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에세이 - 구정화 교수가 들려주는 교실 밖 세상 이야기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구정화 지음 / 해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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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펼치며 처음 마주친 구절 ‘사회학적 상상력을 위하여’.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말을 처음 만나게 되었던 도서관 풍경이 기억난다. 당시 나는 좋아하는 교수님이 사회학과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사회학에 대한 정체불명의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며 책등을 주르륵 살펴보다가 C. 라이트 밀즈의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어려운 말들도 꽤 많았지만 흥미롭고, 뜨거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청소년에게는 이 개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 개인의 생활은 그의 일생을 형성하는 제도와 관련시키지 않고는 올바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사회과학자의 정치적 임무는 개인 문제를 공공 문제로, 그리고 공공 문제를 다양한 개인들에 대한 인간적인 의미의 관점으로 전환하는 일이라는 것을.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나의 이런 몇 초간의 걱정(?)을 가볍게 해결해준다. 누군가가 나에게 왜 학원을 가는지 묻는다면 단순히 ‘불안해서’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학자에게 “요즘 고등학생들은 왜 학원에 다닐까요?”라고 묻는다면 그는 개인적인 차원이나 심리적인 수준의 답변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가 스스로 내린 선택인 것 같지만, 상당히 많은 일들은 내가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가기 때문에 선택한 것인 경우가 많다고 말이다.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개념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친근하게 풀어서 이해시켜주는 저자의 솜씨에 단박에 호감이 갔다.

 크게 6장으로 나누어 중요한 사회학 개념과 이론을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들어가는 말에서 품었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회학 용어들 중에서는 서로 중첩되고 의미가 아리송해 구별이 쉽지 않은 용어들도 많은데, 그 개념들을 꼼꼼히 정리해 주면서 청소년들에게 친근한 예와 다양한 이슈를 들어 이해가 쉽게 가도록 한 노력이 눈에 많이 들어오는 책이었다. 내집단과 외집단에 대한 개념에는 하품만 나오는 학생도 걸그룹 팬클럽 싸움을 예로 들면 눈이 번쩍 뜨이지 않을까. 또 각 장 끝에는 사회학사의 주요 실험을 다룬 ‘재미있는 연구’가 있는데 인지부조화 실험과 시카고의 갱단을 만난 사회학자 등, 다양한 읽을거리가 흥미롭다.

 속이 꽉 찬 책이다. 사회학 용어나 이론에 대한 개념 정리가 양적으로 좀 더 풍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긴 하지만, 청소년 책이니만큼 저자가 과한 욕심은 부리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청소년을 위한 사회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성인이 읽어도 손색없는 이런 성실한 사회학 입문서를 만난 것이 기쁘다.

 어떤 사회 현상을 바라보고 분석할 때에는 실제로 내가 경험하면서 보고 느끼는 실제 생활에서의 개인적 문제를 실마리로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개인적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넓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과연 사회학적 상상력을 키우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현상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데에 이 책을 활용할 수 있을까(그럴 마음의 여유가 있을까) 하는 점이랄까. 논술, 구술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적합한 책이라는 홍보 문구 없이도 충분히 빛나는 책인데. ‘청소년을 위한’ 책들은 이런 문구를 달아야만 팔리는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질 뿐이다. 부디 이런 팍팍한 현실에서도 사고에 콘크리트 처리를 당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건강한 사회학적 상상력을 가진 청소년들이 많이 살아남았으면 하고 빌 뿐이다. 부디 굳건하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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