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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평점 :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오늘의 나를 내 그림자와 함께 스스로 위로하면서 터벅터벅 걷는 걸음 속에 또 하루를 마감한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이리도 긴 고통을 감내하면서 재미없는 현실을 살아가야 하나 자문해 보지만, 대답은 안 들리고 그저 공허한 한숨소리만 심장의 옅은 울림과 함께 전해져 올 뿐이다..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날 문득,, 자신을 한 번쯤 돌아다 보는, 여유가 아닌 인간 공통의 본능에 의한 성찰 같은 게 생겨난다.. 흔한 말로 '자아성찰'이 그런 상황의 고급스런 표현인데 굳이 편한 말로 재표현하면 '회상'이라고 하면 어떨까? 이 작품 속엔 그런 회상의 모습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대비 투영해 보는 시간을 작가가 부여한 듯싶다..
불교의 윤회사상과 아울러 업보라고 하는,, 일종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그 댓가 같은 게 있는데, 문제는 그 형벌(?)이 죄를 저지른 자신보다는 후세의 자손에게 집행되어진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다시 말하면,,작가는 지나간 과거의 아름답지 못한 조상들의 행태가 현실을 살아가는 후손들이 이렇듯 힘든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 원인으로 표현을 했으며, 아울러 그나마 현실을 교묘히 이용해서 처세를 잘 해나갔던 사람들은 물질적 행복을 누리며 살았지만, 그렇지 못한 주변인들은 고지식하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힘든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일종의 병든 현실사회를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느껴진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가 지나온 과거의 잘못된 행동들을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부끄럽고 역겨운 모습들로 인해 내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지만, 큰 산을 이루 듯 결국 뭔가를 이루기 위해선 그 과거의 잘못된 모습들도 내가 완성되기 위한 과정의 단계로서 반드시(?) 필요한 모습들이었다.. 따라서 그걸 너무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저 아름답게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인생의 본모습이라면,, 차라리 그 추한 모습들이 존재했었기에 앞으로는 보기 좋은 현재와 미래를 꿈꿔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