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제시하는 ‘멀트리트먼트(maltreatment)’ 개념을 중심으로 뇌 발달과 트라우마의 관계를 연구를 바탕으로 매우 정교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많은 책들이 치료 기법까지 다루지 않거나 오래된 치료 모델만 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책은 EMDR을 포함해 현재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는 최신 치료 기법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임상 현장에서 종종 마주하는 문제 중 하나는, 내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진짜 학대받은 아이들에 비하면 나는 별거 아니다’라고 스스로의 고통을 가벼운 것처럼 치부하는 경향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심리적 역동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그것이 결코 ‘사소한 상처’가 아니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특히 양육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이가 느끼는 고통, 그리고 부모 세대를 넘어 3대에 걸쳐 전이되는 심리적 상흔을 다루는 방식은 전문적이면서도 섬세합니다. 고통을 병리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인간 발달의 맥락 속에 놓인 현실적 경험으로 이해하려는 저자의 태도 덕분에 책 전체가 따뜻한 울림을 줍니다. 무엇보다 희망적인 메시지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트라우마는 삶의 어느 순간에서도 다시 촉발될 수 있지만, 치료는 그 반복되는 악순환을 완화시키며 앞으로의 삶의 궤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임상적 근거와 실제 사례를 통해 차분하게 보여줍니다.트라우마를 경험한 이들뿐 아니라 그들을 돕는 전문가들에게도 이 책은 과학적 근거와 임상적 감수성을 동시에 제공해 줄 것입니다. 만약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심리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분이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치료적 도움을 받기를 권합니다. 회복은 생각보다 더 현실적이고, 더 가까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