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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평점 :
당시에,, 새로운 책을 읽는다는 호기심과 흥분 탓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얼른 읽어버리고는 몇 자 독후감을 쓴 뒤 잊어버리는 게 고작인 나의 평소 독서 습관에 의해서 이 책은 여전히 책꽂이 한켠에 우두커니 자신을 다시 한 번 봐달라고 수줍게 미소지으며 내 시야를 간지럽혔다.. 그래서 다시 읽었다..
꿈을 꾼다.. 내가 행복이란 틀 속에 영원히 갇혀 지낼 수 있도록 기도를 하면서 꿈을 꾼다.. 하지만 그 꿈은 결코 내가 바라지 않는 괴상망측한 현실의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나 나를 실망시킨다..
현실은 냉혹하고 냉철하고 냉정하다.. 모두가 '냉'...차가움 그 자체이다.. 이토록 살아가기 쉽지 않은 이 세상에서 뭔가 새롭게 시작하고 시도한다는 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따라서 새로운 삶이라는 것에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것이 그만큼 위험요소도 뒤따르는 게 그 이유일 것이다..
'비행운'은 새로운 삶을 동경하는 형식으로(飛行雲), 하지만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연쇄적 불운(非幸運)에 발목 잡힌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책 소개란에서 엿볼 수 있듯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싶지만 자꾸만 자신도 모르게 발을 헛디디게 만드는 묘한 우리네 불운을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작가와 독자들이 하나가 되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돼 주리라 기대해본다.. 아울러 형이상학적인 심오한 윤리를 동반시해야만 불운한 과거를 벗어나 새로운 삶에 안착할 수 있다는 진실 또한 이 책에서 배울 수 있어서 더더욱 소중한 독서의 경험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많이 하지는 않아서 그동안 작가의 작품을 잘 몰랐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김애란 작가의 세번 째 소설집에 많은 독자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걸 함께 밝혀두면서 앞으로 의미있는 독서에 매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