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를 한다는 것은 수행의 과정과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마음 속에 자라나는 번뇌를 알아차리고, 멈추고, 내려놓고, 마침내 비워내는 4단계의 목차를 통해 우리를 평온으로 인도합니다. 단순히 눈으로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천천히 가르침을 따라가며 필사하는 과정은 마치 복잡한 세상의 소음을 뒤로하고 내면의 깊은 곳으로 침잠하는 여정과도 같습니다. ⠀ 108번뇌라는 말을 관용구처럼 사용하면서도 그 무게와 의미를 깊이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 번뇌의 수만큼의 가르침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장씩 마음을 가다듬으며 필사하는 시간은 마치 108배를 올리듯 정성스럽게 스스로를 대면하는 귀한 순간을 선사합니다. ⠀ 임상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이들이 마음의 소란함을 잠재우지 못해 고통받곤 합니다. 저자는 그러한 소란함 또한 인간 삶의 일부임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유연하게 흘려보내는 지혜를 일러줍니다. 천천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주어지는 가르침들을 따라가며 흘러가다 보면 언젠가 닿아야 할 곳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듭니다. ⠀ 분주한 일상 속에서 정작 자기 자신과 대화할 여유를 잃어버린 분들에게 이 필사책을 권합니다. 펜 끝에 마음을 실어 한 글자씩 채워가다 보면 어느새 번뇌의 자리에 고요가 머물고 평온이 찾아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