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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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코, 우리는 결코  움직이지 않으리

우리는 결코, 우리는 결코  움직이지 않으리

 

광장에서 울려퍼지는 노래이다~ "임금삭감! 전원 파업!"

 

우리주위에서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파업과 투쟁의 모습은 뉴스의 한자락을 장식하며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때론 과잉진압으로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슬픈소식을 안겨주기도 하는 현장의 모습.. 그들은 언제 왜 저항할수밖에 없는가?

 

상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당치 못한  불이익을 강요하거나, 상호 의사소통이 되지 못하고 일방적인 힘으로만 누르려할 때, 약자가 부당한 대우로 생존권을 위협당했을때등  많은 경우가 있겠지만 공통적인 것은 평등한 관계가 아닌 상태에서, 한쪽의 힘이나 권위로  일방적으로 몰린다면, 소통의 수단이 끊기고 거부당한다면, 그것도 극한 상황인 생존권마저 위협받는다면... 아무리 평화를 사랑한다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보장은 보호받아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소설의 배경도 그러하다. 20세기 미국의 산업혁명의 최고조시기에 기업들은 높은 이윤을 위해 이민노동자를 모집했고,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낮은 임금으로 일애야 했고, 심지어 14살아래 아이들은 돈을 주고 출생신고서를 위조하면서까지 공장에서 일하도록 종용당하던 시절이었다.

 

남자주인공 제이크 또한 벌어온 돈은 모두 술꾼인 아버지의 술값으로 탕진되고, 끼니조차 잇지못하여 쓰레기장을 전전하면서도  수도 없이 아버지의 허리띠로 맞아야하는 신세였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로사는 이탈리아계 이주민의 딸로 모범생인 똑똑한 여자아이지만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와 언니 애나가 공장파업에 참가함으로써 점 점 더 궁핍한 생활로 내몰리며, 파업참가가 부당하고 나쁜일이라는 핀치선생님과 피켓까지 만들며 열성적으로 파업에 참여하는 엄마사이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느낀다.

 

대대적인 동맹파업과 산업노동자동맹의 조직운동가 에터의 등장과 동지들의 연설, 지지는 노동자들을 비폭력적 파업과 저항을 이끈다. 규모가 커지는 투쟁이 그러하듯이 희생자가 발생하게되고, 지도자가 잡혀가고, 사태는 더욱 험악해지는데, 다행히 아이들은 '뉴욕'과 작은 소도시 '배러'라는 곳에 부모님의 동의서가 있으면 파업기간동안 휴가를 떠나 그곳에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제이크 역시 아버지의 동의를 받고 뉴욕으로 가고자 했으나 술꾼인 아버지가 집에서 동사(凍死)했다. 술을 사다놓은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과 경찰에 잡힐 두려움에 로사를 따라 그곳을 떠나 '배리'에 도착, 화강암조각실의 사장인 이탈리아인 제르바티부부집에서 살게된다.

 

누구에게나 평탄하고 상처 없는 인생은 없는 듯하다.

화강암에다 살아있는 듯한 꽃을 새겨넣는 예술가 제르바티씨는 부와 존경을 받았어도 하나뿐인 아들을 잃는 슬픔을 당하였다. 제이크는 배리에서 '살바토레라는 가짜이름으로 로사의 오빠행세를 하며 이제껏의 굶주림을 보상이라도 받듯 인심좋은 제르바티부인의 요리와 훌륭한 옷을 선사받았으나 자신이 저주했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자책, 거짓생활에 대한 불안정성에 늘 쫒기고 있었다. 로사는 엄마와 언니,동생의 소식에 애태우며 안전을 걱정해야했고, 그리움에 안타까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또한, 사는 게 그렇다. 먹고 안전하게 잘 걱정만 해결되면 모든 시름이 없어질 것 같아도 막상 그리되면 또 다른 걱정,근심이 생기는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면 따뜻한 음식과 이부자리도 깔깔해 넘기지 못하는 음식과  바늘방석같은, 물질적인 면보다 정서적인 면이 더 영향을 주는 것을 보게된다.

 

결국, 노동자들의 단결과 그들을 지지하고 모금운동까지 벌였던 시민들의 영향으로 노동자들은 승리했고, 로사를 포함하여 휴가온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갔으며, 제이크는 지난날의 고백과 딱한 사정을 안 제르바티부부가 받아줌으로써  좋은 인연은 한 아이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가능성을 품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대할 때, '빵과 장미'라는 단어는 별로 어울리지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연관일까 궁금증이 유발되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그 물음은 금방 풀리지않을 수 없었다.

노동자들은 단지 빵만을 원하는게 아니었다. 그들은 푸치니의 음악처럼 가슴과 영혼을 위한 양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름다운 것도 어느정도 필요했던 것이다. 사랑스런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피켓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들의 투쟁은 우리의 극한으로 치닫는 그것과는 자못 다른점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파업기간동안의 아이들을 위한 휴가는 상상도 못할 일이며, 시민들의 모금활동과 관심 또한 가슴에 남는 일이다.사회적 구조와 상황이 다른 나라의 일이지만 우리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우리가 꿈꾸는 사회가 어떤 사회의 모습이어야할지, 긍정적인 타결과 양보가 왜 필요한지, 시민의 관심과 단결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 책이었다. 

 빵을 원하면서 장미도 구하는 일, 이것은  언제나 베르디, 푸치니의 아리아를 사랑하고 즐겨부르는 이탈리아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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