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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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기다리는 옥상에 올라가 본 소감은 꽤 유쾌했다.. 그 옥상에서는 사방이 콘크리트 건물로 꽉 들어찬 곳 들 중에 한 곳이 아닌 온주위가 뻐엉~~ 뚫린 정말 속시원한, 그 아무것도 거칠 게 없는 옥상이었다.. 


좀 사는 게 팍팍하다고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 주위엔 이 작품을 실은 책처럼 좋은 책들이 널려있으니 그 책들로 마음의 위로를 삼으며 살다보면 이렇듯 살벌한 세상에서 그래도 살맛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싶다..

부조리한 노동과 성희롱, 가혹한 현실에서 떠밀려가 기어이 도달한 곳 '옥상'에서 '나'는 저 아래로 뛰어내리는 대신 언니들의 손을 맞잡고 그들의 비기를 다음 동생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삶을 선택한다는 책 소개란의 글처럼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서 손을 내밀어야 하고 그 구원의 손길을 언젠가는 내가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 또한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요즘처럼 마음 깊숙히 다가오는 책을 찾지 못할 때 작가의 이 작품집이 그런 허전했던 내 심정을 일순간 충만함으로 바꿔버리도록 만들어줬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만가지의 장점을 이 소설집에서 얻었다고 생각한다.. 깊은 고뇌의 신중함을 얻게 되면서도 동시에 현실의 냉혹함을 공감하면서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의지를 내 안에 심게 되었다..

 

한벌의 웨딩드레스를 대여해 입고 결혼한, 결혼할 44명의 여성의 목소리를 기록한 <웨딩드레스 44>에서는 삶의 고단함 속에서 피어나는 위로받을 유쾌함이, 과로로 돌연사한 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으로 친구들과 '돌연사맵'을 만드는 이야기 <보늬>에서는 억지웃음을 강요하는 냉혹한 현실이, 곶감을 먹으면 죽는 뱀파이어가 된 여자의 이야기 <영원히 77 사이즈>역시 위트와 풍자 속에서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웃지 못할 현실이 활자화 돼서 춤을 춘다고 하겠다..  
 

냉정한 현실세계에서 때때로 한 권의 책으로 이토록 우리에게 따듯한 힘과 용기의 기운을 전달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여간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정세랑 작가의 작품을 앞으로도 계속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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