 아는 것에 지어낸 것까지 보탠 소문 덕분에 한 달 동안 쉬는 시간에 ‘왕 노릇’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이후 자신이 친구들에게 ‘호모’라고 놀림을 받는 처지가 되어 버린다. 한 번도 자신이 ‘호모’일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던 이스마엘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게 되면서 한마디 대꾸도 못 하고 도망치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내가 정말 호모면 어쩌지?’ 열다섯 살 소년의 심장을 옥죄는 고민은 나름대로 절실하다.

 급기야 수업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고... 혼자서 괴로워하던 이스마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은 다름아닌 이스마엘이 곤경에 빠뜨린 앙글레 선생님. 둘 사이의 신뢰와 우정이 회복되어 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이스마엘은 혼란스러움 속에서 스스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여러 가지로 고생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친구들의 상황은 (아직도) 훨씬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레즈비언 선생님의 당당한 커밍아웃이나 부모님과 아들이 성 정체성에 대해 터놓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 “정상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당신에겐 정상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비정상일 수 있다고요”하며 엄마가 아빠에게 항변하는 장면을 읽으면서도 그렇게 느꼈다(우리나라 같으면, 엄마 아빠가 함께 아이를 ‘비정상’으로 몰아 갈 확률이 훨씬 더 높지 않을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느낌. 하지만 이런 책들이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부디 우리나라의 수많은 이스마엘들도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두려움 없이 고민할 수 있기를, 터놓고 주변의 친구와 어른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혼자 고민하고 세상의 편견과 자기 부정을 혼자서 극복해야 하는 시린 상황에 놓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이런 책이 많이 많이 읽혀졌으면 좋겠다. 청소년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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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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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에세이 - 구정화 교수가 들려주는 교실 밖 세상 이야기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구정화 지음 / 해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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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펼치며 처음 마주친 구절 ‘사회학적 상상력을 위하여’.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말을 처음 만나게 되었던 도서관 풍경이 기억난다. 당시 나는 좋아하는 교수님이 사회학과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사회학에 대한 정체불명의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며 책등을 주르륵 살펴보다가 C. 라이트 밀즈의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어려운 말들도 꽤 많았지만 흥미롭고, 뜨거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청소년에게는 이 개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 개인의 생활은 그의 일생을 형성하는 제도와 관련시키지 않고는 올바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사회과학자의 정치적 임무는 개인 문제를 공공 문제로, 그리고 공공 문제를 다양한 개인들에 대한 인간적인 의미의 관점으로 전환하는 일이라는 것을.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나의 이런 몇 초간의 걱정(?)을 가볍게 해결해준다. 누군가가 나에게 왜 학원을 가는지 묻는다면 단순히 ‘불안해서’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학자에게 “요즘 고등학생들은 왜 학원에 다닐까요?”라고 묻는다면 그는 개인적인 차원이나 심리적인 수준의 답변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가 스스로 내린 선택인 것 같지만, 상당히 많은 일들은 내가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가기 때문에 선택한 것인 경우가 많다고 말이다.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개념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친근하게 풀어서 이해시켜주는 저자의 솜씨에 단박에 호감이 갔다.

 크게 6장으로 나누어 중요한 사회학 개념과 이론을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들어가는 말에서 품었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회학 용어들 중에서는 서로 중첩되고 의미가 아리송해 구별이 쉽지 않은 용어들도 많은데, 그 개념들을 꼼꼼히 정리해 주면서 청소년들에게 친근한 예와 다양한 이슈를 들어 이해가 쉽게 가도록 한 노력이 눈에 많이 들어오는 책이었다. 내집단과 외집단에 대한 개념에는 하품만 나오는 학생도 걸그룹 팬클럽 싸움을 예로 들면 눈이 번쩍 뜨이지 않을까. 또 각 장 끝에는 사회학사의 주요 실험을 다룬 ‘재미있는 연구’가 있는데 인지부조화 실험과 시카고의 갱단을 만난 사회학자 등, 다양한 읽을거리가 흥미롭다.

 속이 꽉 찬 책이다. 사회학 용어나 이론에 대한 개념 정리가 양적으로 좀 더 풍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긴 하지만, 청소년 책이니만큼 저자가 과한 욕심은 부리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청소년을 위한 사회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성인이 읽어도 손색없는 이런 성실한 사회학 입문서를 만난 것이 기쁘다.

 어떤 사회 현상을 바라보고 분석할 때에는 실제로 내가 경험하면서 보고 느끼는 실제 생활에서의 개인적 문제를 실마리로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개인적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넓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과연 사회학적 상상력을 키우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현상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데에 이 책을 활용할 수 있을까(그럴 마음의 여유가 있을까) 하는 점이랄까. 논술, 구술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적합한 책이라는 홍보 문구 없이도 충분히 빛나는 책인데. ‘청소년을 위한’ 책들은 이런 문구를 달아야만 팔리는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질 뿐이다. 부디 이런 팍팍한 현실에서도 사고에 콘크리트 처리를 당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건강한 사회학적 상상력을 가진 청소년들이 많이 살아남았으면 하고 빌 뿐이다. 부디 굳건하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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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연쇄살인범이 되었나
슈테판 하르보르트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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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하면서 가끔 의문을(그리고 반항을) 품게 했던 말들 중의 하나가 “여자가 어떻게...”하는 말로 시작하는 말들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예를 들어 늦게까지 술을 마신다거나, 품행이 단정치 않은 행동을 한다거나 해도 그 행동의 주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언제나 서슬 퍼런 기준이 되곤 한다.

 그런데 여성이 연쇄살인범이라니. 이 조합은 정말이지 익숙하지 않다. 그러고 보면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여자였던 경우는 ‘미드’말고 현실에서 접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를 충격과 불안에 빠뜨렸던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을 비롯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굵직굵직한 외국의 연쇄살인범들의 이름들은 모두 남자들이다. 살인, 특히 연쇄살인 하면 당연한 것처럼 사람들은 남성을 범인으로 상정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아이를 품고 낳고 키우는, 여성성과 모성애의 상징인 여성이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는 데서 오는 충격과 배신감(?)의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여자가 어떻게...”의 최종 버전인 셈이랄까.

 제목이 주는 느낌이 강렬한 이 책은, 연쇄살인을 전담하고 있는 수사관으로 일하고 있는 독일인 저자가 쓴 책이다. ‘미드’에서 자주 접해서 친숙한 느낌까지 드는, 국제적으로 응용되는 프로파일링 기법도 개발하기도 했고, TV나 라디오, 범죄 드라마나 영화에 범죄 전문가로서 자문 역할도 해준다고 한다. 여성이 ‘어쩌다가’ 연쇄살인까지 저지르게 되었는지, 그 배경과 이유를 추적하고자 썼다고 한 이 책은 읽기 시작하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만큼 흡인력이 있었다. 꼭 추리소설처럼 술술 읽히기도 하고... 심리학적으로 깊은 내용까지 다루지는 않았지만, 연쇄살인을 저지른 여성들의 배경과 그 이유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보니 그녀들의 심리와 범죄 심리 전반에 대한 분석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이 책은 무엇보다 범죄 스토리와 범죄 심리를 다루는 책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선정성’에 빠지지 않고 시종일관 균형 있는 시각을 유지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이 책에는 여섯 장에서 여성 연쇄살인범들의 사례들을 다루는데, 사실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흥밋거리로 가기 딱 좋은 주제들이 아닌가. 새로운 애인과 공모해 남편을 살해한 여성, 세 자녀를 둔 엄마이면서 자기가 낳은 9명의 아기를 죽도록 방치한 여성, 독극물로 세 명의 남편과 가족을 죽음으로 여성, 자신이 돌보는 환자들에게 치사량의 약물을 복용시킨 간병인, 17명의 환자에게 죽음의 주사를 놓은 응급실 간호사, 남자에게 끌려 다니며 그를 위해 살인을 일삼았던 여성...

 하지만 저자는 이런 무시무시한 사건들에 대해 선정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를 여성 연쇄살인범들의 인생에, 그녀들의 속사정에 초점을 맞춰 기술한다. 물론 “그런 삶을 살았다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변론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여성 연쇄살인범들의 인생을 살펴봄으로써 사회 체제적인 차원에서 여성 범죄를 방조하거나 조장하는 측면이 있음을 밝히고, 이를 개선하자고 힘주어 말한다. 
 

 특히 2장 ‘침묵 그리고 살인’에서 다룬 영아 살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살인 사건에서 여성이 범인인 경우는 단지 15퍼센트에 해당하는데(과실이 아니라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하는 살인의 경우는 12퍼센트) 경찰의 범죄 통계에서 여성이 범인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유일한 범행인 영아 살해. 가끔 우리 신문 사회면에서도 미혼모나 혼외 관계로 임신을 한 여성이 영아 살해를 했다는 기사로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사람의 탈을 쓴 비정한 모정’ 하며 혀를 찬다.
 왜 이 분야(?)만 유독 여성이 압도적인 비중일까. 당연히 결과적으로 임신을 숨기고 부정하다가 아이를 낳아 죽이는 주체는 여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사회적인 모든 연관을 솎아버리고 비극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말한다. 원치 않은 임신의 씨를 뿌린 남성 역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게다가 아기를 가진 여자를 홀로 버려두고 외면한 남자야말로 비극을 낳은 주범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는 그의 이야기에 진한 공감이 간다. 아홉 명의 아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끝에 죽음을 맞도록 방치했던 수잔네 헤흐트, 언론이 연일 그녀를 악마로, 마녀로 대서특필했을 때 그녀의 남편은 어디에 있었을까?

 추리물처럼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읽다보면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들기도 했다.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타인의 소중한 목숨을 빼앗는 행위는 물론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이고 그녀들이 저지른 범죄, 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에 대한 책임은 물론 그녀들에게 있다. 세상에는 그녀들과 비슷한 환경에서(혹은 더 힘든 환경에서)도 범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그래도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사회적인 책임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 여성이 살인을 저지르는 현상을 그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사회가 여성에게 강제한 것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하는 저자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볼 주제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었다. 특히 뉴스에서 영아 살해 기사가 나올 때마다, 모성 이데올로기에만 사로잡힌 기사와 댓글들이 도배하는 우리 사회에선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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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주커버그 - 20대 페이스북 ceo, 7억 제국의 대통령 북셰프 정흥보의 청소년을 위한 시크릿 코드 시리즈 1
마샤 아미든 루스티드 지음, 조순익 옮김, 정흥보 / 해피스토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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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때쯤이었던가,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인상적으로 본 후 내 머릿속엔 그의 이름이 꽝꽝 새겨졌다. 온라인 혁명을 일으킨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 페이스북의 탄생 실화를 다룬 영화는 결말 부분이 약해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꽤 흥미로웠다(책에서는 흥미를 끌기위해 설정한 영화 캐릭터와 실제 하버드에서의 그의 생활모습의 차이가 크다고 말하지만). 타임지에서 선정한 최연소 ‘올해의 인물’, 제 2의 빌 게이츠로 불리기도 하고, 최근 스티브 잡스의 타계 이후에도 그의 뒤를 이어 IT시대를 주도할 가장 유력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는 마크 주커버그. 빌 게이츠나 잡스와 마찬가지로 그에 대해 탐구하고 분석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나왔다. 청소년을 위한 시크릿 코드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마크 주커버그의 시크릿 코드로 ‘소통’, ‘재능’, ‘집중’, ‘흥미’, ‘지혜’, ‘경쟁’, ‘성공’, ‘창의력’, ‘변화’ 등 9가지로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페이스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페이스북의 성장과 확장, 그리고 소송에 휘말리는 등 여러 가지 난관들을 극복하는 이야기 등도 흥미로웠지만, 특히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크 주커버그의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대한 부분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하버드 한 천재의 머릿속에서 ‘우연히’ 나온 생각이 이제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그의 행운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정말 우연한 기회에 운이 맞아떨어져서 탄생한 것일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즐기며 배웠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과 친해질 수 있었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치과의사인 아버지를 위해 환자가 오는 순서를 알리는 프로그램인 주크넷을 만들만큼 프로그래밍을 좋아했던 그. 이 책은 마크 주커버그의 페이스북은 ‘부단한 노력의 결과물’이며 ‘우연이 아닌 우연한 발견’이라고 말하는데, 정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세계를 열린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P.13)"이라는 자신의 꿈을 멋지게 실현시켜가고 있는 열혈청년, 마크 주커버그. 컴퓨터가 전혀 보급되지 않은 시절에 ”전세계 집집마다 개인용 컴퓨터를 보급하겠다“는 빌 게이츠의 비전을 왠지 떠올리게 하는 멋진 비전이다. 모든 것은 생각의 위대한 힘을 믿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인간이 되고 싶다, 되고야 말겠다고 생각함으로써 모든 것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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