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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 번쯤 예쁜 손글씨에 아름다운 시를 더하다
큰그림 편집부 지음 / 도서출판 큰그림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참 글씨를 못쓴다고 생각했었는데, 학창시절엔 서기를 자주 맡았고 교생 실습땐 판서를 잘한다고 다른 친구의 학습목표를 써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어른 글씨가 저절로 될 것이라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생각일까요.
어른이 되면 아빠처럼 트로트를 좋아하게 될까 궁금했지만 그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어른이 된다 하여 저절로 무언가 이뤄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혼자 생활하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버텨 보겠는데, 아이의 엄마로 살다보니 이름 석자 쓰고 사인하는 것에서부터 글자 모양이 무척 신경이 쓰이게 됩니다.
어린아이 같은 글자체를 보면서 사람들은 글자 모양이 예쁘다 하지만 시부모님 앞에서 글자를 보여드리는 것이 여간 민망한 것이 아니랍니다.
팬글씨 교본을 구입하여 본격적으로 글자 연습을 해 볼까 싶기도 하였지만 무작정 따라쓰기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들어 선뜻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기도 하겠지만 좀 재밌게 해 볼 순 없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요즘 한창 낭만에 빠져 지적 허세와 허영을 누리고 싶은 갈망을 품고 있어 시를 읽고 싶었습니다.
한때는 비록 연애시였지만 시집도 자주 사서 읽고 설렘도 누리고 했었는데, 요즘엔 예전에 비해 좀 삭막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는 랩에 관심이 많아 발음 교정을 위해 시 읽기를 권해줬었는데, 그 또한 작심 삼일로 끝나 어느새 시 읽는 것은 흐지브지 되었어요.
차일피일 미루던 일들을 다시 시작하라고 독려라도 해 주는 것인지 손글씨에 시를 더하는 기가 막힌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캘라그라피 강의를 아이와 함께 들으면서 즐거웠던 추억이 있기에 혼자 즐기고 싶은 욕심도 없지 않았지만 아이에게 보여주니 함께 하면 안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큰 인심 쓰듯 시 한편씩 번갈아가며 쓰기로 하였습니다.
하루에 한 편씩..
나만의 글자체는 잠시 접어두고 제시된 정자체, 미생체, 은영체에 최대한 가까이 쓰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손글씨보다는 컴퓨터 자판에 익숙한 아이라 워드 문체에서 궁서체를 보고 따라 써 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어 무척 고마웠습니다.
글자 따라쓰기 쯤이야 식은 죽 먹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펜을 잡았는데,손이 덜덜덜 떨려서 아이 앞에서 민망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엄마 못쓴다고 무시하던 녀석, 바통 받고 써보더니 저보다 더 덜덜덜~
침착하게 한땀 한땀 바느질하듯 한글자 한글자 집중하여 따라쓰는 시간이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따라쓰는 글이 그토록 좋다 말하면서도 이제서야 부끄러움의 참뜻을 깨닫게 된 윤동주 님의 동시들이기에 마음가짐이 더욱 진중해 졌습니다.
따라쓰기를 끝내고, 나만의 시화를 만들고자 옆에 최대한 비슷한 글자체로 따라썼습니다.
행과 연의 구분이 어찌 될까 고민하다가 죄다 붙여써 놓은 것을 보더니 아이가 뭐냐고 막 뭐라 합니다.
온점이 있으면 연구분이지 않겠냐며 타박하기에 원문시를 찾아보니 참말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무시 당한 기분 보다 아이가 저보다 낫다는 사실에 기뻐서 웃었습니다.
나름 시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도 기초적인 부분에서 부터 와르르 무너지는 자신을 돌이켜 보면서 반성도 하였어요.
다 쓴 다음 큰 소리로 시 낭송을 하였습니다.
짧은 시였지만 너무 느리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게 낭송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였습니다.
제대로 해 보자는 마음에 시작한 것이기에 시 한 편을 완성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었습니다.
더는 안하겠다고 할 줄 알았던 아이의 입에서, 이렇게 하는 거라면 언제든지 엄마랑 함께 할 수 있다는 아이의 말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요즘 공부 잔소리에 독서 잔소리를 한 터라 엄마를 좀 기피하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결과를 잘 해 내는 아이라 기초에 신경을 안 썼더니 젓가락 잡는 것에서 부터 연필 잡는 것까지 제 맘대로 하여 다시 고치기 힘들긴 하였는데, 필사하면서 연필 잡는 것은 조금씩 고쳐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식도 잘 먹고, 글씨도 잘 쓰는 편이라 생각하여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는데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되어 버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쁘게 글씨 쓰는 법도 배우고, 좋은 시도 읊고.. 아이와 좋은 시간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