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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 독점계약 번역 개정판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15년 3월
평점 :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것일까?...
어느 훌륭한 역사학자가 어떤 시대의 사실(?)에 대하여 이렇고 저렇고를 설명하면서 결국 그 시대는 그랬었다라고 말한다면 우린 그걸 믿어야 할까?.......맞다 믿어야 한다..믿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나, 혹은 역사학자가 제시하는 근거를 솔직히 인정할 수 없는 기분이지만, 그렇다고 나혼자 그럴리가 없다면서 떠들어댄다고 누가 나를 인정해줄까?.. 수능시험이나 취업을 위한 시험에서 나는 합격하기 위하여 내가 믿지도 않는 사실을 책에 써 있다는 이유로, 고매한 역사학자가 주장한다는 이유로 듣고 배운대로 답을 써내야 만 한다.. 그게 현실이고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역사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나는 요즘 틈틈이 민음사에서 발행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고 있다.. 본문의 내용 안에 수없이 많이 달려 있는 주석들을 읽다보면 특이한 사실을 발견하는데,, 그건 바로 그 책의 저자인 기번 역시도 지나간 로마 역사에 대해서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오래된 옛날 일이라 확신이 없다는 뜻이 아니고, 그가 진정 로마사에 확신이 없는 이유는 티유몽을 비롯한 그전의 역사가들의 기록이 제각각 모두 다르다는 사실 때문이다.. 즉 한 가지 역사적 사실 하나를 두고서도 많은 역사가들의 기록뿐만 아니라 그네들의 평가가 천차만별이어서, 그런 사람들이 기록해 놓은 자료들과 기타 참고해야 할 자료들을 가지고 로마제국 쇠망사를 집필했던 기번의 주석들엔 확신이 없는, 그저 추측만 하는 내용들이 허다하며 그런 어려움 속에서 쓴 책이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라는 위대한 역사책이 아닌가 싶다..
또한,,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로마인 이야기>라는 스테디셀러는 책 제목에 애초부터 '이야기'라는 말이 들어간다.... 즉 역사란 결국 이야기라는 걸 역사를 꽤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들도 책제목에서 시인하고 있는 것이다.. 한 달 전에 내가 이 시간에 뭘 했는지도 기억을 못 하면서 자신이 겪지도 않은, 그것도 아주 먼 옛날 얘기를 본인의 손금 들여다보듯이 얘길하는 사람들,,, 글쎄,,그들에겐 그 어떤 자신감이 그들을 그토록 위대한 역사학자들로 만들어놨을까?
그렇다고 내가 역사라는 학문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필요하다.. 역사는 배워야 만 한다.. 왜냐하면 그 역사의 본질이라는 것이 진실적이고 사실적이어서가 아니라, 모르고 안 배우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알고 조금이라도 배우는 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즉 역사를 알고 배워야 하는 명분은 당위성이 아닌 필요성에서 찾아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필요성이란 결코 맹신과 무조건적인 추종을 절대적으로 배제한다는 것 또한 덧붙여서 말하고 싶다..
역사를 조사하고 탐구하는 과정과 시스템이 날로 발전한다고 해도 위에서 말한 이유로 인해 우리는 영원히 진실된 역사를 알 수 없을 것으로 난 확신한다.. 따라서 역사의 선지자들은 후학과 후세들에게 좀더 겸손한 마음으로 이럴수도 있다라는 가정을 하면서 자신들의 연습된 역사를 가르치길 바란다.. 그러다보면 누구든지 믿고 싶은 것만, 알고 싶은 것만 믿고 알게 되는 진실(?)되고 위대한 역사책 한 권이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