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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닫고 숨어버린 나에게 - 나의 복잡한 심리를 이해하는 방어기제 수업
조지프 버고 지음, 이영아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2월
평점 :
전공 서적에서 보던 용어들이 최근에는 많이 알려져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방어기제라는 단어도 그 중 하나인데, 심리치료를 받으러 내원하는 내담자들에게는 모두 각자의 방어기제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어적이다’라는 말을 그렇게 좋은 뜻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용어에 대한 낙인효과가 있을까봐 염려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방어기제라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세상에 대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방패였지만 시간이 지나 지금은 안전하고 그 방어기제가 필요없는 상황이 되어서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습관에 가깝다. 요컨대 그 시작점에서는 세상을 살아가는 적응적인 방법이었을 수 있다. 프로이트가 방어라는 용어를 선택한 것은 환자들을 관찰했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 기제가 위협으로부터 환자들을 지키며 방어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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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는 것은 이 방어가 고착되어서 변하지 않을 때이다. 모든 상황에서 같은 방어를 사용하는 것은 마치 교수님을 대할 때와 자식을 대할 때 같은 태도를 고수하는 것과 같이 부적절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미성숙한 방어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것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 주가 되지만, 나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승화나 유머와 같은 성숙한 방어기제도 있다는 것에 대해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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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방어기제에 대해서 설명한다. 임상심리학자는 정상군이 아닌 병리군을 중심으로 심리적인 기제를 파악하고자 하는 직업이고, 정신분석가라는 것은 프로이트로부터 시작된 심리치료의 기법인 정신분석을 주 치료기법으로 사용하는 치료자를 뜻한다. 나 역시 같은 베이스를 지니고 있어서 이 책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고, 시중에 난무하는 수많은 심리학 서적 중에 제대로 된 전문가가 쓴 보석과 같은 책을 발견하게 되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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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방어기제가 약화되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도 그 한계에 대해서 명시하고 있는 점이다. 많은 내담자들이 치료가 끝나면 자신이 완벽하게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저자의 비유를 빌리자면, ‘악기 연습과 비슷하다. 배움에 끝이 없고, 꾸준히 연습하며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실력이 계속 늘 것이다. 게으름을 피우면 실력이 녹슬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완성 상태에 도달한 다음 영원한 휴가를 떠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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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오랜 시간 심리치료를 받아왔다. 전공자이기 때문에 대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교수님들로부터 내담자 경험을 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아 교내 상담센터에서 시작된 심리치료는, 오히려 경험 있는 치료자가 된 지금까지도 가장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활동이다. 심리치료에서는 치료자 자신이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에 자신을 비워내고 갈고 닦아야 내담자에게 좋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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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프로이트를 상당히 존경하는 편이다. 사람들은 프로이트 하면 성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자 했던 것과 영화에 나오는 카우치에 누워서 이야기하는 장면을 주로 떠올리게 되는데, 사실 프로이트의 진가는 그가 죽기 1년 전까지 평생에 걸쳐서 저술 활동을 하고 끊임없이 자기분석을 하며 자신의 연구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수정하는 데에 서슴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리딩 프로이트라는 프로이트의 책과 논문을 시대별로 정리한 책을 완주하면서 그의 생애를 함께 따라가면서 정신분석이 단순히 구시대적인 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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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당신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를 고통으로부터 지켜주는 심리적 방어기제의 역할을 알고 나면, 인간 심리와 인간관계의 세계가 훨씬 더 복잡해보인다. 더 풍요롭고, 더 다채롭고, 더 매혹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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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에게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고, 평소에 가동 중인 방어기제를 관찰하고, 가능하면 그 방어기제를 사용하지 않기로 선택하며 부단히 경계해야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여러 번 반복해서 예전과 다른 선택을 해야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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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내담자들에게 자기 관찰은 생활의 일부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한 배움을 끝내지 못했으며, 따라서 아직 성장도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새로운 형태의 자기기만을 인지하고, 고통과 마주치면 나 자신도 깜짝 놀랄 반응이 나올 때가 있지만, 예전의 방어기제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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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통해 당신이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고 인간관계에서 그것을 충족하며, 인생에 의미를 더해주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한 사람으로서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 그 여정은 길고도 끝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