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라는 충격적인 사태를 마주하며 정치가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깊이 개입하고 있는지를 뼈아프게 실감했습니다. 이 책은 민주주의의 본질이 단순히 제도를 운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겪는 고통을 보살피고 이끄는 데 있음을 역설합니다. ⠀ 현대 사회는 불안과 외로움, 차별과 배제가 만연한 ‘혐오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우리’라는 테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으며, 서로의 존재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마음 한 켠에는 타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 속에서 우리가 목격한 광장의 연대는 정치가 곧 치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해 모인 이들을 보며, 두려움 뒤에 숨겨져 있던 인간에 대한 신뢰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세상을 마주하며 아직 세상이 따뜻하다는 것을 몸소 체감한 경험은 무너진 마음의 중심을 잡게 하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 결국 민주주의란 서로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 곁을 지키는 다정함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가 높을수록 우리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인간다움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상처 입은 사회를 치유하고 더 넓은 ‘우리’의 테두리를 복원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 정치적 혼란 속에서 무력감과 불안을 느꼈던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광장에서 확인한 연대의 빛이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어, 다시는 누구도 고통 속에 홀로 남겨지지 않는 단단한 민주주의의 토양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 12.3 비상계엄 사태는 민주주의에 트라우마를 남겼지만, 내란의 극복 과정은 상처받은 민심을 스스로 치유하는 시간이었다. 시민들은 공동의 운명을 일깨우면서 정치적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경험된 경이로운 일체감이 일상을 풍요롭게 가꿔가는 공통 감각으로 변환되어야 한다. ⠀- 자신의 진짜 생각은 무시하고 집단의 판단을 맹신하는 데는 외톨이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다수의 견해에 동조하면 잘못될 리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집단적 환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모두가 어떤 것을 현실이라고 정의하면, 결과적으로 그것이 현실이 되어버린다. ⠀- 사적 영역에 주로 머물면서 상품이나 정보의 소비자로서만 세상과 접속하다가, 공론장의 시민으로서 서로를 마주한다. 거기에서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서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타인의 가치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광장은 그러한 만남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 파국으로 치닫는 듯한 세상이 그나마 이렇게 유지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이들 덕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