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들에게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사람은 구덩이에 빠지고 나서 왜 빠졌지, 라고 생각하는 데에 시간을 소비하느라 계속 구덩이 안에 있을 때가 있는데, 사실 구덩이에서 밤을 지새우느니 일단 나오고 나서 이유를 생각하는 것으로 순서를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왜 이러한 일이 벌어졌는지 이유를 아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고 나중을 예방하는 데에는 분명 도움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이유를 알아야 나올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때로는 일단 나와서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정신병리의 증상이 너무 심각한 경우에는 이 책을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콧물과 기침 같은 증상은 의지나 행동 변화로 나아지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보기보다는 병원에 내원하시기를 권한다. 하지만 만약 사소한 습관이나 반복되는 행동 패턴을 고치고 싶다면, 새로운 행동을 실험해 보면 좋겠다. 인생은 실험이다, 라고 인용되어 있는 말처럼 게속 똑같은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그냥 한 번 툭 조건을 다르게 해보고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관찰해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이 책에서는 문제 패턴을 발견하기 위한 질문과 문제 패턴을 깨트릴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해결 지향적이라는 것은 사실 별거 아니다. 오늘따라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좋아하는 바디워시 향을 맡기 위해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요구를 표현했을 때 원하는 것을 계속해서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저 오늘은 다른 방식으로 요구를 표현해보고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해결지향적인 관점과 관련된 책은 오랜만에 읽는데, 스스로에게 적용해볼까 싶은 부분들이 많았다. 다만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에서도 지금은 많은 발전이 있어서 이 책의 초반부에 언급하고 있는,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에서는 과거만 들여다본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전공자로서 다소 저항이 있었다(웃음). 그리고 때로는 과거의 자신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경우도 있어서 혹시 모를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덧붙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