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1 -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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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의 이글거리던 열기를 그대로 품고 있는 것 같은 열대야 한가운데서 읽은 <북극허풍담>. 북극이라니! 허풍이라니! 이 얼마나 듣기만 해도 가슴 시원해지는 단어들이란 말인가. 책장을 넘기면서 그린란드의 빙산 사이로 부는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는 듯했다.

 

지은이 요른 릴의 삶 자체가 소설이나 영화 같기도 하고 콩트 같기도 하다. 19살에 그린란드 북동부 탐사에 참여했다가 그곳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는 16년간이나 그곳에서 사냥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살았던 사람. 서른여덟 살부터 나머지 세상을 보려고 그린란드를 떠나서 UN 민간요원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는 모험가. 파이프 담배를 꽉 물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책날개의 작가 사진을 들여다본다. 마음에 드는 얼굴이다. 얼핏 진지한 것 같으면서도, 또 장난기어린 듯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나고 있는, 31년생 청년.

 

‘허풍담’이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이 책은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픽션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이 아리송한, 독특한 색깔의 단편 열 개가 담겨 있다. 장엄하고 경이로운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투박하고 단순하지만 각기 빛나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 엉뚱하고 황당하고 웃긴 이야기, 또 낄낄거리면서 신나게 읽다가도 어쩐지 마음 짠해지고 애틋해지는 인간애가 느껴지는 이야기을 읽고 있으니 무더위에 끈적이던 마음까지 개운해진다.

 

벽에 붙어있는 세계지도를 들여다본다. 거대한 하얀색으로 가득한 대륙, 북극 그린란드. 눈과 얼음과 북극곰과 바다표범의 세계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했던 이곳에, 문명 세계를 거리낌없이 '저 아랫것들'이라고 부르는 사냥꾼들의 거침없는 일상을 생각한다. 이상적인 친구였던 이탈리아 수탉 안톤을 그리워하는 헤르버트, 한번도 본 적 없는 엄마를 하트모양 문신으로 팔에 새기며 자랑스러워하는 검은 머리 빌리암, 오두막을 부수고 지은 '문명적인' 화장실을 두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 레우즈와 시워츠, 친구 얄의 장례식에서 떠들썩하게 술판을 벌이다가 골아떨어진 백작을 죽은 것으로 착각해 벌어진 소동... 사람들이 어찌나 열심으로 엉뚱하고 순박한지. '사과 도넛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여자' 엠마에 대해 신나게 앞다투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급기야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여자에 대한 권리를 거래한다고 벌이는 그 유쾌한 난리법석이란. 정말 시트콤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만큼 싱싱하고 재미있다.

 

이런 사람들의 매력에 빠져 요른 릴은 그린란드의 삶을 선택하고 '북극에서 살아가는 법 자체를 배웠다'라고 털어놓은 것이리라. 하여튼 자본주의의 마수 아래에서 허우적대며 쓸데없는 욕망들을 이기지 못해 주체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저 아랫것들'의 하나로서, 그 호방함과 자유로움과 순수함과 엉뚱한 괴짜기질들마저 한없이 부러워질 뿐이다. 아아, <죽기전에 꼭 가고싶은 곳>들 목록에 그린란드의 이름을 써 넣으며 이 그리움을 잠시라도 달래보는 수밖에. 그리고 2권 <북극의 사파리>를 펼쳐들며 또 이들의 유쾌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이 더위를 잊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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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리딩튜터 도약 - 능률중등독해
능률영어교육연구소 지음 / NE능률(참고서)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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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리딩 지문을 통해 독해 실력이 쑥쑥~ 알찬 구성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오래 사랑받는 이유가 분명히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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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우 100인의 독백 모노스토리 시즌 1
서울연극협회 지음 / 들녘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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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예 무디악바나마

악바예 무디악바나마

악바예 무디악바나마

노오녜파다 악바예 에불로

네베야조야조 네베야조야조...

 

무슨 외계어인가? 주술인가?

나는 지금 <배우 100인의 모노스토리> 공연 현장에서 직접 녹음한 CD를 들으며 책장을 찬찬히 넘기고 있는 중이다. 생각지도 못한 CD가 들어있어 감격했다. 무대에서 직접 연기하는 배우들의 생동감을 느끼는 것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현대문명 덕에 그들의 발성과 호흡, 섬세한 감정의 떨림까지 이렇게 생생히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더없이 행복하다.

 

이 묘하고 별난 발음의 대사는 배우 장두이의 모노로그 <자장가>의 일부로, 아프리카 가나의 자장가라고 한다. 연기를 한지 41년째인 그가 그동안 공연했던 작품 속에 들어 있던 자장가들을 추린 작품이라는 설명을 읽는다. 내 눈 앞에 비록 무대는 없지만, 오히려 상상은 더 자유롭게 날개를 편다. 잔잔하고 어쩐지 애틋하게 들리는 가락을 들으며 장두이가 앉아서 가만히 자장가를 부르고 있는 무대의 배경을, 그 색깔을 상상해 본다. 가나의 작은 마을에서, 한 어머니가 무릎에 아이를 누이고 토닥거리며 노랠 부르고 있는 장면이 겹쳐진다.

그 밖에도 인도 남부지방의 자장가, 그리고 뮤지컬 <오이디푸스>에 나왔던 자장가 등... 세상에 자장가로만 모노로그를 만들다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자장가는 음악적인 측면 외에도 매우 극적인 내용과 염원이 깃들어 있어 마치 탯줄이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만큼이나 강렬한 감흥과 의미를 던져'주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 중 가장 내 눈에 그려지는, 가장 보고픈 무대는 뮤지컬 <Greek Trilogy>의 자장가이다.

 

"신의 저주로 태어난 오이디푸스. 그의 아버지의 명령으로 목동이 갓 태어난 오이디푸스를 안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이 노래를 불러준다. 그때 나는 이미 애수에 젖을 대로 젖어 있었다...(중략)... 포대기 속에서 잠든 아기를 품에 안고 앞으로 있을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생각하며 부르는 처연한 자장가는, 아기를 재우기 위해 부르는 단순한 노래를 넘어 매우 극적인 도구로 사용된다."(242쪽)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마흔 세 명의 배우들의 모노로그와, 그 배우가 말하는 자신의 삶과 연극에 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모노스토리라는 제목의 책이 되었다. 장두이처럼 내가 십대 때부터 좋아하고 그가 쓴 책도 줄 그으며 읽었던 배우도 있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큼 관록있는 배우도 있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배우들도 있지만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이 책을 읽고 CD를 들으면서 많은 무대의 풍경을 상상하는 동안 참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듯 했다.

책을 덮고난 후 내 머릿속에는 지금, 다채로운 무대들이 펼쳐지고 있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이 "이제부터 악마가 되거나 천사가 되거나, 저 지구보다 더 높이 오르거나 살안자보다 더 악랄해지거나, 결코 중간에 존재하지 않겠다!"하고 울며 절규하는 무대,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가 아마데우스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괴로워하며 "왜 저에게는 욕망만 주시고 재능은 주시지 않은 겁니까"하고 울부짖는 무대, <관객모독>에서 이 세상을 향해 질펀한 욕의 향연을 풀어놓으며 후련함을 느끼는 무대...

한정된 삶에서, 다른 이의 삶을 진정으로 살아 볼 수 있는 배우라는 일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또한 이 각박한 현실에서 몇십년 동안 연극배우라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얼마나 눈물겨운가. 배우들의 인생, 그리고 무대와 연기에 대한 철학을 읽으며 그 진지함에 숙연해지는 느낌이 든다. 문득 테니슨의 글귀가 떠오른다.

“얼마나 따분한가, 멈춰서는 것, 끝내는 것, 닳지 않고 녹스는 것, 사용하지 않아 빛을 내지 못하는 것은."

멈춰서고 녹스는 것을 거부하고 무대에서 자신의 생을 아낌없이 태우는 배우들의 눈빛들. 그 순수함과 열정에 흠뻑 전염되고 싶다.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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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정신 의학 에세이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가 청소년을 위해 쉽게 풀어쓴 정신 의학에 관한 모든 것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하지현 지음 / 해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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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는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이라는 말이 들어있지만, 청소년들이 흔히 겪는 성장통이나 마음의 변화를 위로해주는 책과는 거리가 먼 책이다. '에세이'라기에 정신과 의사가 그간 자신이 경험한 다양한 사람들이나 사례들 위주로 쓴 글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다. 에세이라는 장르의 폭이 뭐 워낙 넓긴 하지만.

즉 이 책은 신변잡기적이거나 감상적인 얘기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정신건강의학과적 병리 현상들을 소개하고 알기쉽게 설명해주는 쪽에 중점을 두었는데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간의 마음과 정신이란 얼마나 궁금하고 미지의 공간이 많은 영역인가. 지은이는 정신 의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정신과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서, 기억이나 수면과 같은 뇌의 기능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주제들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낸다.

 

1장의 시작인 '정상과 비정상은 어떻게 구분할까?'부터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갖던 주제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이 정상인지 확인할 때 가장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분야'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저자의 표현에 정말 공감한다. 사실 정신은 육체와 달리 '정상성'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까. 엑스레이를 찍을 수도, 피 검사나 조직 검사를 할 수도 없는, 딱히 진단법이라 할 것이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도 많고, <오체불만족>의 저자처럼 팔다리가 없어도 정신적 균형감각을 훌륭히 갖춘 사람도 있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한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정상인지, 정상이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들을 제시한 저자의 결론은 간단하다. "자신이 지닌 정상성의 장점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라"는 것이다(쬐끔 싱겁게 느껴지는 것은 '청소년용'이라선가?^^;).

 

또 저자는 한 발 나아가 '정상이라고 다 건강할까?'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건강함과 정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개념이라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건강함에 대한 정의는 매력적이다. 밑줄을 그어둔다.

 

"말하자면 건강함은 정상이므로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수준 가리킨다...(중략)... 적극적으로 집중하다 보면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리고 최대한 능력을 낼 수 있는 '몰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자주 몰입하고 이 상태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 건강한 것이다."(24쪽)

 

앞으로 친구가 "건강하게 지내니?"라고 안부를 물으면, "응!"하고 기분좋게 대답하면서 속으로 "자주 몰입하고 그 상태를 오래 지속하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회복력, 성격,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나를 보호하는 무의식적 방어기제, 뇌의 기능에 대해 설명한 1,2부가 지나면 3,4,5부에서는 본격적으로 고장 난(?) 정신에 대해서 다루는데 이 부분은 더 다채롭고 흥미진진하다.

우울증, 망상, 공황 장애, 강박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ADHD, 거식증, 자폐증...  청소년들을 위한 정신의학 소개서라는 책의 목적에 맞추어 한 주제에 대해서 깊이있게 파고들어가기보다는 핵심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서 이야기해준다. 각 증상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참 잘 해 놓았다. 공황 장애라면 공황 장애의 증상,공황장애의 원인, 공황 장애에 대처하는 자세 이런 식으로... 이 명료함이 이 책의 장점이고 살짝 아쉬움이 남는 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의 본 목적이 청소년들에게 인간의 마음과 정신 병리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해결해 주는 데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면 훌륭히 제 사명을 다한 셈이다(맛보기로는 아쉬워 더 먹고픈 마음이 간절한 독자라면 각 증상별로 더 깊이있게 다룬 책들을 찾아보면 될 것이고.^^;).

물론 청소년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이 앎은 유용하다. 결국 정신 의학이라는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 주고, 나의 마음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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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권하다 - 삶을 사랑하는 기술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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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앞장에 있는, 스물일곱의 라파엘로가 바티칸궁전의 도서관 벽에 그렸던 <아테네 학당>을 본다. 워낙 유명한 그림이라 낯이 꽤 익지만, 이렇게 세세하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세와 표정을 들여다보는 것은 처음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피타고라스, 헤라클레이토스, 디오게네스...... 철학책 속의 이름들이 살아있는 사람이 되어 내게 말을 거는 순간이다.

 

지은이 줄스 에반스는 이 그림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그림 속에 깃든 질서와 무질서의 균형을 사랑한다’고 했고, 이 그림에 대한 그의 영감이 이 책을 탄생시킨 밑바탕이 된 것 같다. 각기 개성이 뚜렷하고 저마다 급진적인 사상을 전개했던 다양한 유파의 철학자들이 바티칸궁전의 벽에 모여있는 이 그림이 그토록 그를 사로잡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원인지 시장인지, 아미면 어느 이상적인 도시의 회랑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모여서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고 하루하루가 신성함과 맞닿는 곳이다. 이 그림을 바라보노라면 슬슬 궁금해진다. 나도 저 토론에 끼면 어떨까? 아테네학당에서 공부하고, 위대한 스승들의 이야기를 듣고, ‘감히’ 그들에게 말을 걸면 어떤 기분이 들까?”(13~14쪽)

 

그의 이런 상상은 ‘아테네학당에서 하루쯤 청강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낳았고, 이렇게 그지없이 사랑스러운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이 학당의 교장인 소크라테스의 아침조회시간이 끝나면 오전수업시간에는 에픽테토스와 무소니우스 루푸스, 세네카를 만나고, 점심시간에는 합리적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와 점심을 즐긴다. 오후수업 1부에서는 헤라클레이토스와 피타고라스, 2부에는 디오게네스와 플라톤, 플루타르코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를 듣고 하루 수업이 다 끝나면 다시 교장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잘 떠나는 기술’에 귀 기울이며 졸업한다. 정말이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찬 하루가 아닌가.

 

너무나 다채롭고 풍성한 이 ‘1일 학당’의 수업을 사흘 동안 아껴가면서 수강했다. 기뻤다. 앞으로도 종종 들러서 힘을 얻고 싶은 귀한 수업이다. 철학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소크라테스의 생각은 오랫동안 비웃음의 대상이었지만 그가 옳았음을 우리는 안다. 이 기쁨은 확실히, 자기계발서적을 읽으면서 얻는 기쁨과는 차원이 다르다.

 

“고대세계에서 가기계발은 현대의 자기계발보다 훨씬 더 야심차고 포괄적이었다. 고대의 자기계발은 심리적인 것을 윤리적인 것, 정치적인 것, 우주적인 것과 관련지었다. 한두 달 정도 실천하다가 금세 새로운 자기계발법이 유행하면 버려질 단기적 해결책 따위가 아니었다. 자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오랫동안 날마다 실천해야 하는 지속적인 삶의 방식이었다.”(34쪽~35쪽)

 

철학은 현실과는 상관없는, 현실에는 도움을 주지 않는 난해하고 이론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아테네학당에서의 하루를 권하고 싶다. 그렇다면 철학은 단지 추상적 사고과정이 아니라 실천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고, 사려 깊은 선생님들이 그렇듯 다채로운 예들과 차근차근한 설명으로 철학의 세계로 안내해주는 학교. 교장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나는 내 영혼을 얼마나 잘 돌보고 있을까. 그리스 철학자들은 반복적인 운동으로 근육을 강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철학적 근육’도 연습과 훈련을 통해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철학이 내 정신의 근육이 된다는 것,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꾸준한 정성과 용기와 겸손함이 필요한 길. 하지만 몽테뉴의 말대로, ‘우리 모두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다’는 걸 믿고, 한걸음씩 계속 나아가고 싶다. 2500년 전 훌륭한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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