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걷는 여행>은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정지용 시인과 김영랑 시인의 작품을 손끝으로 직접 옮겨 적을 수 있는 필사 시집이다. 평소 두 분의 시를 참 좋아했지만, 사실 이들이 서로의 문학적 세계를 지지해 주던 절친한 사이였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한 권의 책 안에 나란히 놓인 두 사람의 시를 보고 있자니 그들의 우정이 왜 진작 보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조화로웠다.⠀두 시인의 시어들은 마치 입술 끝에서 굴러 떨어지는 구슬처럼 영롱하고 아름답다. 김영랑 시인의 섬세하고 음악적인 언어와 정지용 시인의 감각적이고 선명한 이미지는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을 준다. 척박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언어의 아름다움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그들의 고집이 필사를 하다보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이 책에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당시의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책의 하단에 배치된 각주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어, 낯선 듯 낯익은 듯한 단어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흥미로운 탐험처럼 느껴진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낯익은 시들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움을 주고, 처음 마주하는 시들은 신선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간만에 시와 함께 호흡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소란스러웠던 마음이 평온하게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시를 필사한다는 것은 소설보다 함축적인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런지 시인이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기 위해 고뇌했을 마음까지 따라가게 되면서 조금 더 특별한 느낌을 줄 때가 있는 것 같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우리말의 질감을 느끼고 잠시 손끝으로 걷는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