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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플라이트 ㅣ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평점 :
사실,, 자식이 그 아비에게 똑바로 사시라고 훈계하는 건 한국인의 정서에 결코 맞지 않지만, 사회 고발이라는 대의명분을 통한 예술적 승화라는 측면에서 이 작품은 매우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칭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본질은 아버지의 죄를 자식인 딸이 죽음으로 대신 속죄를 한 게 아닐까를 생각해봤다.. 삶이 좀 그런 게 있지않나싶다.. 누군가의 잘못이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에게 벌로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계된 사람들,,,그러니까 대표적으로 그들의 자식 같은 부류들에게 내려지는 일들 말이다..
인간 군상들의 모순과 결국에 그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시도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이 작품에서 다시 한번 경험하게 해준다..
박민정 작가의 <세실, 주희>를 처음으로 접했었는데 역시 이번 작품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 만큼 세련되고 탄탄한 구성으로 이뤄진 소설이다.. 근무하던 항공사에서 노조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끝내 죽음을 택한 딸 '유나'와 평생 몸담았던 군대에서 관성처럼 비리에 가담하고 침묵했던 아버지 '정근'의 이야기라는 자극적인 대립 상황에서 현대인들이 겪어야 하는 흑백논리와 찬반 의식의 현실세계를 적나라하게 담아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항공사, 승무원, 갑질, 인권 침해, 공군, 방산 비리, 내부 고발. 작가는 이 뜨겁고 복잡한 단어들을 성실한 자료 조사와 정교한 플롯으로 엮어내면서도 동시에 한국적 몰상식의 장면을 피하지 않고 응시하며, 그 위에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펼쳐 놓음으로써 피해가지 않는 정면돌파식 스토리 전개로 독자들의 기분을 시원하게 해주는 면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것은 박민정 작가가 선보이는 비약 없는 미스터리 소설이자 환상 없는 가족 드라마이지만, 한편으로 우리네 실상의 허구와 모순을 가족을 통해 들여다봐야 하는 고통을 감내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작가가 은근히 짖궂다는 느낌도 떨쳐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