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눕 -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
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황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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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을 안다는 것은 진정으로 어떤 의미일까?'

당신은 상대의 소지품이나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사람의 애창곡으로 상대의 성격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이것은 단지 점쟁이만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은 심리학자 샘 고슬링 박사의 스누핑 방법을 안다면 인간 이해에 관해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된다.

샘 고슬링 박사는 지난 10년동안 인간이 어떻게  숨겨진  내면을 외부로 투영하고 또는 숨기려 하는 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침실과 사무실을 관찰하고, 애창곡 톱10을 확인하며, 개인 홈페이지를 보는 연구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스눕(snoop)은  vi, vt  1.기웃거리며 돌아다니다. 2.꼬치 꼬치 캐다

                           3.직감을 넘어 과학적으로 상대를 읽다(by 샘 고슬링)

 

스누핑은 소지품이나 물건이 소유자의 자기 정체성이나  감정 조절장치의 표출수단이고,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공간에  행동양식의 흔적을 남기므로 소지품이나 생활공간을 살펴  그 사람의 특성과 가치, 성격등을 알 수 있다는 메카니즘이다. 벽에 붙은 포스터와 사진, 자질구레한 기념품등으로 자신을 나타내고, 사무실 책상에 '아빠 사랑해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가족사진은 가족을 보며 힘을 내고싶은 감정의 표출이며, 커피 찌거기가 바닥에 말라붙은 빈 커피잔은 게으름의 흔적이 된다는 것이다.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나 셜록홈즈가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단서와 상황적 증거를 종합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같이 좀 더 성공적인 스누퍼가 되기 위해 저자는 전문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는 명백한 습관의 존재로 자신의 본질을 가장하기 어렵다고한다. 원래 성격은 지속적으로 외부로 표출되고자 하고, 우리 행동의 일부는 무의식중에 자동적으로 행해지며, 사람들의 기준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사람은 고의로 거짓된 인상을 만들어내기 어려워 스누핑이 응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 이런 과정들이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이것은 단지 인간에 대한 이해의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성격은  행동을 통해서만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스누핑으로 상대의 성격이나 세상의 관점을 알아보는 것은 유용하다.그것은 단지 과학수사대나 FBI의 중요 단서제공의  의미뿐이나라 친구를 사귈때도 유용하고, 마케팅을 할때, 상담이나 소통을 위해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나아가 성격을 반영한 공간설계를 꿈꾸기도 한다.

 

어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 사람의 정체성, 즉 참 모습을  알아가는 것이다. 

 이제 나는 스누퍼로서 흉내를 내 보고자 한다. 나의 성격과 소지품, 감정적 연관이 있는 장소, 주변환경을 둘러보며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도 재미있을 듯 하다. 또한, 사람들이 어떻게 공간과 연결되어 있는지, 지갑이나 핸드폰 장식물, 좋아하는 음악이나 개인 홈페이지까지 인간의 행동양식을 살피며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의미있을 듯 하다. 아직 유능한 스누퍼가 되긴 멀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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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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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코, 우리는 결코  움직이지 않으리

우리는 결코, 우리는 결코  움직이지 않으리

 

광장에서 울려퍼지는 노래이다~ "임금삭감! 전원 파업!"

 

우리주위에서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파업과 투쟁의 모습은 뉴스의 한자락을 장식하며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때론 과잉진압으로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슬픈소식을 안겨주기도 하는 현장의 모습.. 그들은 언제 왜 저항할수밖에 없는가?

 

상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당치 못한  불이익을 강요하거나, 상호 의사소통이 되지 못하고 일방적인 힘으로만 누르려할 때, 약자가 부당한 대우로 생존권을 위협당했을때등  많은 경우가 있겠지만 공통적인 것은 평등한 관계가 아닌 상태에서, 한쪽의 힘이나 권위로  일방적으로 몰린다면, 소통의 수단이 끊기고 거부당한다면, 그것도 극한 상황인 생존권마저 위협받는다면... 아무리 평화를 사랑한다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보장은 보호받아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소설의 배경도 그러하다. 20세기 미국의 산업혁명의 최고조시기에 기업들은 높은 이윤을 위해 이민노동자를 모집했고,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낮은 임금으로 일애야 했고, 심지어 14살아래 아이들은 돈을 주고 출생신고서를 위조하면서까지 공장에서 일하도록 종용당하던 시절이었다.

 

남자주인공 제이크 또한 벌어온 돈은 모두 술꾼인 아버지의 술값으로 탕진되고, 끼니조차 잇지못하여 쓰레기장을 전전하면서도  수도 없이 아버지의 허리띠로 맞아야하는 신세였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로사는 이탈리아계 이주민의 딸로 모범생인 똑똑한 여자아이지만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와 언니 애나가 공장파업에 참가함으로써 점 점 더 궁핍한 생활로 내몰리며, 파업참가가 부당하고 나쁜일이라는 핀치선생님과 피켓까지 만들며 열성적으로 파업에 참여하는 엄마사이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느낀다.

 

대대적인 동맹파업과 산업노동자동맹의 조직운동가 에터의 등장과 동지들의 연설, 지지는 노동자들을 비폭력적 파업과 저항을 이끈다. 규모가 커지는 투쟁이 그러하듯이 희생자가 발생하게되고, 지도자가 잡혀가고, 사태는 더욱 험악해지는데, 다행히 아이들은 '뉴욕'과 작은 소도시 '배러'라는 곳에 부모님의 동의서가 있으면 파업기간동안 휴가를 떠나 그곳에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제이크 역시 아버지의 동의를 받고 뉴욕으로 가고자 했으나 술꾼인 아버지가 집에서 동사(凍死)했다. 술을 사다놓은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과 경찰에 잡힐 두려움에 로사를 따라 그곳을 떠나 '배리'에 도착, 화강암조각실의 사장인 이탈리아인 제르바티부부집에서 살게된다.

 

누구에게나 평탄하고 상처 없는 인생은 없는 듯하다.

화강암에다 살아있는 듯한 꽃을 새겨넣는 예술가 제르바티씨는 부와 존경을 받았어도 하나뿐인 아들을 잃는 슬픔을 당하였다. 제이크는 배리에서 '살바토레라는 가짜이름으로 로사의 오빠행세를 하며 이제껏의 굶주림을 보상이라도 받듯 인심좋은 제르바티부인의 요리와 훌륭한 옷을 선사받았으나 자신이 저주했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자책, 거짓생활에 대한 불안정성에 늘 쫒기고 있었다. 로사는 엄마와 언니,동생의 소식에 애태우며 안전을 걱정해야했고, 그리움에 안타까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또한, 사는 게 그렇다. 먹고 안전하게 잘 걱정만 해결되면 모든 시름이 없어질 것 같아도 막상 그리되면 또 다른 걱정,근심이 생기는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면 따뜻한 음식과 이부자리도 깔깔해 넘기지 못하는 음식과  바늘방석같은, 물질적인 면보다 정서적인 면이 더 영향을 주는 것을 보게된다.

 

결국, 노동자들의 단결과 그들을 지지하고 모금운동까지 벌였던 시민들의 영향으로 노동자들은 승리했고, 로사를 포함하여 휴가온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갔으며, 제이크는 지난날의 고백과 딱한 사정을 안 제르바티부부가 받아줌으로써  좋은 인연은 한 아이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가능성을 품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대할 때, '빵과 장미'라는 단어는 별로 어울리지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연관일까 궁금증이 유발되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그 물음은 금방 풀리지않을 수 없었다.

노동자들은 단지 빵만을 원하는게 아니었다. 그들은 푸치니의 음악처럼 가슴과 영혼을 위한 양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름다운 것도 어느정도 필요했던 것이다. 사랑스런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피켓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들의 투쟁은 우리의 극한으로 치닫는 그것과는 자못 다른점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파업기간동안의 아이들을 위한 휴가는 상상도 못할 일이며, 시민들의 모금활동과 관심 또한 가슴에 남는 일이다.사회적 구조와 상황이 다른 나라의 일이지만 우리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우리가 꿈꾸는 사회가 어떤 사회의 모습이어야할지, 긍정적인 타결과 양보가 왜 필요한지, 시민의 관심과 단결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 책이었다. 

 빵을 원하면서 장미도 구하는 일, 이것은  언제나 베르디, 푸치니의 아리아를 사랑하고 즐겨부르는 이탈리아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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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창.통 -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이지훈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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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류는 수백년간 수렵.채집생활을 하다 약 1만년전부터 비로소 농경, 목축을 하며 정착생활을 했고, 300년 전부터 산업혁명, 60년전부터 고도과학기술 문명, 20년전부터 IT네트워크사회로 빠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2008년에 시작된 미국의 경제위기는 결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이폰의 매력은 소비자를 놀라운 세상으로 이끈다.

 

이러한 영원한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저자는 혼.창.통(魂.創.通)의 생존원리를 제시한다. 한 신문사 경제섹션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초일류기업의 CEO나 경제석학들과의 인터뷰와 만남을 통해 모든 성공과 성취의 비결인 혼창통을 알게되었고, 많은 사례와 대가들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혼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버티게 하고, 극복하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라는 것이다. 강렬한 혼을 원동력 삼아 창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창은 '혼을 노력과 근성으로 치환하는 과정으로 매일 새로워지는 일이고, 익숙한 것과의 싸움이다.  혼을 서로 소통하는것 또한 중요한데 통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경청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즉, 큰 뜻을세우고 늘 새로워지도록 노력하며 늘 귀 기울여 소통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경영이나 조직운영철학으로 지극히 당연하고 진부한 얘기인 듯 하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성취한 대가들이 들려주는 생존전략으로 답은 '기본'에 있다는 것이다.지식경제 고도화사회에서 일반적인 지식은 의미가 없어지고 시대의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어 경험과 지식축적보다는  차별화된 아이디어나 창의성, 스피드등이 더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타성이 인간의 타고난 습관이고 현상유지편향을 지니는 우리로서는 변화를 알면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특히나 보수성향이 강한 우리는  진입장벽이 높고 타분야에 대해 배타적이며, 모든 분야를 아울러 연결시키는 新르네상스적 발상이 부족하고, 권위적인 유교사상과 유연하지 못한 사고는 소통하기에 장애가 있다. 아직도 고등학교에서  이.문과를 분리하고 한쪽만 배우며, 시험만을 위한 공부를 하는 폐단은 빨리 없어져야 할텐데 그나마 다행인것은  점차 인문학과 과학, 예술등 여러분야의 교류나 접합의 필요성이 인식되어 세미나나 책을 출간하는 일이 생겨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아이가 어려서 영국에서 학교를 다닐때  학교 보조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견학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러면 견학 후의 작업은 학교에 돌아와서 사회, 미술, 역사, 과학등 그 학습범위는 점차 확대되어 연결되고 각 과목을 아우르는 학습이 이루어진다. 또한, 자신의 의사를 발표하고 듣고 나누는 일련의 과정은 소통의 기술을 자연스럽게 배워나가게 된다.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리포트는 아이의 장점을 이끌어주고 칭찬해주는 방식으로 아이가 주눅들거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를 준비하며 혼창통을 실천하고 있는 교육이 아니던가? 이와 비교하면 우리의 현실은 내가 학교 다니던 30여년전의 교육이나 지금의 교육이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직장생활의 경우도 그렇다. 부인과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던 삼성의 혁신경영의 바람이 불었고, 세계화에 발맞춰 경영자들의 다양한 개혁과 시도가 진행중이기는 하나 직위도, 서열도, 권위도, 보스도, 관리자도, 피고용인도, 표준화된 고정 업무도, 지시도 없다는 '관리혁신'의 대표적 기업 W.L고어사를 보면 아직도 변화해야 할 부분이 많을 듯 싶다. 물론 W.L고어사가 본보기도 아니고 덩치가 크지않은 회사이기에 가능했겠지만 혼창통의 효과는 무궁무진할 것을 느끼게 된다.

 저렴하게 고객의 입맛대로 맞춤 가구재료를 공급해주는 '이케아'나 개방과 참여로 위기를 타개한 '레고'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기도 했다.

 

 '사람이 자산이다'라는 문구처럼 인재경영의 통찰 또한 중요하다.직원들에게 투자하고, 서로 이해수준을 높여 소통하고 가치를 공유하며 나아가야 할 바를 확신한다면 신바람나게 재밌는 일터가 될터이니 말이다.

 

그럼,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스스로 자문하는 오늘밤, 잠 못이루며 뒤척이며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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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독서계획
클리프턴 패디먼.존 S. 메이저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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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원전 2000년경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길가메시 서사시를 비롯하여 1930년대까지 시간대별로 분류한 책으로 동서양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 철학자뿐 아니라 갈릴레오나 토마스 쿤에 이르는 과학자까지 포함한 133인의 작가에 대한 고전 백과사전이라 보면 좋을 듯하다.1960년에 초판이 발간 된 이후 수정된 4판으로 서양문학에 집중되었던 대상을 전 세계문학으로 확대하기 위해 공동집필자까지 영입하였다고 한다.

 

해당 작가들은 저자 패디먼의 개인적, 주관적 판단에 따라 취사선택되었고 그들에 대해 짧은 논평중에는 생애, 대표작,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내용을 제시하였으며 비평은 칭찬일색이 아닌 솔직한 그의 느낌이 살아있다. 저자 클리프턴 패디먼은 헤밍웨이는 장편소설보다 단편이 뛰어나다거나 장 자크 루소는 가장 짜증나게 만드는 작가며 합리적인 독자를 불쾌하게 한다는 독설을 퍼붓는가하면 윌리엄 포크너의 마음을 알수 없어 소개는 하지만 그리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과감히 하고있다.

 그러한 저자에 대해 궁금증이 유발되어 그를 살펴보니 그는 대학 졸업 후 대형 출판사에서 10년간 출판 편집자였고, 리뷰섹션의 책임자로 근무하였으며 '이 달의 책'클럽의 수석 심사위원으로  명성이 높았다고 한다. 그는 책에서 밝혔듯이 여기 소개된 책을 평생 읽어왔고, 허먼 멜빌의 '모비딕'은 다섯번,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세번을 읽었다고 말하는 등 상당수 작품을 여러번 통독한 뉘앙스를 풍기며 자신있게 독자들에게 충분히 검증된 고전을 권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청소년기에  고전이라 불리는 책을 펼쳐들었지만  몇 장을 넘기기 힘들어  했던 아픈 추억이 있다. 나의 수준도 그리 고전을 소화할 수준이 못되었거니와  작가의 특성을 알지못했고  그 나라 문화나 배경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무작정 명성에 이끌려 잡아들었다가 지루해지거나  어려워져 책을 닫은 경험이 몇번있다. 번역에 의해 웅장한 문체나 영어의 리듬을 느끼지 못하는 한계나 아직 인생의  의미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나 인식부족은  책을 소화하기에 무리인 점도 있었을 듯 싶다.

 

따라서 저자는  "인생의 마흔까지는 책으로 따지자면 텍스트이고 마흔이후는 그 텍스트의 주석이다"라는 좋은비유를 하고 있다.

 

청소년기에 고전은 다양한 시련이나 모험, 사건등으로 지적성장과 성품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결정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지만 중년에 다시 읽는 고전은 그동안 쌓인 경험과 넓어진 시각으로 그 의미가 다시 새겨지고, 가슴에 와 닿는 경험을 할 수 있기에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평생 독서를 통해 재독, 삼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찰스 다윈이 진화이론을 정립했어도 성경교리에 정면도전하여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 가져다 줄 고통때문에 고뇌하는 심정이며,  불운한 인생의 연속으로 병적이고 죽음소망과 분열된 성격을 책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애드거 알렌 포,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왜 도무지 읽을 수 없는 작품이었는지,  20세기의 대표적 작가로 카프카가 사후에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된 이유까지 이 책은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늘려주며 친절한 안내를 자청한다. 뿐아니라 동양의 공자, 맹자, 사마천, 나관중, 마쓰오 바쇼, 나쓰메 소세키, 다나자키 준이치로등을 포함하고, 남미나 아프리카작가를 포함시키며, 2차 세계대전이후 등장한 현대의 거장들도 더 읽어야 할 작가들100명에서 소개하고 있다.

 

나는 뭔가 마음속에 간절히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이 세상에 대한 그들의 특별한 견해를 전달하는 스위프트, 헉슬리, 솔제니친, 카뮈등의 참여작가가 좋다. 또한 스탕달이나 톨스토이처럼 인간의 본성을 더 깊고 넓게 탐구한 작가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

 

 "고전은 다시 읽게 되면 전보다 더 많이 당신 자신을 발견한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가능하면 이 세상 떠날때까지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픈 소망이 생긴다.번역본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 친절히 안내하는 이 책은 나에게는 소망을 이루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기에 소중히 간직할 책이 될 것이고, 고전으로 독서계획을 세우고자 하는 모든분들에게는 권하고 싶은 좋은 책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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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 그리며 사랑하며, 김병종의 그림묵상
김병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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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주는 매력적인 제목은 나의 주목을 이끈다.
그리며 사랑하며, 김병종의 그림묵상~

 
저자는 현 서울대학교 미대교수로 국내외에서 20여 회의 개인전과 국제 아트페어, 광주비엔날레등에 참여하였고  대학시절 신춘문예당선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받았으며 동양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특이한 이력으로 눈길을 끈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아직 신앙이 한 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 같은 절망감이 든다고 했지만 이 책의 반 이상이 성경귀절과 그가 그린 예수님 얼굴, 당신에 대한 사랑과 고백으로 가득 차 그의 생각과 그림의 근간이 신앙심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아마 그의 신앙에세이로서의 성격이 다분하다.

 
종교적인 문제를 뒤로하고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어디선가 본 듯한 봉천동 달동네의 희망을 전하는 파랑새그림하며,그가 쿠바와 멕시코를 여행하다 본 카브리해, 에게해등 물의  여행을 통해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물빛과 풍경을 그린 그림들이었다. 안타깝게도 내게는 아직 깊은 신앙심으로 공감하고, 감동을 받기보다 원색적이며 단순한 형태의 알록 달록한 그림들이 더 큰 끌림으로 다가온다.

나이에 따라 취향도 바뀌어 이젠 뭐든지 단순하고 동심처럼 밝고 환한 것이 좋다.

그림도 예외는 아니어서 원색적인 화려함이, 치장이나 장식적인 멋보다는 단순하고 여백의 미를 드러낸 편안한 것이 좋아진다. 이 책이 내 눈을 사로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태양 빛에 녹은 깊은 청남색 물의 빛갈은 신비한 정령처럼 나를 빨아들이려했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아스라해져 저렇게 고운 물속이라면 죽음마저도 화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카리브해의 물색이 시시각각 변한다는 느낌인 반면, 에게해의 청록색은 저녁이 되기까지 흔들림없는 고요 속에 그 색 그대로였다. ...그런데 색깔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가만히 귀 기울이면 그 바다에서는 숨 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디 숨소리뿐인가 .물이 뒤척이고 물이 웅얼대는 소리도 들려온다.바람 끝에 실려 오는 독특한 향기도 있다..(p25)


축복처럼 환하게 비추는 달빛은 가난한 동네에 넘실대는 고달픈 삶을 어루만져주는 듯했다. 그 달빛 속에 문득 어디선가 파랑새 한마리가 날아와 이렇게 재잘거리는 것 같았다."희망을 잃지 마세요. 좋은 날이 온답니다."(p231)

 

저자도 말한다. 그림이란 기운을 나누는 것이라고.. 사랑의 기운, 기쁨의 기운, 평화의 기운을.

직접 가 보지는 못햇지만 이 책을 통해 난 청옥색 카브리해의 바다에 풍덩 뛰어든다. 봉천동 달동네의 파랑새를 만난다.

그의 말대로 인생은 한바탕 탱고와 같은 것~ 즐거운 마음으로 마음의 평화를 느끼며 낙관적 기운을 나누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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