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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란 무엇인가 ㅣ 김영민 논어 연작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25년 12월
평점 :
고전이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을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현재의 고착된 사유에 기분 좋은 균열을 내고 우리를 더 넓은 세계로 이끄는 통로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현대적 필요에 의해 자의적으로 재단된 논어가 아니라, 역사적 맥락 속에서 고전의 본질을 조망하게 합니다. 논어를 해석한 책은 많지만 이 책을 통해 저는 고전을 대하는 감수성을 갱신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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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논어의 세계를 플라톤, 세네카 등 서구 철학자들의 사유와 연결하며 지적 영토를 확장한다는 점입니다. 문명권에 통틀어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질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동서양의 철학이 결국 하나의 줄기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유사하고 상이한 사유의 궤적을 따라가며 현대 시대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대답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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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글을 읽는다는 것은 이미 우리 생각의 밑바닥에 깊고 넓은 영향을 끼쳐온 거대한 뿌리를 확인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평소에 당연하게 여기던 생각을 점검하고 그 균열 사이로 새로운 사유를 채워 넣는 작업은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데에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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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논어에서 벗어나 더 넓은 사유의 바다를 항해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고전의 생명력이 현재의 나를 어떻게 다시 빚어내는지 확인하게 해준 귀한 안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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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는 과거를 묵수하기보다는 과거를 재해석한다. 공자는 예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예의 외연을 확장했을 뿐 아니라 과거보다 훨씬 더 깊은 주체적, 심리적 차원을 부여하고자 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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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은 자신에게 있거나, 자신에게 달린 것이지만, 배움을 통해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다. 인은 우리 안에 존재할지언정, 발견되기만 하면 되는 완성된 실체는 아닌 셈이다. 누구나 마음먹으면 인을 실천할 수는 있지만, 인한 사람이 되는 것은 별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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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은 공자에게 소박한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이 소박한 자부심은 한편 거대한 자부심이기도 하다. 끝없이 향상될 수 있는 자신을 믿는다는 거니까. 이런 사람에게는 현재 자신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은 큰 근심이 아니다. 배우지 못해서 향상되지 못한다는 것이 근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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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한 자유 혹은 자율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평생에 걸친 자기 연마를 통해 간신히 다다를 수 있는 상태다. 자신을 방치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끝에 마침내 그러한 경지에 이르면, 아름다움과 기쁨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공자는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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