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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님 웨일즈.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 동녘 / 2005년 8월
평점 :
북한의 김일성 그리고 소련의 스탈린 등등이 타락시키기 전까지의 공산주의 사상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생산활동을 하고 그 생산물을 똑같이 분배하자는 게 바로 공산주의인데 만약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나 역시 공산주의자들이 사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그런 곳이 정말 존재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공산주의자로 전향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삶이란 그리 녹록치 못해서 결국은 그 공산주의라는 게 가차없이 폐기처분 돼 버렸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더럽지만 이 역겨운 자본주의 세상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나는 어릴 때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늙다리 세대지만 솔직히 내 마음 깊숙한 저 밑바닥엔 반골기질 같은 게 예전부터 살아숨쉬고 있어서 세상의 더러운 꼴은 못보는, 굳이 표현하자면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운 취향의 소유자라고 자부한다.. 나는 우파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다.. 나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도라고 표현할 정도의 유연함과 내공도 없다.. 예전에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보고 회색주의자라고 표현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그런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는 회색주의자가 맞고 대한민국에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며 준법정신에 투철하지만 나라의 상황들에 거의 관심이 없는 내 나름대로 표현하자면 무정부주의자이다.. 내가 이토록 쓸데없는 얘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야말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공정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걸 자랑(?)하기 위해서이다.. 좌파 우파 진보 보수 그 어느 쪽에도 관심이 없고 그저 내 양심에 입각하여 잘된 일에는 박수를 보내고 잘못된 일에는 과감히 비판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이 나라고 늘 자신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마음 속에서만 말이다..
역차별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요즘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이 책의 주인공 김산은 분명 항일 독립투사이고 또한 건전한 의미의 공산주의자가 맞다.. 그런데,, 왜 김산이라는 혁명가만 혁명가 대접을 받아야 하나? 당시 이름 한 자 알리지 못하고 이국땅에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죽어간 무수히 많은 독립투사와 혁명가들이 부지기수일텐데 왜 하필 김산이라는 사람에게만 영웅대접과 함께 훈장을 수여하는 거지? 좀더 찾아보면 김산 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뛰어난 활동을 펼친 투사들이 꽤 있을 텐데 더이상 찾아볼 생각은 안하고 김산과 같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이토록 영웅적 특혜를 주는 이유가 뭘까?
김산은 진보촤파주의자들에게 있어서 상징화 될 수 있는, 상징화 하고 싶은 독립투사들 중의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주의자들의 취향에 맞는 독립투사를 발굴하고 찾아내서 그동안 민족주의자 보수 일색이었던 독립투사와의 숫자적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각고의 노력으로 탄생한 독립투사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김산이라고 생각한다.. 서슬퍼렇던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에 감히 내세울 수 없었던 진보좌파주의자들의 취향에 걸맞는 독립투사를 결국 이 나라가 자신들의 세상이 되자 하나둘씩 영웅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약산 김원봉을 어떻게 해서라도 영웅화 하려해도 북한에서의 화려한 전력 탓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는 그네들을 보면서 회색주의 무정부주의파인 나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아무리 자기네 세상이 됐다고 북한군 출신의 사람에게 훈장을 주고 독립유공자로 둔갑시겠다니 쯧쯧.......
나는 김산의 일생을 결코 폄하 폄훼하지 않는다.. 나 역시도 공산주의적 성향의 기질을 갖고 있는데 감히 김산과 같은 숭고한 마음씨의 공산주의 혁명가를, 혁명을 통해 조선의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던 분을 욕보이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내가 바라는 건 진정한 공산주의, 진보좌파들의 정권 유지를 위한 얼굴마담식의 영웅화 작업을 통한 김산 알리기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역사 알리기를 원한다.. 김산을 비롯한 소수 진보좌파적 혁명가들만 선전하고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그 당시 나라를 위헤 피를 아끼지 않았던 훨씬 더 많은 숭고한 공산주의자를 찾아내는 작업을 원한다.. 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특혜를 주는가? 세상이 진정한 공산주의로 물들기 위해선 한두 사람들만의 영웅 알리기가 아닌 보다 많은 숫자의 혁명가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공정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